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들이 체코 프라하의 야경이 예쁘다는 것은 너무도 많이들 안다. 우리나라 '프라하의 연인' 드라마나 여러 광고들에서 소개된 탓이리라.
그런데 그 체코 프라하의 야경에 필적할 만한 야경이 동유럽에 있으니 그곳은 다름 아닌 헝가리 부다페스트다. 사람들마다 생각과 취향이 다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헝가리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체코 프라하는 온화한 멋이 있는 반면,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강렬함이 있다. 여행객들의 마음에 아주 진한 여운을 남기는 야경을 보유한 곳이 헝가리 부다페스트라고 생각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경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은 아주 많다.
그냥 도나우 강변에서 봐도 좋고, 어부의 성이나 겔레르트 언에 올라 전체를 조망해도 좋다. 그런데 무엇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경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유람선이다.
도나우 강 위를 거니는 선상에서 보는 어부의 요새, 왕궁, 에르제베트 다리(현지어로 에르제베트지만 영어로는 엘레자베스다). 한 시간 여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반대로 내려오는 동안 강 양안에서 보이는 야경은 말 그대로 멋지다.
동유럽을 가면 야경을 보러 헝가리를 가보라고 권하고 싶고, 헝가리 야경을 보려면 유람선을 타라고 권하고 싶다.
유람선에서 본 왕궁이다. 모든 도시를 밝힐 정도로 전기가 넉넉한 편은 아닐 것이라 주요 관광 포인트만 화려하다는 말이 걸맞게 강렬하고 밝은 조명을 비추고 있다.
초록색의 에르제베트 다리.
황금빛의 조명과 초록색의 조명이 서로 대조되면서 조화를 이룬다.
저 멀리 언덕 위 왕궁의 모습이다. 그 옛날 헝가리 제국의 위용을 보여주는 듯하다.
마차시 성당과 어부의 요새. 부다페스트의 대표 관광 포인트이다.
어부의 요새는 1895년과 1902년 사이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7개의 헝가리 지역에 정착한 부족을 의미하는 7개의 원뿔 모양 지붕이 특징이다.
그 옛날 어부들이 요새 근처에서, 다뉴브 강을 건너는 적을 방어하면서 '어부의 요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부다페스트 야경의 백미. 국회의사당.
부다페스트 야경 하면 절대 이곳을 빼놓고는 논하지 말 것이며, 이곳이야 말로 부다페스트 야경의 하이라이트다. 특히 선상에서 가까이 가서 보는 국회의사당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야경을 보면서 압도되는 느낌에 가슴이 뛴 적은 이때가 처음이다. 빛은 강렬하다. 그리고 그 빛을 내뿜는 국회의사당은 마치 살아있는 건물처럼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경외감을 느낄 정도라 하면 너무 과한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절대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지금도 그 눈에 들어왔던 광경이 선하다.
배는 국회의사당을 지나 한참을 강을 거슬러 올랐다가 다시 강을 따라 내려온다.
유람선 투어를 마친 후 겔레르트 언덕에 올랐다.
시타델라 요새에 자유의 여신이 서 있는 이곳은 부다페스트 야경 맛집이다.
자유의 여신상은 14미터 높이 정도인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군이 독일에 승리한 후 세운 동상이라고 한다. 이 여신상은 모스크바를 향해 있는데 손에는 승리를 뜻하는 종려나무 잎을 들고 있다.
다만, 시타델라 요새는 접근성이 좋지 않아 차를 렌트하지 않으면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번거로운 면이 있음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시타델라 요새에서 보는 부다페스트의 전경이다.
멀리서 보이는 전경보다는 가까이서 보는 것이 더 사실감 있고 느낌이 있는 야경이라 생각된다. 그래도 언제 다시 오랴는 마음으로 요새에도 올랐다. 물론 차로.
겔레르트 언덕을 내려와 마차시 성당과 어부의 요새에 오른다. 또 다른 야경 맛집이자 인생 샷을 건질 수도 있는 야경 포인트다.
마차시 성당 지붕은 기와로 덮었는데, 비엔나 슈테판 성당의 지붕과 같은 양식이라고 한다. 당시 유행하던 양식인가 보다.
밤에나 낮에나 어부의 요새 전망 난간에서 인생 샷을 건지려는 세계시민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 나에게 다시 체코 프라하 아경 vs. 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경을 비교하라면 약간은 주저하겠지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한 표 던질 것이다.
그만큼 살아가다 한 번은 볼 만한 야경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