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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모아 에디트 Jun 25. 2023

아시아 최대 아트 마켓 홍콩의 현주소

Hong Kong Insight 2023

지난 3월,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이 3년 만에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코로나는 2019년 창궐 이후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전 세계의 사회적 풍토를 바꿔놓았다. 미술계는 온라인 아트마켓의 점유율이 올라가면서 VR과 메타버스 등 다양한 온라인 기반 서비스가 활성화되었지만, 작품을 실제로 마주하는 기쁨을 누릴 수 없었던 이들에게 오프라인 아트페어의 부활과 여러 미술관, 갤러리들의 활발한 전시 소식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 홍콩은 면세특구라는 이점과 경제적인 특성으로 오랜 시간 동안 유일무이한 아시아 아트마켓의 허브로 자리매김해왔었다. 매년 봄마다 개최되는 아트바젤 홍콩과 아트 센트럴 같은 위성 아트페어들로 인해 홍콩을 찾는 미술 애호가들로 북적거리던 화려한 도시는 팬데믹으로 국경을 폐쇄한 동안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살펴보자.








1. 구룡 (Kowloon)


K11 Musea (18 Salisbury Rd, Tsim Sha Tsui, Hong Kong)



2019년, 홍콩의 젊은 부동산 개발업자인 Adrian Cheng이 이끄는 'New World Development' 그룹은 빅토리아 하버 수변에 복합몰인 'K11 MUSEA'를 개장하며 홍콩의 모던 럭셔리를 대변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선보였다. 석양이 내려앉는 빅토리아 하버의 아름다운 그라데이션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우아한 금빛의 대형 복합몰은 홍콩의 젊은 셀러브리티들의 떠오르는 파티 장소인 5성급 로즈우드 호텔과 비즈니스 센터 K11 ATELIER, 고급 레지던스 ARTUS, 명품샵과 고급 니치 브랜드들이 입점한 현대적인 쇼핑몰 K11 Art Mall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아트 스페이스를 표방한 아트몰은 설계에 참여한 미국의 대표 도시 건축가 Porth Bagley와 James Corner의 섬세한 디자인과 더불어 파올라 피비, 어윈 부름, 카스텐 홀러 등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곳곳에 숨겨져 있으니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즐거운 경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세계적인 갤러리 페로탕(Perrotin)도 기존의 홍콩 분점을 센트럴에서 K11아틀리에로 새롭게 이전했다. 1층 안내 데스크에서 간단한 신분 확인 후 방문자 패스를 발급받으면 입장이 가능하다. K11을 MUSEA를 나와 Nathan Road 방향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홍콩 최초의 공공 미술관 HK MoA (Hong Kong Museum of Art)도 있으니 홍콩의 고미술과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으면 방문해보아도 좋겠다.



Mattew Ronay 전시 전경 @Perrotin Hong Kong (K11, Atelier, 18 Salisbury Rd, Tsim Sha Tsui, Hong Kong) 


HK MoA (Hong Kong Museum Of Art, 10 Salisbury Rd, Tsim Sha Tsui, Hong Kong), Courtesy of HK MoA



구룡반도의 서쪽 끄트머리에는 홍콩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대규모 문화 프로젝트인 서구룡문화예술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가 형성되었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미술관과 공연장, 극장 등이 들어서며 공공 예술지구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 중심에 2021년, 근현대 비주얼 컬처 센터 M+가 개관을 알렸다. 20~21세기 현대 비주얼 아트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며, 디자인과 건축, 영상매체 등 다양한 문화 예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22년 11월부터 6개월간 진행된 쿠사마 야요이의 블록버스터급 전시는 아트바젤 홍콩을 찾은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화려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한국에서도 송은 아트 스페이스 설계로 잘 알려진 유명 스위스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와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를 맡은 만큼 세련된 외형은 홍콩 문화예술의 위상이 아직 건재함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마찬가지로 위 팀이 디자인한 M+의 맞은편 WKCDA 타워에는 세계 4대 옥션하우스로 꼽히는 필립스(Phillips)가 새로운 아시아 본사를 확장 이전해 아트바젤 홍콩 기간 동안 성공적인 오프닝을 치렀다. 해안가를 둘러싼 아트 파크(Art Park)와 홍콩 고궁박물관(Hong Kong Palace Museum)도 주변에 조성되어 문화적인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M+ (West Kowloon, Museum Dr, 38號 M+ Cultural District), Courtesy of M+


Phillips Hong Kong (8 Austin Rd W, West Kowloon, Hong Kong), Courtesy of Phillips








2. 센트럴 (Central) 


