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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Nov 03. 2024

빵 두 개, 커피 한잔에 '과식좌' 아시안으로 놀림받기



짧은 1박 2일. 머문 시간 기준으로는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나폴리를 휙 둘러봤다.


나폴리에 가면 기본으로 들러야 하는 관광객들의 최애 카페가 있다. 카페 감브리누스(Caffe Gambrinus). 언제 다시 오랴하는 마음으로 나폴리에 간 날 간식 먹으러 가고, 다음 날 아침 이탈리아식 아침을 향긋한 커피와 우아한 카페에서 하고픈 마음에 카페 감브리누스에 또 들렀다.

유럽엔 커피 문화와 고풍스럽고 유서 깊은 카페들이 있어 나 같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침을 이탈리아식으로 먹으려고 아침 일찍 서둘러 카페 감브리누스로 갔을 때 일이다.


사진처럼 커피 한잔 주문했다. 전날 들렀을때 시그니처 커피 스트라파차토를 마신 관계로 다른 커피 추천을 받아 알라 노시올라(Caffe Alla Nocciola)를 주문했다.


참고로 알라 노시올라는 작은 에스프레소 잔이 아닌, 유리로 된 다소 키가 큰 잔에 담겨 나온다. 이유는 복수의 재료를 사용하는 고급 커피의 경우 유리잔을 쓰는 것이 나폴리의 전통이라 한다. 반면 감브리누스 에스프레소의 경우 두께 5㎜가 넘는 두꺼운 잔을 사용한다.


그리고 함께 먹을 빵을 골랐다. 남부 이탈리아 대표 빵인 스포글리아텔라(Sfogliatella Riccia)를 맛보려고 주문했다가 빵 하나는 좀 약하다 싶어 바바라는 빵을 하나 더 집어 들었다. 바바는 럼주를 안에 넣어서 만든 또 하나의 시그니처 빵이다. 그리고는 앞에 빵 두 개와 커피를 먹으려던 찰나.


옆에 있던 이탈리아 부부? 연인? 둘이서 나를 가리키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무슨 동양인을 차별하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어서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냐며 그들에게 물었다.  


서투른 영어로 말하는 그들의 답은 이랬다. "너 그 빵 두 개 다 먹을 수 있냐? 너 엄청나게 대식가구나. 우린 아침은 가볍게 크루아상 하나에 커피 한잔 마시는데.."

그들의 답에 "빵 두 개 정도로 뭘 대식가라 그러냐" 하면서 함께 웃고 말았다.


이미 아시안을 비롯해 나폴리에 여행온 다국적 사람들을 많이 봤을터이니, 아시안이라 눈에 띈 게 아니라 아침으로 빵을 두 개 주문해서 놓고 먹는 대식가라 그들의 눈에 띈 것일 것이다. 그렇게 잠시 서로 서툰 영어로 대화를 몇 마디하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


그런데 그들 말대로 결국 빵은 하나 밖에 못 먹고, 하나는 봉지에 싸서 들고나간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카페 감브리누스는 1860년부터 나폴리에서 영업을 시작한 카페다. 그런데 이 카페의 상징이 특이하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이탈리안 아저씨가 와인 같은 술이 든 오크통 위에 앉아 커피잔이라기보다는 주석 맥주잔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모양이다. 


마치 일본 맥주 에비수(Evisu)의 상징인 아저씨(물고기와 낚싯대를 들고 있다)의 서양판인 것 같다. 1860년에 처음 문을 열 때는 카페라기보다는 오히려 펍 같은 곳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출처: 동아사이언스


이탈리아 카페나 음식점에는 자릿세(?)가 있다. 테이블에 앉아서 먹으면 테이블 차지를 인당 3유로 정도 받는 곳이 많다. 카페 감브리누스도 예외는 아니다.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 한 잔당 4~5유로 정도인데, 바리스타 앞에서 서서 마시면 1.5유로 정도에 마실 수 있다. 


따라서 느긋하게 카페 문화와 담소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서서 저렴하게 마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각자 자기의 취향에 따라 할 일이다.


카페 감브리누스 대표 커피: 스트라파차토


카페 감브리누스의 실내 전경이다. 한눈에 봐도 오래되고 유서 깊다는 느낌을 주는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이다.


친절하게 자기네 빵에 대한 설명을 여러 나라 언어로 이해하기 쉽게 적어두었다. 바바라는 빵과 스포글리아텔라, 레몬빵 등이 남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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