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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날 수 있는 고고학

김지운

  고고학은 과거 선조들이 남긴 유적이나 유물을 통해 과거의 문화와 역사를 밝히는 학문입니다. 문헌 기록으로 채워지지 않는 역사의 빈 부분을 채울 수 있는 학문으로 역사와 문화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고고학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고고학이라고 하면, 학문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 외에도 역사 문화 체험을 통해 고고학을 친근하게, 또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부산 내에서 만날 수 있는 고고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거칠산국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연제 고분 판타지 축제


  거칠산국은 삼한 시대 경상도 지역에 있던 소국 중 하나로, 거칠산을 배경으로 하고 동래구 일대가 중심지로 추정되는 정치체입니다. 2017년, 연산동 고분군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39호로 지정되면서 연제 고분 판타지 축제가 기획되어 2018년, 2019년, 2022년 3월 말에서 4월 초에 지금까지 총 3차례 개최되었습니다.


동래구 일대가 중심지로 추정되는 만큼, 근처인 온천천 시민공원에서 열리며 ‘연산동 고분군’을 소재로 한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대표적으로 가야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던 ‘순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순장은 한 집단의 지도자, 혹은 비슷한 계급에 속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사람의 뒤를 따라 산 사람을 함께 묻던 일로, 가야 외에도 고조선, 부여, 고구려 등 다양한 나라에서 시행된 장례방식입니다. 신라 지증왕 때 순장법을 금지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신라가 가야지역을 점령한 후 순장의 예가 발견되지 않아 꽤나 오랜 시간동안 장례방식으로 채택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채로 순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예가 있고, 죽인 후 순장된 예가 있는데, 축제에서는 단순히 순장이 되는 듯한 체험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자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죽음과 관련된 체험으로는 ‘고분’을 만들어보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실제 고분처럼 땅을 파거나 혹은 봉분을 높게 쌓는 것이 아닌, 고분 모양의 빵을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연제 고분 판타지 축제는 주민들과 함께 연제구의 역사를 되새기고, 자긍심을 찾을 수 있는 주민화합의 장을 마련한 의미 있는 축제입니다.


고려시대부터 시행되었던 불교 연등회 부산 연등 축제


  부산 연등축제는 2012년에 국가무형문화재 및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연등회를 부산지역에서 계승한 축제입니다. 매년 부산 연등축제 앞에는 숫자가 붙는데, 2022년 올해는 ‘2566 부산 연등축제’로 4월 22일에서 5월 8일에 거쳐 개최되었습니다. 이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기원전 544년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불기에 맞춰 축제 앞에 숫자를 붙입니다.


연등회는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에서 팔관회와 함께 2대 명절로 정착된 국가적인 행사로, ‘연등도감’이라는 임시 관청을 따로 두어 주관할 정도로 큰 행사입니다. 음력 정월 보름이나 2월 보름에 국왕과 온 백성이 풍년을 기원하며 궁궐부터 시골까지 갖가지 화려한 연등을 밝히고 잔치를 열어 가무를 즐기는 축제입니다. 고려 32년(1245)부터 석가모니가 태어난 사월초파일에 연등회가 시행된 것이 지금까지 사월초파일 연등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산 연등축제 역시 연등회를 계승한 축제에 걸맞게 초파일에 향수·감차·오색수(五色水) 따위를 아기 부처상의 정수리에 뿌리는 법회로 불상을 목욕시키는 관불, 초파일에 앞서 등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이 종이를 잘라 등대에 매달아 기를 만들어 들고 장안을 돌아다니며 쌀이나 돈을 구하여 등 만드는 비용으로 쓰는 놀이인 호기놀이, 부처님에게 여섯 가지의 공양물을 올려 부처님을 의지하고 그 공덕을 찬탄하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살행을 다짐하는 불교의식인 육법공양, 부처가 인도의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던 모습을 재현한 영산재를 행하여 연등회를 보여줍니다. 또 연등회를 계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부산 불교의 동량들이 직접 행사에 참여하고 이끌어가며 불교전통문화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선재동자 문화전승단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선재동자는 석가모니가 성도한 깨달음의 내용을 그대로 설법한 경문인 『화엄경』에 나오는 젊은 구도자의 이름으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 53명의 선지식을 차례로 찾아다니다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나 진리의 세계로 들어갔다고 하는 인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에서부터 이상적 인간형의 모델로 신봉되어 왔습니다. 연등축제에서 시민들은 선재동자의 이름을 딴 문화전승단과 템플스테이를 함께할 수 있고, 축제 이름에 걸맞게 부산 시민공원에서 하마정 교차로, 양정교차로, 그리고 송상현 광장까지 이어지는 연등 행렬에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행렬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산 연등축제 특별로 복원 전통등과 사찰 가람배치를 재현한 닥종이 공예전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산 연등축제는 1975년 부처님 오신 날이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각 시도에서 봉축된 연등축제 중 부산에서 개최된 것으로 시민이 함께 동참하여 즐길 수 있는 축제입니다.