해 질 무렵부터 화려한 불빛으로 빅토리아 하버를 수놓는 고층 빌딩들의 향연은 홍콩의 빼놓을 수 없는 눈요기 중 하나이다. 이곳을 이루고 있는 센트럴(Central)은 홍콩의 메인 상업지구이자 각종 금융기관이 즐비하면서도 골목골목 숨겨진 옛 홍콩 현지 문화들이 어우러져 동서양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지역이다. 또한, 홍콩의 아트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들이 밀집되어있는 가장 중요한 스팟이다. 특히 H Queen's 와 페더 필딩(Pedder Building)은 층별로 세계적인 메가급 갤러리들이 자리 잡고 있으니 반드시 방문해보자. 상층부터 한층 한층 내려오며 각 갤러리 고유의 컨셉과 분위기, 수준 높은 전시를 한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운이 좋으면 유명 작가의 기획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니 안목을 높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쾌적한 전시 공간은 홍콩의 살인적으로 습한 날씨를 피하기에도 제격이다. 여담이지만, H Queen's의 최상층에 있는 미슐랭 투 스타 프렌치 레스토랑 에크리튜흐(Écriture)에는 박서보 화백의 거대한 단풍색 묘법 작품도 걸려있다.



H Queen's (80, 12/F Queen's Road Central, Central, Hong Kong),  Courtesy of H Queen's, Écriture

*세계적인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 스톤, 탕 컨템포러리 아트, 페이스 갤러리, 하우저&워스가 상주해 있다. 



Zhang Xiaogang 전시 전경 @Pace Gallery


Windows of the Soul 전시 전경 @Whitestone 


Chow Chun Fai & Stephen Wong Chun Hei 전시 전경 @Tang Contemporary Art 


Pedder Building (12 Pedder St, Central, Hong Kong) 

*과거에는 정상급 갤러리들이 상주해있었으나, 현재는 펄램과 가고시안 갤러리만 남아있다.


Cynthia Polsky 전시 전경 @Pearl Lam Gallery 


Anselm Kiefer 전시 전경 @Gagosian 



명망 있는 재단들과 협력하며, 전문적인 아트 서적 출판, 아트 어드바이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비고비(LGDR) 갤러리도 뉴욕, 런던, 파리에 이어 2019년 센트럴역 인근에 LGDR & Wei를 개관했다. 레비고비의 아시아 파운딩 파트너인 레베카 웨이(Rebecca Wei)는 크리스티 옥션의 아시아 지사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3월 아트바젤 홍콩에 맞춰 진행된 필립스 홍콩 이브닝 세일의 대표작 요시토모 나라의 'Lookin' for a Treasure'작품을 HK$ 8,390(한화 140억 상당)에 낙찰받은것으로도 관심을 모았었다. 



LGDR & Wei (G/F, 2 Ice House St, Central, Hong Kong), Courtesy of LGDR & WEI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근처 웰링턴 스트릿(Wellington St)에 있는 홍콩의 터줏대감 갤러리 알리산 파인 아트(Alisan Fine Arts)는 자오우키(Zao-Wouki), 추태춘(Chu Teh-chun), 왈라세 팅(Walasse Ting)같은 중국 현대미술 작품들을 전문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Gao Xingjian 전시 전경 @Alisan Fine Arts (21/F, 1 Lyndhurst Tower, 1 Lyndhurst Terrace, Central, Hong Kong)



센트럴도 코로나와 홍콩의 정치적 변화로 상당한 변화를 겪은듯 하다. 중국 정부의 민주화 탄압과 팬데믹의 여파로 외국계 기업과 금융업 종사자가 싱가포르나 본국으로 철수하면서 서구권 컬렉터들이 대거 유실되고 폐쇄된 국경으로 인해 관광객 유치도 어렵다 보니, 홍콩 미술 시장의 소비 동향이 현저히 축소되었다. 이러한 여파로 상당수 갤러리는 비싼 센트럴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대신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을 택했다. 그러나 옛 경찰 기숙사에서 복합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PMQ처럼, 옛 교도소를 대규모 리노베이션한 문화유산 예술 공간 타이콴(Tai Kwun Centre for Heritage and Arts)이 새롭게 개장하면서 센트럴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타이콴은 빅토리아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19세기 후반의 역사를 보존하면서도 헤로조그와 드 뫼롱의 손을 거친 현대적인 건축물이 완벽한 대조를 이루며 마치 홍콩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듯하다. 넓은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낭만적인 아치형 테라스를 따라 홍콩의 영향력 있는 로컬 갤러리 오라-오라(Ora-Ora)와 이탈리아의 정통 있는 갤러리 마시모드카를로(MASSIMODECARLO), 아시아 근현대 미술 전문 갤러리 콰이풍힌(Kwai Fung Hin), 옻칠 공예 전문 갤러리 소일(Soil) 등이 입주해있으며 뒤편의 현대식 건물에는 비영리 현대미술관 JC Contemporary에서 다채로운 무료 전시가 기획되고 있으니 꼭 한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Tai Kwun Centre for Heritage and Arts (10 Hollywood Rd, Central, Hong Kong)


