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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May 02. 2024

아일랜드선 길 건널 때 오른쪽 먼저 보세요


더블린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침에 모허계곡, 골웨이 당일 투어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호텔을 나와 서둘렀다.

거의 다 와서 길을 건너려는 데, 낯선 문구가 바닥에 보인다.

마치 우리나라 횡단보도에 길 건널 때 바닥에 빨간불과 초록불이 들어오도록 한 위치에 쓰인 글귀


Look Right. 오른쪽을 보세요


한국도, 오스트리아도, 그 외 여느 유럽 나라들도 다 차가 오른쪽 통행이라 거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터라 아주 찰나지만 어색했다.

우리는 길을 건널 때면 이젠 습관적으로 왼쪽을 먼저 보게 되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본 후 절반을 건너면 오른쪽을 봐야 하는 게 몸에 밴 습관이라면 여기는 달랐다.


그 찰나의 순간 후에 '아. 여긴 아일랜드. 섬나라지'라는 깨달음이 몰려왔다.

아일랜드는 섬나라이면서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기에 차가 왼쪽 통행이고, 운전대도 오른쪽이라 우리와는 반대다. 그래서 운전이 처음에 익숙지 않으면 사고가 많이 난다.


별생각 없이 운전하다 보면 왼쪽 길로 가야 하는데도 어느 순간 오른쪽 길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와 부딪쳐 사고가 난다.

특히 사거리에서 우회전이나 좌회전이라도 할라치면 앞에 차가 있으면 따라가면 되나, 그렇지 않고 내가 선두라면 얘기가 다르다.


우리나라 횡단보도 바닥에 설치된 신호등은 어느 지자체 공무원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다리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기에 신호가 바뀌었음을 쉽게 알 수 있게 하는 배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본 Look Right도 같은 생각에서 만들어진, 휴대폰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까 아니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건널 때 왼쪽부터 보다 미처 오른쪽에서 오는 차를 못 봐서 사고가 많이 나서 그런 걸까. 그것도 아니면 휴대폰이 있기 전부터 공공기관의 배려 장치였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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