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는 길 잊어버리지 않을까
행여나 길 못 찾아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을까 하여
지난밤 바닥에 하얀 분필로
곳곳에 표시해 두었오.
아득히 먼 곳에서
추운 바람 견디며 오고 있을
그댈 떠올리다 보니
하루가 무색할 만큼 시간이
짧게 느껴지오.
며칠 지나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기어코 눈 내려 소복이 쌓여
온 길을 하얗게 덮어버리고 말았오.
하루는 그대를 원망했고,
하루는 날씨를 원망했고,
하루는 그댈 보낸 나를 원망했지만,
이제는 그대 힘들지 않았으면 하오.
혹 돌아오는 길 기억나지 않아
돌아 돌아오고 있다면,
새하얗눈 처럼 모두 잊고
새로운 길을 가도록 하오.
아득히 먼 곳에서
추운 바람 견디며 오고 있을
그댈 떠올리다 보니
하루가 무색할 만큼 빠르니,
나는 걱정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