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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ung Kim May 25. 2017

커피 찌꺼기의 번외 활용

소소한 삶의 재미

커피 찌꺼기, 어디까지 활용해 보셨습니까?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커피 찌꺼기로 식물 비료를 만들기도 하고 냉장고 냄새를 없애는데 활용하는 사례가 나와있다.


내가 20살이던 2000년대 초만 해도 커피는 확실한 기호 식품이었다. 커피숍도 많지 않았고,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커피라고 해야 자판기 인스턴트커피가 전부였다(수도권에는 이미 유명 브랜드의 커피숍들도 있었겠지만, 내가 살던 곳은 맛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전라북도로 스타벅스가 들어선 지 10년 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길마다 다양한 브랜드 커피점과 개인 커피숍들이 늘어났다. 이용 빈도수도 늘고, 하루에 마시는 횟수도 늘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41잔이라고 한다.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꼭 커피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하루 한 잔쯤은 사 마실 수 있는 음료가 되었다고 해석된다. 커피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커피 마시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기쁘지만, 커피나무 한 그루 재배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약 16만 톤이라는 어마어마 한 양의 원두를 수입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좀 줄여야 하나 싶기도 하다.


우리가 마시는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아메리카노는 원두를 잘 볶아서, 기계에 곱게 간 다음, 가루를 압축하여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 추출한 원액을 적당한 양의 뜨거운 물에 희석해서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양의 원두를 수입하는 것 못지않게 어마어마한 양의 커피 찌꺼기가 발생하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일이다.

커피 1잔을 뽑아내는데 볶은 콩 10g 정도가 사용된다고 하니 한 매장이 하루 100잔 만 팔아도 1년이면 약 365kg에 해당하는 커피 찌꺼기가 발생한다.


다행이라면 이 커피 찌꺼기는 다른 음식물 찌꺼기와는 다르게 냄새도 심하지 않고 버려진 모양이 그다지 흉하지 않다. 게다가 몇몇 커피 전문점들은 커피박이라고 불리는 이 커피 찌꺼기를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커피 찌꺼기의 재활용 방법까지 친절하게 적힌 안내문도 곳곳에 붙여놓고 말이다.


나 역시 집에서 식물을 키우다 보니 식물 분갈이할 때 커피 찌꺼기를 사용하게 된다. 커피숍에서 가져온 커피 찌꺼기를 신문에 잘 펴고 하루 이틀 바람을 쏘이며 고슬고슬하게 말린다. 주로 토마토와 상추에 비료처럼 뿌려준다. 남는 것은 컵에 담아 작은 구멍을 낸 뚜껑을 덮어 식자재 서랍에, 주방 서랍장에 넣어둔다. 개미와 같은 작은 벌레 퇴치에 효과가 있다.

여기까지는 인터넷을 찾아 알아낸 정보를 활용한 것이다.


얼마 전, 베란다에서 놀던 아이가 건조 중이던 커피 찌꺼기를 손으로 조몰락 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조금 빈둥거리던 아이가 때마침 놀잇감을 찾아낸 것이다. 잘됐다. 

나는 아이의 한쪽 손을 커피 찌꺼기에 묻은 뒤 탁탁 다져주며 말했다.


"엄마 어릴 때는 이렇게 노래 부르면서 했어.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엄마가 신나서 노래를 부르자 아이는 더 신나서 팡팡 두드린다.

손을 살살 빼내어 동굴을 만들고, 동굴을 무너뜨리지 않고 커피 찌꺼기 모아 오기 놀이를 10번쯤 반복하다 쪼그려 앉은 다리에 쥐가 났다. 내가 일어나서 거실로 들어오고 한참 후까지 아이는 커피 찌꺼기를 모래 삼아 가지고 놀았다. 

유레카! 놀이가 다 끝나고 손을 씻었는데 각질 제거하고 난 듯 손이 매끈하고 보들보들하다.

얏호, 천연 커피팩을 한 셈이구나.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커피 찌꺼기 활용에 나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아이에게 재미난 놀잇감 하나를 선물(?) 해 주었고, 덕분에 천연 커피팩을 했으니 말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커피 찌꺼기에 올리브 오일을 섞어서 발라주면 더 효과가 좋다고 한다.



덧붙임. 맛있게 잘 마시고 지혜롭게 커피 찌꺼기를 잘 활용하면, 커피 한 잔 값이 아깝지 않다고 스스로 위안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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