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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Oct 24. 2023

왜 못 미더울까?

애정과 애증사이 

연애를 했다. 그리고 너와의 결혼을 했다. 분명 사랑이었지.


식장에 내 손을 잡고 걷던 그날까지 너는 세상 가장 든든한 내 바람막이가 되어줄 것 같았다.


결혼 9년 차.


지금도 나를 위한다고 노력하지만 노력하는 모습도 빤히 보이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내 마음에 차지는 않는다.


밥 먹은 밥그릇을 싱크대에 두는 것은 기특하지만 물조차 부어놓지 않아 그릇이 말라버리게 두는 것.

설거지를 하고 나면 더러 숟가락에 굳은 밥풀이 붙은 게 남아있기도 하고 설거지 후에 흥건한 싱크대를 닦는 것은 늘 잊어서 결국 내 차지다.


샤워를 하고 나오면 니 걸음걸음 발자국모양 물길이 나고, 욕실 앞에는 네가 벗어놓은 옷이 수북하다.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정리는 나의 몫이고 나는 언젠가부터 너를 가르치고 설득하기를 포기했다. 


결국은 하나부터 열까지 내손이 가게 돼버리는 것을 감정싸움만 될뿐이다. 


내 아들은 분명 셋인데 마치 넷을 키우는 이 기분은 뭘까?


그래.... 너도 아들이지... 너네 엄마 아들... 


그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웠던 그 남자는 어디로 갔을까? 


바뀐 것은 나의 마음일까 너의 태도일까? 

커다란 사건사고는 극복이 되는데 사소한 하나하나가 너무나 거슬린다. 


애정과 애증의 차이는 너무나 미세하다.


그래도 어떤 날은 '가장 노릇이 힘들겠지' 싶어 짠한 마음이 들다가도 어떤 날은 자는 모습만 봐도 꼴이 뵈기 싫어 엉덩이를 걷어차주고 싶다.


살아보면 세상남자 다 그놈이 그놈이라는데.....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른 놈보단 네가 낫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이건 애정일까?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설레었는지는 잊었지만 네가 없는 삶이 상상되지 않는 건 익숙함 때문일까? 사랑일까.  


아이와 노는 너의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건 행복해서겠지.


어쩌면 너의 사소한 모습 하나하나가 못마땅한 건 내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서일지도 모른다며 나에게서 문제를 찾아본다. 


예전엔 여기저기 손을 잡고 놀러 다니던 너와 나의 세계가 작은 세 꼬마가 있는 작은 집에만 갇혀있게 되어 내 마음도 작아졌나 보다. 


가끔은 아이들 없이 둘이 손을 잡고 나가 맛집에 가고 영화를 보고 차를 마시고 캠핑도 하면서 서로만을 보는 시간이 다시 온다면 나는 너의 모든 못마땅한 모습들을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늙어갈 모든 내일에 너만이 그려지는 것은 아마도 아직 널 사랑해서라고 생각하면서 오늘을 지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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