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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와 비엔나 건물 색깔이 차이 나는 이유

결국 '돈'의 문제?

by 비엔나 보물찾기

비엔나에 있을 때 지인이 8일 일정으로 동유럽을 여행온 적이 있다. 예전에 TV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세대여서 그런지 프라하를 5일, 비엔나를 3일로 일정을 짠 후 프라하에 5일 머물고 비엔나로 와서 머물다 다시 귀국했다.


두 도시를 연달아 여행한 후 그 지인의 평가는 첫 번째, 왜 프라하를 5일 있었을까, 반대로 비엔나를 5일로 짰어야 하는데 라는 탄식과 체코는 건물 색이며 거리가 지저분하고 어두우며 밤에는 나다니기 무서울 정도였는데, 비엔나는 깨끗하고 밝은 느낌에 안전한 도시여서 그런지 밤새 거리를 나다녀도 위험하다는 느낌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인의 평가 중 하나에 주목했다. 체코와 비엔나의 건물 색, 특히 성당의 색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이유를 말이다.


아래 사진 중 위는 비엔나의 대표 성당 슈테판 성당이고, 아래는 프라하의 성비투스 성당이다. 물론 사진을 찍은 날의 날씨가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물을 자세히 보면 슈테판 성당 첨탑은 밝은 베이지 색임에 비해 성비투스 성당은 첨탑이 불에 그을린 듯 검다. 일부러 숯을 칠해 놓은 것 같아 보인다.


체코의 건물, 특히 성당이 어둡고, 심지어 스산해 보이기 까지 하는 비밀은 건축자재에 있다. 그리고 그 건축자재를 관리하는 그 나라의 경제력의 차이에도 원인이 있다.


그 비밀은 이렇다.


동유럽의 성당들은 대부분 모래로 만들어진 암석인 사암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베이색, 즉 모래색을 띤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암에서 시작된다. 사암은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검게 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체코 프라하의 비투스 성당은 성당 벽면을 닦아내지 않아 원래 베이지색 사암 벽면이 점차 검게 변해 마치 숯을 바른 듯한 벽면이 주는 느낌이 다소 어둡다.


그런 반면, 비엔나 슈테판 성당은 마치 금방 성당을 쌓은 것처럼 벽면의 색이 사암 본연의 색으로 빛난다. 그 이유는 사진에서 보듯이 벽면 일부를 가린 채 그 뒤에서 누군가 열심히 벽면을 닦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비엔나에 갔을 때 삼성이 후원해서 한쪽 벽면을 가린 막 위에 핸드폰 광고를 하고 있었다. 이유는 삼성에서 후원받은 광고비로 슈테판 성당 벽면을 닦아내기 위함이다. 비엔나에 오래 살았던 지인 L의 얘기에 따르면, 광고판은 4면에 돌아가면서 설치된다고 한다.


슈테판 성당의 한 면이다. 일부 벽돌은 세월의 풍파를 맞으면서 새롭게 교체된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밝은 느낌을 주고 있지 성비투스 성당처럼 검은 느낌은 없다.


그러나 그 옆면은 브라이틀링 시계사에서 후원하기는 하지만, 아직 세척작업을 시작하지 못했는지 비투스 성당의 첨탑과 비슷한 정도의 검은색으로 남아 있다.


열심히 닦아야만 본연의 모래색으로 빛날 수 있는 동유럽 성당의 운명. 열심히 발을 굴러야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타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렇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자신의 가치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삶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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