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소중해졌다. 그림책 학교에 가기 전에 시간이 애매하게 남으면 혼자 보낼 수 있을 만한 카페를 찾아 홀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주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린다.
책과 멀리하던 때에 비하면 올해는 매달 1권씩은 읽고 메모장에 어떤 작가님의 어떤 책이었는지를 기록해두었다. 술술 읽히는 날에는 한달에 2~3권도 읽게 되었지만 두꺼운 책을 읽을 때는 두달이 걸리기도 하였다. 그렇게 책들을 읽으면서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 혼자 보내는 시간이 좋다. 나를 알아가는 이 시간들이 좋은 것 같다.
카페에 가면 내 주변에 있는 것을 그리게 되는데 관찰하면서 가볍게 펜으로 드로잉을 했다. 몇장을 드로잉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 물감으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진으로 찍어 두었던 장면이다.
합정 비하인드 카페
그림을 완성하고 보니 전체적으로 칙칙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그림이 좋다는 댓글을 보고 힘이 났다.
몇일이 지나고 다시 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상수 프로토콜 카페
같이 그림학교에 다니고 있는 빈나가 알려준 카페인데 3층으로 올라가면 다들 혼자 와서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 독서실 같은 분위기가 나서 가방을 내려놓을 때도 조심스럽다. 저녁 6시가 되니 사람들의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수업 전에 저녁을 먹어야 하기에 나도 짐을 챙겨 일어났다.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나는 또 무심코 사진을 찍는다.
다음 날 무얼 그릴지 사진첩을 보다가 카페의 모습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 학교를 오기 전에는 나의 기준이 높아서 였을까.. 이런 공간 전체를 그리는 것에 겁을 먹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기준이나 틀을 깨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더 마음 편안하게 쓱쓱 그리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