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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허 카페 vs. 데멜 카페?

개인적으로는 데멜 카페가 의문의 1승...

by 비엔나 보물찾기

K.u.K. 는 Kaierlich und Koeniglich인데, 영어로 번역하면 Imperial and royal이다. 이 약어는 1804년부터 1867년까지 동유럽을 지배했던 오스트리아 제국의 모든 국가기관, 나아가서는 1867년부터 1918년까지 번성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대에 제국 전체의 국가 기관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비엔나에는 카페 문화가 아주 발달했다. 그 옛날 '꿈의 해석'의 저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빈 분리파의 핵심 인물인 '키스'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쉴레, 건축가 오토 바그너, 화가 오스타 코코슈카 등 많은 유명인들은 카페에 앉아 당시 사회와 문학과 예술을 논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그래서 비엔나에는 다들 아는 자허 카페, 데멜 카페, 첸트랄 카페가 아니더라도 '비포 선라이즈'의 배경이 되었던 카페 스펄, 카페 뮤제움, 카페 란트만 등등 카페 투어만 해도 비엔나 여행 시간을 다 쓸 수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카페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자허와 데멜은 '토르테'를 가운데 두고 역사적인 일화가 있다.

자허 토르테는 1832년 오스트리아 외상 메테르니히가 중요한 손님에게 대접할 디저트를 준비하라고 지시하면서 만들어진 살구잼이 들어간 초콜릿 케이크이다.

그 후 1930년대 대공황으로 호텔 자허가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오스트리아 황실에 과자류를 만들어 납품하던 데멜에서 호텔 자허에 대한 회생 자금을 지원하며 자허토르테의 조리법과 판매권을 사들인다.


또 시간이 지나 2차 세계대전 후 호텔 자허는 데멜로부터 자허 토르테의 판매권을 다시 사들이려 했으나 데멜 측에서 거부하였고 이후 7년 동안 토르테의 판매권을 두고 소송을 벌인다. 소송의 결과 자허토르테라는 상표명은 자허와 데멜 모두 사용할 수 있으나, 자허는 오리지널 자허토르테로, 데멜은 데멜의 자허토르테(줄여서 데멜 토르테라고도 한다)라고 이름을 붙여서 토르테를 판다고 한다.


어찌 보면 초콜릿 케이크의 레시피 정도라면 이를 재현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듯한데, 토르테 하나에 대한 오스트리아인들의 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카페 데멜(Cafe Demel)은 그라벤 거리에서 호프부르크로 가는 길에 있다. 명품 가게들이 늘어선 콜 마르크트 거리이다. 늘 여행객들이 가게 문 앞에 길게 줄을 서 있기 때문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면 기다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데멜 카페는 황실에 납품하던 과자점이니 만치 K.u.K. HofzuckerBaecker라는 이름을 가게 이름 앞에 같이 쓴다. K.u.K는 Kaiserlich und Koenichlich의 약자로 영어로 번역하면 Imperial and royal이다. 이 약어는 1804년부터 1867년까지 동유럽을 지배했던 오스트리아 제국의 모든 국가기관, 나아가서는 1867년부터 1918년까지 번성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대에 제국 전체의 국가 기관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K.u.K. 는 왕실로부터 공식적인 인증(official warranty)을 받아 물건을 납품하던 기관이나 가게에서 가게 홍보를 목적으로 왕실에 납품하는 가게라는 것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허락받아 사용한 홍보문구이다.



데멜 카페에는 빵도, 케이크도 많지만, 처음 가는 여행자라면 대표 메뉴인 카이저슈마른을 추천한다. 얼마나 대표 메뉴인지 가게 안이 보이는 유리창에서 직접 만든다. 카이저슈마른을 직접 만드는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고 있으면서, 그 뒤에서는 딸기잼을 만든다.


우리나라 길거리 음식인 계란빵 같은 맛인데, 아주 부드럽다. 딸기잼의 단맛과 어우러지면 한동안은 그 맛을 잊기가 어렵다.



카이저슈마른의 모양은 투박하지만 그 부드러움은 어디에 비할 바 아니다. 그리고 데멜 카페의 아인슈패너는 크림이 유난히 많다. 그래서 커피가 더 부드럽다.


데멜 카페에는 빵 종류도 많다. 그리고 가게 안 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쿠키 등을 선물용으로 포장해서 파는 섹션도 있으니 지인들에게 줄 선물로 사도 좋을 것 같다.


자허 카페는 커피를 주로 즐길 수 있는 카페라면, 데멜 카페는 커피보다는 빵, 과자, 카이저슈마른 등 다채로운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카페로 비교된다. 그 옛날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에 과자를 납품하던 그 레시피의 맛을 즐겨보고 싶다면 자허보다는 데멜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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