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몰아치던 늦은 저녁
흔들리는 창을 바라보다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이 떠올라
얼굴을 붉히고 말았네요.
이제는 괜찮을 줄 알았던 기억도
아물었다 생각해던 상처도
잘 동여맸다 생각했던 추억도
빗소리에 모두 저를 괴롭히네요.
그저 잘 숨겨두면,
모른 척 묻어두면,
무심하게 지워버리면,
생각하지 않고 떠올리지 않고
깊이깊이 담아두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따뜻한 온기 머금은 물방울이
손등 위에 떨어지면
그대의 온기가 떠올라
하염없이 손등을 문지르니
지워지는 것을 알았네요.
벌어진 상처를, 이별의 아픔을
그저 묻어두는 것이 답이 아님을
이제야 알았네요.
세월이 흐르고 흘러
상처를 문지러야 아픔이 지워지는 것을
이제야 알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