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의 시작은, 어디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멘터리에서 호랑나비 애벌레를 잡아먹으려던 작은 참새가 애벌레가 내뿜는 지독한 냄새 때문에 도망간다는 내용을 본 기억 때문이었다.
'새들은 냄새를 못 맡는다고 배운 것 같았는데..'
물론 언제, 어떻게 배웠는지 출처가 기억나질 않는 걸 보니 나의 무지, 혹은 편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새들도 후각세포가 있는 것이 맞다. 조류의 시각과 청각이 생존에 가장 중요한 감각이기는 하지만 타조목과 슴새목과 같은 조류들은 특수한 생활환경으로 후각이 더 발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에 따르면 새들의 종류마다 생활환경에 따라 후각 발달 원인이 다양하다. 밤리랍토스라는 조류와 비슷한 골격을 지닌 공룡이 진화를 통해 현재 조류가 후각 갖게 되었다는 연구결과는 흥미로웠다. 또 황새가 둥지를 지을 때 '신선한 풀냄새가 나는 곳을 선호한다'는 실험결과를 통해, 새는 후각을 통해 냄새를 맡고, 어떤 의미로든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후각을진화 시켜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참고자료:월드투데이)
다음날,여기까지 내용을 가족들에게 전달했지만, 뭔가 조금 부족한느낌이 들었다.
'왜 어떤 새들은 후각이 덜 발달하고 더 발달했을까. 단지 환경의 차이일까. '
그 이유를 좀 더 과학적으로 풀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때마침, 네이버로 구독 중인, 이광렬 교수님의'모두를 위한 화학'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가 진행 중이었다. 재빨리 무물을 올렸더니 1시간 도 채 되지 않아 답변이 왔다.
이광렬 교수님의 답변을 최대한 그대로 활용해 적어보자면,
새는 비강(콧구멍 안쪽의 돔형태의 빈 공간)이 짧아서(외적으로도 코가 없어도 너무 없어 보이기는 함) 냄새를 못 맡는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사람처럼 후각 수용체가 있다. 이 후각 수용체는 단백질로 되어있고, 특정 냄새 분자에 특정 단백질이 결합하는데, 일종의 열쇠와 자물쇠의 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후각 수용체라는 자물쇠에 딱 맞는 열쇠 냄새분자가 붙으면 신경전달신호가 생기고 뇌가 그것을 인식하게 된다.
조금 덧붙이자면, 냄새 분자를 인식하는 자물쇠 수용체가 많을수록 더 많은 신경전달 신호가 생길 것이고, 결과적으로 후각이 더 발달하게 될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약 400종의 후각수용세포를 가지고 있고, 사족보행을 하는 개는 1000배나 많다고 한다. 진화론적으로 생존에 가까운 감각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발달하게 된다는 뜻이다. 알바트로스라는 새는 몇 킬로 밖에서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데,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시각 후각이 모두 발달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라고, 그다음 날 아침식사 자리에서 내가 자랑스럽게 설명을 했다. 물론 사흘이 지난 주제라 다들 관심이 시들했지만, 남들 다 아는 사실일지라도 (혼자 뒷북치며) 흥분해서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는 스스로를 뿌듯해했다.
그게 뭐든, 나도 아이들과 함께 여전히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그리고 애들은 참 복을 많이 받았네요. 부모가 지식의 가치에 대한 인식도 확고하고 토론의 중요성도 잘 아시는 분들이라. 제가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을 아이들이 잘 습득하게 해서 큰 일꾼으로 잘 키워주세요. 화이팅! 그리고 팬심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