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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Oct 19. 2023

그럴 수 있어. 어쩔 수 없지.

나만의 마법의 주문이다.


어릴 땐 별것 아닌 것들에 얼굴이 벌게지도록 화를 내기도 하고 별것 아닌 것에 주저앉아 우는 일도 잦았다.


그때는 그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큰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세상이 무너진 듯 굴었지만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일들도 많았다.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정말 소중한 것들이 하나하나 생겼다.


나만 생각하던 생각을 벗어나 보려 하지 않았던 다른 사람의 입장도 헤아려보기로 했다.


그래서 당황스러운 일을 맞닥뜨렸을 때 한 호흡 고르고 소리 내어 말한다.


"그럴 수 있어!"


정말 거짓말처럼 당황스러움도 화도 절망도 조금 수그러든다. 그렇게 상황을 이해해 보려 노력하고 잠시 생각한다. 


누군가에 기대어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바보 같은 것은 없다. 가만히 있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국 내 몫이다. 그럴 때 외치는 두 번째 마법의 단어. 


"어쩔 수 없지!"


결국 내가 할 일이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내가 내뱉은 말이 내 귀에 다시 한번 들림으로써 다시 한번 되새긴다. 


이래서 선생님들이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면서 쓰라고 하는가 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마법의 단어들을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거짓말처럼 종종 일어나던 작은 트러블들이 사라졌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어!" 하고 외치는 나의 모습을 본 주변사람들도 언젠가부터 내 말투를 따라 하며 "그럴 수 있어!" 하고 웃어 넘기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내가 가장 놀랐던것중에 하나는 '상식'이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상식적으로'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모두에게나 동일해야만 할 것 같은 이 '상식'이라는 건 의외로 모든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서 생겨나는 다툼도 다양하고 그 사소한 하나하나가 사람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커다란 틈새를 만들어낸다.


수많은 다툼과 돌아섬 뒤에 '그럴 수도 있다.' '나는 다른 사람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라는 작은 깨달음 후에 만들어낸 간단한 마법의 단어로 인해 소소한 다툼을 피하고 또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리고 그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는 '어쩔 수 없지'라고 다시 되뇌며 스스로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든다. 


내가 하는 일이 항상 정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걸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래야 내 아이들의 부끄럽지 않은 든든한 버팀대가 되어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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