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뒤 축축하게 젖은
거리에는 음울함이 낮게 깔리지만
기분 좋게 하는 삶의 끝 냄새가
코끝을 스쳐지나간다.
아득한 세계의 낯선 문을
통과하는 세상 끝 냄새가
좋을 수 있다는 건
인간은 얻을 수 없는 축복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다.
때론 우울감에 젖어
주변을 심연의 냄새로
물들이고는 하지만,
그들의 죽음이 비를 만나
우리에게 기분 좋은 냄새를 선사하듯
그대가 우울감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내는 냄새는
나에겐 또 다른 기회의
샘물이 되어 주지는 않을까.
비 내린 축축한 그대의 마음이
내 코끝을 스쳐 지나가길 기다려본다.
그러니 그대여 부디
그대의 우울함을 숨기지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