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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MMH Nov 11. 2024

하얗게

그대 오는 길 잊어버리지 않을까

행여나 길 못 찾아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을까 하여

지난밤 바닥에 하얀 분필로

곳곳에 표시해 두었오.


아득히 먼 곳에서

추운 바람 견디며 오고 있을

그댈 떠올리다 보니

하루가 무색할 만큼 시간이

짧게 느껴지오.


며칠 지나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기어코 눈 내려 소복이 쌓여

온 길을 하얗게 덮어버리고 말았오.


하루는 그대를 원망했고,

하루는 날씨를 원망했고,

하루는 그댈 보낸 나를 원망했지만,


이제는 그대 힘들지 않았으면 하오.

혹 돌아오는 길 기억나지 않아

돌아 돌아오고 있다면,

새하얗눈 처럼 모두 잊고

새로운 길을 가도록 하오.


아득히 먼 곳에서

추운 바람 견디며 오고 있을

그댈 떠올리다 보니

하루가 무색할 만큼 빠르니,

나는 걱정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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