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여행을 상상하는 시간
러브야, 엄마는 너와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한번 들어볼래?
엄마는 제일 먼저 머무를 곳을 정해볼 거야. 종일 돌아다닌 후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숙소에 도착하기 몇 미터 전, 거리에서 바라본 숙소가 낭만적인 곳으로 정하고 싶어. 머무는 동안 혹시 비가 올지도 모르니 빗소리가 잘 들리게 창문이 많았으면 좋겠어. 은은하게 노란 조명을 방안 곳곳에 둔 곳이라면 밤에는 꼭 노란 조명만 켜두자. 그리고 하얀 침대에 누워 장난도 치고 책도 읽으며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두자. 사진이 정말 따뜻한 느낌으로 나올 것 같아. 밤이 되면 나무에 둘러싸인 수영장에서 밤 수영도 꼭 하자. 엄마도 여태껏 본 적은 없지만 반딧불이 날아다녔으면 좋겠어. 꿈인가, 정말인가 하며 평생 잊지 못할 밤 수영이 되겠다, 그렇지?
아침 식사는 플레인 요거트에 딸기잼을 바른 부드러운 빵을 먹는 게 어때? 오븐에 구운 빵 냄새가 가득 풍기는 베이커리 카페가 있다면 그곳에서 아침을 먹어도 좋을 거야. 로메인, 스위트콘, 오렌지 얇게 썬 것에 상큼한 키위 드레싱이 곁들여진 샐러드가 있으면 좋겠다. 엄마는 요리를 잘 못하는데 숙소 주방은 너무 아담해서 요리 하기에 협소하니 간단히 먹을 구실이 생겨 행복하네. 아침을 먹고 나면 가까운 공원을 걸어보자. 아침에 녹색 나무가 가득한 숲을 걸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냄새를 더 진하게 맡을 수 있을 거야. 근처 거리에서 열린 마켓 구경도 가볼까? 맛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제철을 맞은 현지 채소와 과일도 구경해 보자. 그곳에 꽃집이 있다면 코랄 작약이나 튤립 한 다발을 신문지에 돌돌 말아 마르쉐 백에 넣어 들고 다니자. 하루 종일 낭만적인 사진을 찍는거야. 돌아다니다가 다리가 아프면 노천 카페테라스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며 멍하니 앉아 있는 것도 좋지. 그곳의 공기와 온도, 소리, 분위기, 냄새를 느끼면서 멍하니 쉬는 거야.
이제 점심을 먹어야겠지? 러브는 호로록을 좋아하고, 엄마는 크림 파스타를 좋아하니 이탈리안 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가자. 아빠는 제로 콜라에 고르곤졸라 피자를 먹고 싶어 할 것 같아. 하얀 식기에 그럴듯하게 담긴 따뜻한 크림 파스타와 깨끗한 물이 담긴 투명한 유리잔 옆에 아까 산 꽃도 자연스럽게 놓아서 사진 한 장 남기는 것도 잊지 않기로 해. 자연스럽게 먹는 모습도 꼭 사진으로 담아줄께.
이제 배부르게 먹었으니까, 소비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명품 샵에 가냐고? 아니야. 엄마는 유지혜 작가가 여행할 때면 꼭 들르는 빈티지 샵과 서점에 가보고 싶어.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는 경험을 엄마도 해보고 싶거든. 러브는 어디가 좋을까? 여행 온 곳에서만 살 수 있는 귀여운 가방이나 필통을 사도 좋을 것 같아. 특히 필통은 시간을 오래 할수록 정이 들어 참 소중해지거든. 참, 스르륵 부드럽게 써지는 연필도 꼭 사자. 우리 집에서 패션에 제일 관심이 많은 아빠를 위해 옷 가게도 들러야해.
우리 마음에 드는 물건도 샀으니, 다음은 와이파이가 되는 스타벅스로. 노천 카페는 와이파이가 안 될 수도 있거든. 스타벅스에 앉아 오늘 하루를 기록하는 페이퍼를 쓰는 거야. 글과 사진을 SNS에 올려볼까? 하지만 이 기록을 러브가 마음에만 담아두고 싶다면 어딘가에 꼭 차곡차곡 간직해 줘. 엄마아빠가 너와 함께했고, 우리가 같이 행복했다는 증거니까.
저녁 식사는 멋진 레스토랑에 가볼까? 종일 돌아다니느라 노곤하다면 간단히 치즈버거에 감자튀김을 먹거나 숙소로 들어가 컵라면을 먹는 것도 좋겠다. 이건 아빠한테 물어보자. 그리고 우린 낭만적인 밤을 보내다가 잠들자.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어린 러브야, 너가 오랜 시간을 비행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릴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