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당일 투어 따라가 보기
유럽 주요 도시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3시간 남짓 그 도시의 핵심을 쭉 한번 훑어주는 가이드 투어가 있다. 보통 인당 5만 원 정도이고, 가이드 간의 경쟁이 높은 곳은 조금 저렴하고 몇 명 되지 않는 도시는 좀 더 비싸다. 경험적으로.
한 도시에서 오래 머무는 스타일이나 관광보다는 편안한 휴식을 여행의 즐거움으로 하는 사람들은 해당이 없을 얘기겠지만, 나처럼 도시당 이틀 사흘 정도 있을라치면 가이드 투어가 아주 비용 대비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의 핵심 관광지를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맛집 리스트를 추천받을 수도 있고, 그 도시를 떠날 때까지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비용 대비 효과가 아주 우수하다.
부다페스트를 가서도 난 망설임 없이 가이드 투어를 선택했다.
그 가이드 투어를 쭉 따라가 본다.
가이드 투어의 시작은 회쇠크 광장, 즉 영웅 광장에서 시작한다.
영웅광장은 헝가리 1천 년 역사에 기록될 만한 위대한 인물들을 기리기 위한 상징물이다.
총 14명의 인물들의 청동 입상이 있는데 맨 가운데에는 헝가리의 국부로 추앙받는 성 이슈트반왕이 자리해 있다.
가운데에는 36미터 높이의 밀레니엄 기념탑이 있고, 그 꼭대기에는 날개 달린 가르리엔 대천사 상이 있다.
가이드 투어로서는 가장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예쁜 맥도널드 가게”가 부다페스트에
부다페스트에는 세계에서 가장 예쁜 맥도널드가 있다. 뉴카티 기차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들어서는 순간 “이런 데서 맥도널드를 판다고?”라는 반응. 천장이 아주 높은 고풍스러운 고전 건물에 흰색과 환한 조명으로 밝은 느낌을 더했다.
패스트푸드 가게가 아니라 제대로 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온 느낌이다.
2층에는 카푸치노라는 이름의 커피 가게도 있으니 커피 한잔 곁들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미리 공부는 했으나 투어 미팅 장소인 영웅광장으로 가는 길에 숙소 근처에 있는 이 맥도널드를 발견하고는 아침으로 가끔 즐겨 찾는 맥모닝 세트에 커피 한잔.
시티파크에 안익태 동상이?
영웅 광장 뒤에 있는 공원 안을 거닐다 보면 안익태 작곡가의 동상이 있다. 헝가리 한복판 공원에 안익태의 동상이라. 아주 낯설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지 모르지만 안익태는 애국가를 작곡한 분이다. 안익태라는 한글이 선명하게 새겨진 흉상이 보인다.
이 흉상은 서울시와 한-헝가리 친선협회가 한국과 헝가리 수고 20주년을 맞아 제작해서 2012년 5월 11일에 설치했다고 한다.
안익태는 1936년 부다페스트 교향악단의 객원 지휘자로 활동했고, 그 후 수년간 리스트 페렌츠 음악대학에서 수학하며 당시 헝가리 민요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던 음악가 졸탄 코다이에게 사사한 인연이 있다.
나중에 친일 행적으로 친일파 명단에 올랐다고는 하나, 어찌 됐던 애국가를 작곡한 음악가로서의 역사적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역사 바로 알기.
세체니 온천
로마시대부터 이어져온 세체니 온천은 유럽에 있는 온천 중 가장 큰 규모의 온천이다. 온천탕만 총 13개라고 한다. 옛날부터 병을 고치는 온천으로 이름이 나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 온천이라고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뜨끈한 물의 온천이 아니라 미지근하거나 약간 따뜻한 온도의 온천이 대부분이다.
유일하게 아일랜드 블루라군의 어느 한 파트에서 우리나라 온천 같은 뜨끈한 온천을 처음 본 게 유일했다.
부다페스트의 온천은 겔레르트 온전과 세체니 온천이 유명한데, 겔레르트 온천은 언덕에 위치해 있어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젊은 이들이 많이 찾는다.
세체니 온천은 오래되고 약간은 낡은 시설이지만 온천에서 물놀이 한 때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물론 가이드 투어에서는 들어가지는 않고 소개만 한다.
부다페스트 전철
가이드 투어에서는 교통권이 필수다. 대부분 전철과 버스로 이동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이드 투어 비용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가이드와 함께 표를 끊어야 한다.
노란색 오래된 전철이지만 안전하다. 영웅광장에서 안드라시 거리 쪽으로 전철을 타고 이동한다.
부다페스트 왕궁에서 근위병 교대식
안드라시 메인 거리로 나와서 버스를 타고 왕궁으로 이동한다. 일부러 맞춘 건지 왕궁 앞 근위병 교대식 시간에 딱 맞게 왕궁에 도착한다.
북 치는 병사 뒤에 검을 꽂은 칼을 어깨에 메고 교대식을 하는 근위병들을 보면서, “음 그래도 총검으로 하는 절도 있는 행동은 우리나라 의장대 따라갈만한 군대?가 없네”란 생각이 든다.
마차시 성당과 어부의 요새
왕궁에서 마차시 성당은 걸어갈 수 있다.
마차시 성당은 마차시 1세 왕가의 문장과 머리카락이 보관되어 있어 불리는 이름이다. 성당 입장료가 있어 일부러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성당 지붕 위 기와가 비엔나 슈테판 성당과 같아서 이곳이 역시 그 옛날 하나의 문화권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어부의 요새에도 말 탄 성 이슈트반 성인의 동상이 서 있으니 헝가리인들의 존경심이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다.
가이드가 추천해 준 식당에서 점심
어디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이드가 추천해 준 식당이었고, 가격은 조금 비싼 곳이었으나 맛의 관점에서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가이드를 믿자.
배불뚝이 경찰 동상
메인 문화의 거리인 안드라시 거리에 있는 배불뚝이 경찰 동상이다. 배를 문지르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어서 그런지 배만 반질반질하게 닳아있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동상 찾기 놀이와 비슷해 보인다. 브라티슬라바의 일하는 사람(Man at work) 동상도 사람들이 머리를 하도 많이 만져 반질반질할 정도다.
성 이슈트반 대성당
헝가리 왕국의 초대 국왕이자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인인 성 이슈트반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성당이다. 1851년에서 1906년 사이에 세웠다고 한다. 55년 걸렸다.
오래된 유럽 성당이 200~300년을 넘어 어떤 성당은 600년 넘게 지었다고 하는 데 비하면 비교적 빠른 시간에 지은 성당이기는 하나, 55년 걸려 짓는 성당이면 우리 한국의 시계로 보면 오랜 시간 지은 것이기도 하다.
예수의 12제자의 모습이 새겨진 문이다. 12제자의 이름을 처음으로 하나하나 다 찾을 수 있는 기회였다.
젤라토 로사
성 이슈트반 성당 인근 젤라토 집이다. 이름은 로사(Rosa). 2005년부터 영업했다고 하니 그리 오래된 가게는 아니지만 젤라토 맛은 일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젤라토를 꽃모양으로 만들어주는 신공을 보여주는데, 워낙 재주가 좋아 보여 동영상까지 남겼다.
부다페스트 아이(eye)
런던에 런던 아이(eye)가 있다면 부다페스트에도 부다페스트 아이가 있다.
굳이 타보지는 않았으나 밤에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명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다 성에서 보는 부다페스트의 전경
부다 왕궁에서 보이는 국회의사당 방향 도나우강 상류와 하류.
이런 뷰를 보면서 살았던 왕은 과연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