Tony Lewis 전시 전경 @MASSIMODECARLO 


 






3. 웡척항 (Wong Chuk Hang)


몇 년 전, 한국의 아트신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었다. 삼청동과 청담동에 밀집되어있던 갤러리들의 전통을 깨고 소위 말하는 MZ세대, 즉 젊은 갤러리스트들이 을지로 일대의 낡은 공업지대 골목에 문을 열고 실험적인 예술을 선보이며 과감하고 신선한 라인을 형성했다. 이처럼 홍콩도 기존의 화랑 지구였던 센트럴을 벗어나 새롭게 떠오르는 예술 지구가 있으니 바로 홍콩섬의 남쪽에 위치한 웡척항(Wong Chuk Hang)이다. 홍콩의 남쪽이라고 하면 대표적인 휴양지인 리펄스베이와 오션파크 정도밖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단이 주를 이루는 회색의 산업지구였던 웡척항은 실질적으로는 2010년부터 새로운 문화지구로서의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 상당수의 예술가들이 값싼 작업실을 찾아 유입하기 시작하면서 작가 스튜디오와 디자인 하우스, 보다 넓은 공간을 물색하던 갤러리들이 하나둘 이전을 감행했고, 2013년에는 이들이 연합하여 사우스 아일랜드 컬처럴 디스트릭트(South Island Cultural District-SICD)를 결성했다. 이후 오랜 기간 센트럴을 지키던 벤 브라운 파인 아츠(Ben Brown Fine Arts)나 악셀 베르보르트(Axel Vervoordt), 드 사르떼(De Sarthe) 같은 중대형 갤러리들도 합세하면서 이제는 홍콩에서 가장 트렌디한 예술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Tang Contemporary Art)도 센트럴에 이어 올해 웡척항에 두 번째 스페이스를 마련했다. 특히 최근 South Island Line의 연장으로 웡척항역이 개통되면서 센트럴에서 MTR로 두 정거장 밖에 되지 않는 탓에 접근성까지 한결 좋아졌다. 현재도 남쪽 지구의 개발이 한창인데다 지척에 국제학교들이 있어 웡척항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이다. 아직은 삭막한 공장 건물의 주차장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갤러리 입구가 어색하지만 이 또한 색다른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The Factory (1 Yip Fat St, Wong Chuk Hang, Hong Kong)

*감각적인 카툰이 벽면에 그려진 건물 2층에 Ben Brown Fine Arts 와 MOU Projects가 나란히 상주해 있다. 


José Parlá 전시 전경 @Ben Brown Fine Arts


Harrison Pearce 전시 전경 @MOU Projects


Tim Garwood 전시 전경 @Denny Gallery (612, Remex Centre, 42 Wong Chuk Hang Rd, Wong Chuk Hang, Hong Kong)


M Place(11/F, M Place, 54 Wong Chuk Hang Rd, Wong Chuk Hang, Hong Kong)

*빌딩 로비를 장식하고 있는 대형 배너에 입주 갤러리들의 전시를 소개한다. (Rossi Rossi 와 프랑스 갤러리 De Sarthe 가 상주해있다.)


Caison Wang 전시 전경 @De Sarthe


Axel Vervoordt Gallery Hong Kong (21F Coda Designer Building, 62 Wong Chuk Hang Rd, Wong Chuk Hang, Hong Kong)

*두 개 층으로 나뉘어져있는 악셀 베르보르트 홍콩의 갤러리 내부와 감각적인 오피스 공간


Kim Sooja 전시 전경 @Axel Vervoordt Gallery 



엑소더스 현상과 정치적 상황 등 홍콩은 여전히 변화를 겪고 있지만, 지난 3월 아트바젤 홍콩의 결과는 홍콩의 아트마켓이 아직은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서구권 컬렉터들의 부재는 중국 본토 자본이 매우고,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문화 예술 프로젝트들과 자국 예술가들의 후원을 아끼지 않는 홍콩의 로컬 컬렉터들이 존재하는 이상,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역사는 현재 진행 중인듯하다. 다만, 중화권 성향상 자국 예술과 블루칩, 유명 작가들의 작품에만 집중하는 것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아시아 최대 아트마켓이었던 이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반드시 견제해야 할 숙제로 보여진다.






 © 아모아 에디트, 2023 (원문 : https://amoaedit.com/review/?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5507158&t=board)




Reference.

hk-aga.org/art-guide-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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