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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Apr 16. 2024

아이리쉬 위스키 마시러 벨파스트로 가다

주말이 한가했던 비엔나 정착기간


비엔나에 혼자 먼저 가서 정착 준비를 하다 보니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는 딱히 이렇다 할 일이 없다. 완전히 달라진 근무환경에 일 콘텐츠도 익숙지 않았던 터라 서울에 있을 때 자주 그랬던 것처럼 토요일에 혼자 사무실 출근을 했었다. 공부도 하고 오버타임도 확보할 겸 일거양득이겠더니 했다. 

그런데 월요일에 출근해 보니 오버타임이 출퇴근 시스템에 기록이 안돼 있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주말에는 출근해도 출근시간으로 계산이 안되고, 평일에도 8시 넘으면 오버타임이 계산되지 않는단다.


그때 알았다. 외국에선 시스템적으로 평일 야근, 주말 출근을 못하도록, 아니할 필요가 없게 만들면서 개인의 삶을 배려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실현해 나가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주말에 난 아일랜드로 떠났다. 

대학교 영어 교양수업 교재에 있던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리너스(Dubliners)'를 떠올리며 말이다.


저가항공 타고 돈 벌었다 생각하며 향한 더블린, 아일랜드


아주 옛날 미국에 있을 때 얘기로 잠깐 새면, 그 당시 와이프는 아동용 폴로 옷, 포트메리온과 레녹스를 사면서 '이게 한국에서는 얼마인데' 하면서 돈을 벌었다며 연신 물건들을 샀었다. 결국 그 물건들을 나중에 다 쓰고 지금도 쓰고 있지만 당시엔 결국 정상가 또는 한국 판매가보다 저렴하게 사기는 했지만 결국 옷장에 찬장에 쟁여놓을 물건들을 할인 가격만큼 쓴 것인데 왜 돈을 벌었다고 하는지 이해는 되나 공감이 잘 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유럽 저가항공을 타고 다니면서 똑같지는 않지만 그때 그 마음을 조금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엔나-더블린 왕복요금이 30유로였으니 말이다. 서울에서 대구 가는 고속열차 요금 정도로 비엔나에서 아일랜드로 비행기 타고 갈 수 있다니. 돈을 썼지만 돈을 벌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아일랜드의 상징색(?)으로 덮인 Aer Lingus에 올랐다. 

참고로 Aer Lingus는 아일랜드어로 항공함대(Air Fleet)를 의미하며  아일랜드 정부가 소유한 국영 저가 항공사였으나, 지금은 런던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고 한다. 항공기 겉은 초록색으로 덮여 있으며 꼬리날개 위에 아일랜드의 상징은 클로버가 그려져 있다. 


비엔나에서 비행시간이 약 3시간이라 비행기 안에서 할 걸 찾는다고 항공사가 제공하는 아일랜드 여행안내 책자를 뒤적였다. 나름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타이타닉호 박물관, 왕좌의 게임 전시관이 내가 향하던 벨파스트에 있었고, 더블린의 '유흥가' 템플바에 있는 맛집 소개도 있다.


아일랜드행 비행기에서 아일랜드 친구를 만들다


비행기에서 여행안내책자를 다 읽고 제자리에 놓을 때쯤 옆 자리에 앉은 여자분이 말을 건다. 한국에서 왔냐며. 그 질문에 나는 보통 서양인들은 한국인지, 일본인지 중국인지 구분을 잘 못해서 대개는 좀 차려입었다 싶으면 일본인이냐, 아니면 중국인이냐부터 묻는데 어떻게 한국 사람이냐고 바로 물을 수 있냐 반문했다. 참고로 유럽게서 중국인이냐 묻는 건 내 느낌으로는 인종차별 또는 비하하는 생각을 담아 묻는 것 같다. 전적으로 나의 추측이지만. 

다시 돌아가서 그 여자분은 대구에서 페이스 페인팅 대회(?)에 참가하고 아일랜드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 답에 내가 대구가 고향이다 등등으로 얘기가 시작돼서 결국 나이까지 같음을 확인했다. 짧은 비행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던 계기를 만들어준 친구. 

