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는 왜 결국 말하게 되는 사람인가

나서기 싫어도 마이크는 내 손에 온다

by 방그리

기획자가 되기 전까지, 나는 발표를 피했습니다.

조용히 일하고, 글로만 소통하는 게 더 편했어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맡겨버렸죠.


사실 저는 발표를 앞두고 청심환을 먹은 적도 더러 있습니다.

지금도 남들 앞에 나서야만 하는 자리에선 숨이 턱 막히고 손끝이 차가워집니다.

그런데 기획자가 되고 나니, 그런 저조차도 결국 말하게 되는 자리에 서야 하더라고요.


기획안을 공유해야 하고,

개발자들 앞에서 흐름을 설명해야 하고,

다른 팀과 회의를 주도해야 하고,

기능에 대한 질문도 명쾌하게 대답해야 합니다.


이처럼 기획자는 어쩔 수 없이, 말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기획서를 쓴 건 나니까,

가장 전체 구조를 알고 있는 것도 나니까,

이 기능의 ‘의도’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니까요.


말을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말하지 않으면, 기획이 오해받기 때문입니다.



남들 앞에 서는 게 두려운 기획자를 위한 현실적 팁


1. “전달”만 하면 된다, “잘” 말할 필요 없다


우리는 연설을 하려는 게 아니라 설명을 하려는 것입니다.

유창함보다 정확함, 빠른 말보다 논리적인 흐름이 더 중요해요.

핵심을 똑바로 말한다는 것만 연습하면 충분합니다.


2. 핵심 단어만 잡고, 흐름 중심으로 준비하자


슬라이드를 통째로 외우려 하지 마세요.

페이지마다 꼭 말하고 싶은 단어 하나, 두 개만 잡고 흐름을 기억하세요.


말이 틀려도 괜찮아요. 흐름이 맞으면 전달됩니다.


3. 머릿속 생각보다는 입으로 꺼내봐야 익숙해진다


머릿속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막상 말하려면 안 나올 수 있어요.

혼잣말처럼 말로 풀어보는 연습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커피 마시며 중얼중얼, 퇴근길에 입으로 시뮬레이션.

말은 머리가 아니라 입으로 익힙니다.


4. 개발회의에선 ‘한 명에게 설명한다’는 마음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는 긴장되기 마련입니다.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이걸 한 사람만 이해해도 성공이다.”

실제로 그렇게 설명하면 모두에게 더 잘 전달되기도 합니다.


5. 예상 질문을 미리 적어보고 정리해 두자


회의 전에 “이건 꼭 나올 질문이다” 싶은 것들을 적어보세요.

그에 대한 간단한 답만 있어도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건 왜 지금 해야 해요?

꼭 이렇게 구현해야 하나요?

이전 기능과 뭐가 달라요?


질문을 예측하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마무리하며


기획자는 말을 잘해서 주목받으려고 나서는 게 아닙니다.

기획서를 쓴 사람으로서의 책임 때문에 마이크 앞에 서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나서야만 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우리는 말 ‘잘’ 하려는 게 아니라,

말 ‘되어야 할 것’을 말하면 되는 사람들이니까요.


기획자의 말하기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책임의 일환입니다.

당신이 말할 때, 기획은 비로소 사람들에게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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