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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보다는 부다페스트 야경에 한 표

by 비엔나 보물찾기

비엔나에서 버스로 3시간 남짓 거리에 있어 혼자 있을 때는 주말에 딱히 할 일이 없거나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곳이 부다페스트다.

1박 2일이면 저렴한 물가에 나름 볼거리들이 많은 도시라 그런가 보다.


처음 부다페스트 야경을 볼 때 국회의사당에서 느꼈던 '압도되는 느낌', 영어로 굳이 옮기자면 Overwhelmed 정도라고 할까.


가족들이 다 돌아가고 난 다음 겨울이 되기 직전 추운 날 부다페스트행 버스를 탔다.

금요일 밤에 침대에서 뒹굴대다가 우연히 플릭스 버스로 20유로에 갈 수 있다는 걸 안 순간.


그렇게 다시 찾은 부다페스트. 혼자라 무언가를 할 시간도 무언가를 할 것도 많았다.

맛집들을 찾아다니고, 세체니 온천에서 온천도 즐기고.


그래도 무엇보다 부다페스트의 멋진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내게 뭉클하고 큰 감동을 주었던 것 같다.


시내 어느 귀퉁이에서 본 이정표다. 어떤 것들은 헝가리어인데 국립박물관이나 칼뱅 광장 장로교회 같은 곳은 영어로도 쓰여 있다.

헝가리가 영어 공용국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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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부다페스트를 갔을 때 도나우강 유람선에서 국회의사당 조명에 압도된 느낌을 다시 좇아 이번에는 국회의사당 주변을 걸어가 보기로 한다.


배에서 느꼈던 느낌 그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국회의사당은 그 화려했던 옛날을 기념이라도 하듯 부다페스트의 밤을 밝게 비추고 있다.

고전적인 유럽풍의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향연. 그 위용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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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당 건물 한쪽 계단에는 무언가 수심에 잠긴 사람의 동상이 계단에 앉아 있다. 중절모를 손에 들고 깊은 고뇌에 빠진 듯한 사람.

헝가리의 미래를 걱정하던 옛날 정치인 중 한 명을 형상화한 것일까.

도나우강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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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국회의사당 주변을 거닐어본다.

워낙 커서인지 가까이에서는 아이폰 카메라로 전체를 다 담을 수도 없다.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이 교묘하게 섞인 것 같은데, 건축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이젠 고딕 건축물의 첨탑과 바로크 양식의 둥근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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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대성당 앞 노란색 전철 사진이 생각나 의사당을 지나가는 노란색 전철과 의사당이 잘 어울리길래 순간 포착하려 했으나 밤이라 실패. 사진이 많이 흔들린다. 특히 움직이는 피사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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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사진을 멋드러지게 찍을 수 있는 포토스폿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국회의사당에서 도나우강 건너편 버스 정류장 근처.

여기는 국회의사당이 도나우강에 비친 반영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도나우강에서 본 국회의사당이 압도적이었다면, 이곳에서 보는 국회의사당은 한마디로 정제되어 정갈하다고나 할까.

군더더기 하나 없는 건물 구성과 그 건물을 둘러싼 빛의 향연이 빛 번짐 없이 정갈하다.

비록 도나우강에 비친 반영은 그 형체를 알아보기는 어렵지만 국회의사당을 둘러싼 빛이 땅 위로 강물 위로 흘러내리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또 하나의 야경 묘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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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지도에 국회의사당 뷰포인트라고 된 지점이 이미 표시되어 있다. 이 지점으로 가려면 전철을 타고 Batthyany ter H라는 역으로 가서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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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어부의 요새로 다시 올라가 아주 멀리서 국회의사당 전경을 본다. 주변은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국회의사당만 자태를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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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요새에 난 창을 통해 본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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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요새 근처 마차시 성당이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인당 8유로 정도를 내야 입장이 가능하다 해서 그냥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그 옛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영향인지 마차시 성당은 고딕양식과 그 기와로 덮은 지붕이 비엔나 슈테판 성당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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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시 성당에서 본 어부의 요새

가운데 성 이슈트반의 동상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 옛날 헝가리 제국을 만들고 지키면서 세력을 확장해 갔던 시절의 그 위용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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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본 부다페스트 아이(eye). 런던 아이만큼은 아니지만 부다페스트의 명물이 아닐까 한다. 저걸 타고 뱅글뱅글 도는 사람은 그다지 없었던 기억이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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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라하의 야경도 좋고 부다페스트의 야경도 좋다.


프라하는 프라하대로 조금 더 아늑하고 고풍스러우면서도 은은한 야경이 좋다면, 부다페스트는 은은하다기보다는 도시의 위용을 자랑이라도 하듯 빛이 강렬하고 선명하다.


어느 곳이 좋으냐 물으면 난 부다페스트 야경에 한 표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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