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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서 만나는 고고학: 박물관 프로그램

한한철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고학, 고고자료(유물)를 처음 만나는 곳은 박물관이다. 그러나 하나의 유물이 전시에 선별되려면 발굴 - 보존 처리 - 전시기획 - 연구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유물의 가치와 내용을 탐구하는 보고서와 논문, 학술회의도 상당하다.

하지만 고고학 전문가와 지망생들이 활약하는 분야가, 대부분의 일반인과 먼 거리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고학은 독자와의 소통도 함께 추구해야 하고, 언어의 간격을 좁히는 것이 대중화의 주요 목표이다. 특히 대상의 연령, 학습 정도에 따라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를 위해 고고학은 어떤 언어를 선택할 수 있을까. 박물관은 학습과 참여를 유도하는 전시 안내, 영상, 체험 활동 등을 제공하고, 특히 다양한 박물관 프로그램의 진행을 통해 그 활용을 돕고 있다.


  여기서 박물관 교육과 학교 교육은 서로 다른 이점을 갖고 있다. 교내의 역사 수업은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교수자에서 학습자로의 일방성이 비교적 강하다. 유독 글쓴이에게 힘들었던 점은 중간 그리고 기말고사였다.

반면 박물관 관람은 자유롭고, 스스로 생각해보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에 시간이 넉넉했다. 큼지막하거나 혹은 반짝거리는, 남달리 눈에 띄는 유물들을 오래 지켜보며, 왜 이것들이 여기에 있을까, 옛날 사람들은 이걸 왜 만들었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과거인의 삶과 전쟁, 감정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겼다. 박물관을 떠나서 놀이공원을 가면 금방 잊어버리는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물관 프로그램은 독자들의 질문을 붙잡아두고, 그 답을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각자의 눈높이에 맞는 도움과 도구를 제공할 수도 있다. 특히 어린이·청소년 독자와 고고학이 소통하는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박물관 프로그램은 독자들의 질문을 붙잡아두고, 그 답을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각자의 눈높이에 맞는 도움과 도구를 제공할 수도 있다. 특히 어린이·청소년 독자와 고고학이 소통하는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해당 박물관 프로그램은 중학생·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도슨트를 모집하였으며, 학예사 선생님들의 지도하에서 어린이 관람객들에 대한 전시 해설을 기획, 진행하였다.


참여 학생들은 먼저 도슨트의 시각에서 박물관의 전시품과 관람객들을 살펴보았다. 특히 (부모님의 동의를 구한 뒤) 어린이 관람객들의 전시 참여 과정과 동선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관람객들은 주로 눈에 띄는 유물들을 위주로 보고, 전시 안내문보다는 시각적인 이미지, 영상, 체험 활동에 관심을 가졌다. 이를 바탕으로 전시해설의 진행은 흥미 있는 유물을 중심으로 하되, 유물에 대한 설명은 상상을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하였다. 


여기서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였는데, 유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고, 시각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오감에도 접근하고자 하였다. 전시 해설의 감각 체험도를 높이고, 동시에 상상의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글쓴이는 해설의 주제로 가야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 해설 대상과 동선을 설정하였다.

어린이 관람객 조사보고서



















  선정된 유물은 다음의 세 가지 성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시 해설은 객관성을 갖추되, 어린이 관람객들과 함께 가야인들의 삶은 어땠을지 생각해보는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더하여 하나의 큰 이야기 보따리를 만들어 전시해설의 주제로 정하였다. 글쓴이는 어린이 관람객들과 함께 가야인을 추적하는 일일 고고학자(?)가 되어 이야기 보따리를 만들었다.

  최종적으로 대본을 작성하고 기획한 동선에 맞게 해설을 준비하였다. 해설 과정에서 QnA와 자유 관람을 병행하고자 하였다. 처음 해보는 전시해설이기도 하였고, 어린이 관람객들(그리고 부모님 관람객들)을 직접 만난다는 생각에 가장 긴장되던 시간이기도 했다.     


  전시해설 준비가 끝나고, 참여 학생들은 2015년 1월 3일부터 2월 1일까지의 시간표를 나누어 약 4회의 도슨트 활동을 진행하였다.

고고학과 소통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전시해설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에서 새롭게 배운 것들이 많았다. 단순히 박물관을 견학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유물의 의미와 이유도 눈에 들어왔다. 가야인의 삶과 연결지어 전시를 보면서 상상할 수 있었던 것도 많았다. 직접 빚어 만든 토기에 과일과 곡식을 담는 모습, 그들이 사용한 다락창고, 복골로 점을 치는 주술사, 수정목걸이를 선물받은 사람 등등... 이런 소소한 상상들을 어린이 관람객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었다. 이미지와 이야기를 중심으로 알기 쉽게 내용을 준비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하나의 해설이 끝났을 때, 준비한 내용보다 더 나아가 질문을 던지는 어린이 관람객들이 많았다. 느낀 점, 기억나는 점을 물었을 때 자신이 생각하는 이야기를 말해준 관람객들도 있었다. 그 시간들이 전시해설의 큰 보람이 되었다.


  프로그램을 다시 돌아보면, 고고학과 소통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청소년 도슨트들은 해설을 준비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유물을 보며 답을 얻고 배우게 된다. 이 과정은 어린이 관람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호기심을 가진 부분들에 대해 도슨트와 대화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두 사람 간의 상호 작용은 눈높이에 대한 이해, 언어의 간격을 좁히는 노력도 포함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학예사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객관성도 갖추어진다. 


  무엇보다도 학습자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박물관 프로그램의 장점이 두드러진다. 나아가 글쓴이는 고고학과 어린이·청소년 관람객들이 소통하는 좋은 예가 된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박물관에서 유물을 다시 만날 때, 어떤 점들은 기억하게 되고, 어떤 점들은 말할 수 있게 된다. 고고자료와 그 의미에 좀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교실 밖에서 만나는 고고학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오늘날 다양한 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맥락도 이것과 상통한다. 박물관 꾸러미, 체험 카드와 활동지, 대면 혹은 비대면 체험 콘텐츠, AR 뮤지엄 등의 개발이 계속해서 진행중이다.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선택하는 활동들은, 더 많은 상상과 호기심을 풀 수 있는 이야기 보따리가 될 것이다.     


  고고학은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여 사회적 자원의 가치를 알리고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대중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목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 소통은 쌍방향이어야 하고, 대상에 따라 적절한 방식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상상과 동화를, 누군가에게는 전문 지식과 토론 주제를, 또 유지보존의 필요성이나 세계유산의 가치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처럼 세부 주제를 나누어보면 그 방식은 더더욱 다르다.


  고고학에 대한 많은 주제들이 있지만, 중요한 점은 각 분야에 대해 질문과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에 맞게 고고학 분야에서는 적절한 언어를 선택하고 이야기를 다듬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대중고고학의 의미 혹은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대중과의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고고학을 발전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다. 

  소통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고고자료와 세상이 나누는 이야기의 대목 대목을 이루게 된다면 좋겠다.


※ 이 글은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전공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는 대중고고학연구회에서 발행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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