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리고 각종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마라톤을 주최하기도 한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싶지 않지만, 그가 매일 '달리는' 이유는 늘 궁금했었다.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고 하기에 그는 달려도 너무 달렸으니까.
그가 딱히 뭐라고 설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1년 가까이 그의 피드들을 관찰(?)해온 결과, 그는 늘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토커 아니고, 팬)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움직임말이다.
마라톤뿐만 아니라 그가 하는 대부분의 활동은 사회약자나 소외계층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고, 나아가 평범한 시민들이 활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그의 행동들이 얼마나 지속적이고 꾸준했는지 언론매체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었고, 그래서인지 어떤 이들은 그를 '사회복지사'라고도 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선행'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확히는 '선한 영향력'이 어울리는 표현 같다.
자기만족에 가까운 '선행'보다는, 나의 삶의 방향과 내가 속한 사회의 방향을 같은 쪽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에너지'라는 점에서 선한 영향력은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선한 영향력을 사는 삶
내가 그를 존경에 가까운 눈으로 보게 이유도 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나를 포함해서)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직시하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힘을 모으고 실제로 조금씩 그 간극을 메꿔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그'가 누구인지 실명을 언급하지 않아도 짐작하는 이들도, '그'가 누구일까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을 테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글 마직막에 있을 겁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역사의 그늘에 묻힌 이들의 삶에 찾아가, '얼마나 힘드셨어요' 따위의 말이 아닌, 그들의 실질적인 삶을 세워주고, 이 사회에서 소외된 그들의 삶을 양지바른 곳으로 이끌어 내준다.
그런데 그는 그 일을 결코 혼자 하지 않는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도 모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방네 소문을 내서 너도 나도 두 손 두 발 다 보태게 한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그 모든 일에(행사라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사전 참가신청을 해야 하고, 참가비가 있다. 어영부영 우물쭈물하는 사람들은 남들 좋은 일 하는 거 지켜보기만 할 때, 누군가는 참가정원이 다 차기 전에 신청서를 내고, 참가비를 지불하는 수고를 한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선행은 일회성으로 끝나기 쉽고, 동기부여가 없는 참여는 대가(사회적 인정)를 바라기 쉽다.
그래서 나는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그런 움직임들이 주변에 있을 때, 그것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를볼 때마다 놀란다.
아이들 학교, 아파트 동네 도서관, 심지어 친환경 마트 등 지역사회에서 크고 작은 비영리 단체들이 사람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행사를 주최하고 수익금을 사회 취약계층에 환원한다. 수익금을 내는 활동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플로깅 모임을 통해 마을을 깨끗하게 하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한글학교, 놀이 학교를 통해 한국 문화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꺼이 재능 기부를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사람들은 금방 떨어져 나간다. 그 모임이 변색되지 않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도록 나름의 행동 강령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 활동을 통해 스스로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만이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가는 것 같다.
그런 삶을 택한 자신을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나 역시 행동보다는 행동하는 이들에게 존경의 박수만 보내는 사람이지만, 그들의 선한 영향력이 지속되길 바라며,응원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글로 힘을 보태본다.
지난주까지 알록달록 옷을 입은, 입만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소란함에 머리가 아팠지만, 이제 진짜 누가 제대로 행동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올바로 서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행동하는 선함이 아직은 우리 사회를 살 만한 곳으로 이끌고 있음에 감사하며,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영하의 날씨에도, 찌는 듯한 더위에도 달리는, 멋진 분의 사진을 팬심 가득 담아 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