그런 우연한 조우. 마음의 긴장을 풀고 스스럼없이 얘길 나눌 수 있게 만드는 매력. 그것이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아이리쉬 위스키의 원조, 벨파스트를 가다.


벨파스트는 아일랜드 북쪽 해안에 위치한 도시다. 부쉬밀(Bushmill)이라는 아이리쉬 위스키 증류공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아일랜드 섬에 있지만 행정구역(?)으로는 영국령이다. 1920년 아일랜드 정부법에 의해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1921년 북아일랜드가 만들어지면서 당시부터 지금까지 영국에 속해있다.


아주 복잡한 영국과 아일랜드의 역사는 다음 기회로 미루려고 한다. 


더블린 공항에 내려 벨파스트로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한다. 비행기는 있으나 더블린에서는 런던 히드로 공항을 갔다가 벨파스트로 가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버스로는 4시간 정도 걸린다. 

더블린 시내에서 호텔을 찾아가는 길에 있는 건물들의 전형적인 색감은 어둡다.

아마 덴마크나 스코틀랜드 같은 북쪽에 위치한 나라들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벽돌색인 것 같다. 약간 어둡고 거무튀튀한 색감. 장엄하고 엄숙한 느낌. 그것이 벨파스트에서 받은 첫 느낌이다.


호텔 조식은 늘 정답이다.

나름 체형을 유지하는 나만의 비결은 아침을 잘 안 먹으면서 자연스레 아침을 거르는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이다. 누구는 아침을 먹어야만 뇌가 활동할 영양소를 얻어 아침 시간에 집중을 잘할 수 있다지만 난 그 더부룩 함이 별로다. 그래서 가끔은 계란 하나에 우유 한잔으로 아침을 먹는다.

그러나 호텔에 가면, 특히 조식 포함 호텔에 가면 컨티넨탈 뷔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갓 구운 식빵에 요구르트, 계란과 베이컨 몇 조각, 그리고 커피에 과일.

평상시 먹는 아침치고는 거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런 호사를 부리고 싶어 진다. 깔끔하고 고급진 아침 조식.


윈스턴 처칠과 같은 유명 인사들이 머물던 시절 사용했던 식기세트를 전시해 두었다. 한마디로 고급지다.


벨파스트, 타이타닉 박물관에서 호화로웠던 옛 영광을 느껴보다


벨파스트는 그 옛날 타이타닉호를 만들었던 조선소가 있었던 곳으로 유명한 것 같다. 당시 배를 스티머(Steamer)로 불렀는데 아마 증기기관으로 동력을 얻었던 탓에 붙여진 별명이 아닐까. 

영국 리버풀에서 뉴욕까지 매주 수요일 다니던 White Star Line이라고 이름 붙여졌었나 보다.

당시 화려했던 타이나틱호의 광고 포스터들이 눈에 들어온다.

당시 타이타닉호 탑승자 명단도 전시돼 있고, 호화로웠던 당시의 타이나틱호의 내부 모습도 재현되어 있다.


타이타닉호 벨파스트 조선소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시점은 1921년 4월 2일 오후 8시에 벨파스트를 떠난 것으로 되어 있다. 

그 후 타이타닉호는 대서양을 가운데 두고 유럽과 미국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에 있었다. 

박물관에는 타이타닉호가 취항했던 항구마다 당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타이타닉호는 1921년 4월 10일 영국의 사우스햄턴에서 첫 항해를 시작한다. 프랑스 쉘부르와 아일랜드의 퀸즈타운을 거쳐 뉴욕으로 향한다. 그러다가 4월 14일 23시 40분. 북대서양 뉴펀들랜드에서 남서쪽으로 640km 떨어진 바다에서 빙산과 충돌하여 침몰하는 비운을 맞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스토리일 것이나, 사진을 보다보면 당시 이 배를 타고 여행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타이타닉호를 만들던 당시의 조선소 모습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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