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오늘은 왜소증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최저시급과 장애인, 그리고 악용되고 있는 월급제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A사업장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구 씨의 이야기이다. 구 씨는 왜소증을 가지고 있다. 왜소증이란 키와 체구가 연령대 평균에 비해 현저히 작은 상태를 말한다. 어느 날 A사업장의 사장 B 씨는 본인의 사업장 옆에 편의점을 창업하고 어차피 일하는 근무시간에 편의점에서 일을 하면서 편의점도 함께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편의점에는 다른 아르바이트생들도 있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시급을 받고 근무했다. 그런데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으면 사장 B 씨는 매번 구 씨를 불러냈다. B 씨는 구 씨에게 믿을 사람은 너밖에 없다며 점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주고는 온갖 잡무를 떠넘겼다. 하지만 월급은 달라지지 않았다.
과연 구 씨의 월급은 얼마일까? 280만 원이다. 적은 돈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구 씨가 근무하기로 한 시간에 비하면 최저시급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게다가 갑자기 발생한 대타 근무를 하거나 근무시간이 아님에도 불려 나와 잡무를 처리하는 등의 시간은 월급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추가 급여는 없었다.
구 씨도 처음에는 월급제로 일을 하기로 했으니, 최저시급에 조금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문제는 계속해서 잡다한 업무들이 늘어났는데 잡다한 업무들이 정확히 몇 시간이 늘어났는지, 어떤 일들이 늘어났는지 따지기가 참 애매했다. 결국 구 씨는 정해진 월급 280만 원을 받으며 낮이고 밤이고 양쪽의 사업장을 뛰어다녀야 했다.
여기서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쟁점 1. 장애인에게는 최저시급에 모자라는 임금을 지급해도 되는 걸까?
쟁점 2. 월급제로 고정 급여를 설정하여 계약하면 시급으로 계산했을 때 최저시급에 모자라도 되는 걸까?
쟁점 3. 고정급여가 정해진 상황에서 추가업무를 요구받았을 경우 그 부분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쟁점 4. 퇴직금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선가 장애인에게는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애인도 원칙적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예외적으로 사업주가 고용노동지청에 승인을 받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승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기간은 1년에 한하며 승인기간이 지나면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노동부에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최저시급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가끔 최저시급을 피하기 위해 최저시급보다 조금 낮은 금액으로 월급을 설정하여 근로계약을 하려는 사용자가 있다. 하지만 근로계약을 함에 있어서는 근로시간과 임금을 함께 명시해야 하는데, 그 정해진 근로시간에 대입해 보았을 때 임금은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만일 1개월에 주 30시간 기준 월 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면, 1개월에 주40시간을 일하게 된 경우 초과된 시간만큼의 급여는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근로계약서에 정확한 근로시간과 임금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는 퇴직 직전 3개월의 임금을 평균하여 구한 평균임금 X 근속연수로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장기재직을 한 구 씨의 경우 퇴직금은 상당할 것이다. (10년 근속 기준 매월 월급의 변동이 없다면 대략 평상시 임금의 10개월 분 정도로 예상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쟁점을 정리하며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이 문제는 구 씨를 포함하여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많은 근로자에게 해당되는 부분이다. B 씨가 구 씨를 나몰라라 하면 어떻게 될까? 그 경우 구 씨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구 씨가 필요한 것은 본인이 일을 했다는 것을 증빙할 것들이다. 과연 구 씨와 B 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는 했을까? 사례에서 대충 미루어 짐작하건대 근로계약서 따위 없을지도 모르겠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분쟁이 발생했을 때, 모든 자료는 사용자에게 있다는 것이 근로자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사용자는 급여를 지급하면서 급여 지급 신고조차 마음대로 축소하여 할 수 있다. 또한 구 씨가 근로했다는 기록을 어느 정도 없애고 부정할 수 있다. CCTV에 기록이 다 남아있다는 기대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CCTV는 사용자의 소유인만큼 분쟁에서 자료를 요구하기 어렵고 그 자료조차 몇 개월 보관되지 않는다.
가능한 앞으로라도 모든 근무 기록을 했으면 좋겠다. 또한 사용자로부터 받은 모든 지시를 기록으로 남겼으면 한다.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기록하고 본인의 업무시간이 아닌 때에 갑자기 근무하게 되었다면 그 또한 기록하여야 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제공되는 잡무 등도 어떠한 일을 했는지 가능한 구체적으로 모두 기록으로 보관하고 있으면 좋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가능한 본인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매일같이 간단한 메모를 남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매일 근무일지를 써서 보관하면 좋고 일기라도 써야 한다.
근로자가 당연한 본인의 권리를 위해 그만큼 애써야만 한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지만,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만약, 권리구제가 필요한 상황이 정말 여러분에게도 생길지 모른다. 그때 가서 준비하려면 마음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고 시간적 여유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