1592년, 그 날의 항쟁 동래읍성 역사 축제


  동래읍성 역사축제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동래성을 지키기 위해 송상현 동래부사와 동래읍성민이 일치단결하여 결사 항전하던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개최된 축제입니다.


송상현 동래부사는 부산진구 부전동 삼전 교차로에서 양정동 송공 삼거리 일대에 이름을 딴 광장이 있고 충렬사의 시작이 송상현의 충혼을 기리는 ‘송공사’일 정도로 위인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1592년 4월 14일 일본의 고니시 유키나가 부산진성을 함락시키고 하루만에 동래성에 도달하였을 때, 송상현에게 戰則戰矣 不戰則假道(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싸우기 싫으면 길을 비켜달라)라는 글귀를 보냈지만, 송상현은 戰死易假道難(싸워서 죽기는 쉬워도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 후 동래성 전투가 벌어졌고, 동래읍성의 송상현과 읍성민은 항전을 이어가다 패하였습니다. 임진왜란 초기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본군에 맞선 것은 고니시 유키나가 역시 높이 평가하였고, 당시의 생생한 현장이 2005년 부산 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 건설 공사 중 동래읍성 해자가 발견되어 현재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해자는 성 주위에 둘러 판 못으로 해자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동래읍성 전투에서 희생된 약 100명 안팎 사람들의 뼈와 다양한 무기들이 출토되었고, 2011년 수안역 안에 ‘동래읍성 임진왜란 역사관’을 개관하였습니다.


  동래읍성 역사축제는 그러한 선열들의 숭고한 구국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역사교육 체험형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동래성 전투를 재현하고, 실제로 당시의 읍성민이 된 듯한 생활체험을 할 수 있는 축제입니다. 축제 이름에 걸맞게 동래읍성과 그 주변 온천장, 동래문화회관에서 매년 10월 초중반 개최되고 있습니다. 매년 색다른 제목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되지만, 당시 읍성민의 삶을 체험해본다는 큰 틀은 바뀌지 않습니다.


복식체험으로 당시 옷을 입고, 연날리기, 씨름대회, 동래읍성 따라 걷기 등 실제로 읍성민이 되는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동래성 전투를 재현한 뮤지컬을 통해 앞서 설명한 전투 현장을 생생하게 다시 볼 수 있고, 동래 세가닥 줄다리기 재현으로 동래만의 특별한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동래읍성 역사축제는 동래의 전통과 문화, 숭고한 선열들의 구국정신을 중심으로 한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교육(education)과 오락(entertainment)이 결합 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의 역사교육형 축제로써 문화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축제입니다.




  유적, 유물, 유구와 같이 물질로 역사를 해석하는 고고학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학문적으로 접근해야만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부산에서 이루어지는 축제 참여로도 충분히 체험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물론 부산 지역을 나간다면 더 다양한 시대, 예를 들면 연천 전곡리 구석기 축제와 같이 더 과거로 갈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시대의 문화, 당대 사람들의 삶을 체험해보면서 과거를 이해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이 글은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전공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는 대중고고학연구회에서 발행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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