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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Oct 13. 2024

겨울을 기다려지게 하는 마법. 크리스마스 마켓. BP

비엔나에서 오래 거주했던 탓이기도 하고 비엔나 곳곳에서 열리는 마켓별로 특색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다보면 다른 나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어떤지 그다지 궁금하지는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엔나 시청과 칼스 플라츠, 슈테판 성당, 벨베데레 궁전 등등 크리스마스 마켓을 많이도 찾아다니면서 각각 특색도 파는 음식도, 무엇보다 글루바인을 파는 컵들이 각각 다 다르다.


글루바인만 마시면 보통 4유로, 컵이 4유로. 컵을 다시 반환하면 4유로를 돌려준다. 그런데 기념품처럼 크리스마스 마켓별로 다른 컵을 하나씩 모으게 된다. 그래서 모은 컵이 4개. 집 장식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의 겨울은 한마디로 우울감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내가 비엔나에 가던 해 겨울에는 비타민 D를 의도적으로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야 겨울의 추위, 흐림이 자아내는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런 유럽의 겨울을 기다려지게 만드는 킬러 아이템이 있으니,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닐까 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밝히는 전등들, 따뜻한 글루바인 한잔. 그리고 아기자기 만들어 파는 소품들.


그 마켓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겨울임을 잊게 되는 마법을 가진 것이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우연하게 12월쯤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플릭스 버스에 몸을 실었다.

편도 20유로. 그 정도 가격에 부다페스트를 혼자서 여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버스 예약 앱을 이미 열게 만들고 있었다.


예전에 가족들과 가서 시내 투어했던 곳을 다시 복습하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해가 졌고, 해가 지니 안드라시 거리를 밝히는 전등들이 낮의 밝음을 게속 이어가게 하고 있다.


거리를 장식하는 조명 작품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걸어본다.

전등 장식을 보노라면 위험한 밤길에 혼자다닌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을 정도다. 추위에도 길가에 설치된 천장 난로가 설치된 파라솔 아래 저마자 음료와 음식들을 놓고 수다를 떠는 군상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냥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인 듯 싶다.





부다페스트 크리스마스 마켓은 여러군데를 가볼 여유는 없지만 짐작컨데 성 이슈트반 성당 앞 크리스마스 마켓이 가장 크겠지 싶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구경하는 사람, 마시는 사람, 먹는 사람.


성 이슈트반 대성당 배경으로 크리스마스 마켓 가운데 설치된 트리가 겨울을 잊게해 준다.

"그래. 이 화려함과 분주함이 있어야 유럽의 겨울이지. 크리스마스 마켓이 끝날 때쯤이면 조금만 더 참으면 봄이 오는 길목이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 과한 표현일까.



사탕 가게다.

빨아 먹는다기 보단 트리에 장식할 지팡이 사탕, 소용돌이 사탕. 그리고 초콜렛들. 따뜻함도 있지만 달콤함도 겨울의 추위를 잊게 만드는 약이 아닐까.

달아 보여 선뜻 집어들게 되지는 않는다.


장식품 가게인가 보다. 한 쪽에 두툼한 점퍼에 모자, 마스크까지 쓴 사람들을 보면 영락없이 겨울이다.


꽃 가게.

손님이 너무 안와서 그런지 가게 주인이 호객행위를 하거나 팔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부다페스트 크리스마스 마켓 후원사인가보다. Reiffeisen Bank 등. 토요타가 눈에 띈다.


케잌 가게.

한 겨울 함박 눈 내리는 날에 오래된 노포 가게의 창문을 보는 것 같다. 가게 이름을 보니 굴뚝빵을 파는 곳인가 보다. Chimney Cake.

프라하에서 처음으로 맛봤던 굴뚝빵. 동유럽을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가 아닐까.


크리스마크 마켓 자판(?) 뒤 쪽 정상 매장도 들어가 본다. 훨씬 아늑하면서도 깨끗하다. 그리고 따뜻하다.


다시 돌아 성당 배경의 크리스마스 트리로 왔다.

겨울, 특히 12월은 곳곳에 트리가 서고 캐롤송이 거리에서 들려야 진정 겨울인 듯 하다.


언제부터인가 트리가 없고 캐롤송이 없는 겨울. 심형래 같은 개그맨들이 캐롤송을 개작해서 부르던 그 시절. 그때의 크리스마스가 그립다.


요즘은 너무 삭막하고 낭만이 없는 겨울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무 위에 걸려있는 전등들에 눈이 간다. 빨간 색 하트 동그란 전등들.


그렇게 부다페스트에서 맞는 크리스마스 마켓. 비엔나 이외 나라에서 처음 경험한 마켓.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겨울에 생명력을 주는 생명수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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