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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MMH Nov 16. 2024

12월

하나. 한 떨기 꽃잎이 피어나고

푸르던 잎사귀가 넘실 거린다.


거리는 가녀린 바람이 살랑이고

은은한 꽃향기가 퍼져간다.

이따금 낯익은 향기가

바람을 타고 코 끝을 스쳐가

고갤 돌려 두리번거려본다.


하나. 불볕더위에 늘어진 세상은

청량한 바다 위로 떨어진다.


거리는 무거운 숨들로 가득하고

지독한 열의 향을 피해 본다.

예상 못한 소낙비에

투덜 되는 세상과 뛰어드는 세상의

명확한 차이 그 사이에서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하나. 파스텔 물든 듯 한 하늘과

형형색색의 세상이 퍼져간다.


거리는 바스락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짙은 삶의 향기는 저물어 간다.

날 저물어가는 그림자에

슬쩍 발 드밀어 그림자를 이어,

하늘에 닿기를 빌어본다.


하나. 소복하게 포근하게 뒤덮은

하이얀 옥진에 차분해진다.


거리는 엄동설한에도 빛이 들고

연약한 씨앗을 보듬는다.

듣는 이 없고 답할 이 없는

메아리에도 사랑은 있으니,

한사코 소리친다.


한해 끝자락 12월,

다짐해도 결국 모든 순간에

너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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