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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Oct 27. 2024

프라하보다는 부다페스트 야경에 한 표

비엔나에서 버스로 3시간 남짓 거리에 있어 혼자 있을 때는 주말에 딱히 할 일이 없거나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곳이 부다페스트다. 

1박 2일이면 저렴한 물가에 나름 볼거리들이 많은 도시라 그런가 보다.


처음 부다페스트 야경을 볼 때 국회의사당에서 느꼈던 '압도되는 느낌', 영어로 굳이 옮기자면 Overwhelmed 정도라고 할까.


가족들이 다 돌아가고 난 다음 겨울이 되기 직전 추운 날 부다페스트행 버스를 탔다.

금요일 밤에 침대에서 뒹굴대다가 우연히 플릭스 버스로 20유로에 갈 수 있다는 걸 안 순간.


그렇게 다시 찾은 부다페스트. 혼자라 무언가를 할 시간도 무언가를 할 것도 많았다. 

맛집들을 찾아다니고, 세체니 온천에서 온천도 즐기고. 


그래도 무엇보다 부다페스트의 멋진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내게 뭉클하고 큰 감동을 주었던 것 같다.


시내 어느 귀퉁이에서 본 이정표다. 어떤 것들은 헝가리어인데 국립박물관이나 칼뱅 광장 장로교회 같은 곳은 영어로도 쓰여 있다.

헝가리가 영어 공용국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처음 부다페스트를 갔을 때 도나우강 유람선에서 국회의사당 조명에 압도된 느낌을 다시 좇아 이번에는 국회의사당 주변을 걸어가 보기로 한다.


배에서 느꼈던 느낌 그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국회의사당은 그 화려했던 옛날을 기념이라도 하듯 부다페스트의 밤을 밝게 비추고 있다.

고전적인 유럽풍의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향연. 그 위용이란.


의사당 건물 한쪽 계단에는 무언가 수심에 잠긴 사람의 동상이 계단에 앉아 있다. 중절모를 손에 들고 깊은 고뇌에 빠진 듯한 사람.

헝가리의 미래를 걱정하던 옛날 정치인 중 한 명을 형상화한 것일까. 

도나우강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이번에는 국회의사당 주변을 거닐어본다. 

워낙 커서인지 가까이에서는 아이폰 카메라로 전체를 다 담을 수도 없다.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이 교묘하게 섞인 것 같은데, 건축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이젠 고딕 건축물의 첨탑과 바로크 양식의 둥근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리스본 대성당 앞 노란색 전철 사진이 생각나 의사당을 지나가는 노란색 전철과 의사당이 잘 어울리길래 순간 포착하려 했으나 밤이라 실패. 사진이 많이 흔들린다. 특히 움직이는 피사체는.


국회의사당 사진을 멋드러지게 찍을 수 있는 포토스폿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국회의사당에서 도나우강 건너편 버스 정류장 근처.

여기는 국회의사당이 도나우강에 비친 반영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도나우강에서 본 국회의사당이 압도적이었다면, 이곳에서 보는 국회의사당은 한마디로 정제되어 정갈하다고나 할까.

군더더기 하나 없는 건물 구성과 그 건물을 둘러싼 빛의 향연이 빛 번짐 없이 정갈하다.

비록 도나우강에 비친 반영은 그 형체를 알아보기는 어렵지만 국회의사당을 둘러싼 빛이 땅 위로 강물 위로 흘러내리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또 하나의 야경 묘미인 듯하다.


구글지도에 국회의사당 뷰포인트라고 된 지점이 이미 표시되어 있다. 이 지점으로 가려면 전철을 타고 Batthyany ter H라는 역으로 가서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 



이번엔 어부의 요새로 다시 올라가 아주 멀리서 국회의사당 전경을 본다. 주변은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국회의사당만 자태를 뽐내고 있다.


어부의 요새에 난 창을 통해 본 국회의사당. 



어부의 요새 근처 마차시 성당이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인당 8유로 정도를 내야 입장이 가능하다 해서 그냥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그 옛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영향인지 마차시 성당은 고딕양식과 그 기와로 덮은 지붕이 비엔나 슈테판 성당과 닮아 있다.


마차시 성당에서 본 어부의 요새

가운데 성 이슈트반의 동상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 옛날 헝가리 제국을 만들고 지키면서 세력을 확장해 갔던 시절의 그 위용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본 부다페스트 아이(eye). 런던 아이만큼은 아니지만 부다페스트의 명물이 아닐까 한다. 저걸 타고 뱅글뱅글 도는 사람은 그다지 없었던 기억이 있지만 말이다.



나는 프라하의 야경도 좋고 부다페스트의 야경도 좋다.


프라하는 프라하대로 조금 더 아늑하고 고풍스러우면서도 은은한 야경이 좋다면, 부다페스트는 은은하다기보다는 도시의 위용을 자랑이라도 하듯 빛이 강렬하고 선명하다.


어느 곳이 좋으냐 물으면 난 부다페스트 야경에 한 표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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