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나폴리 여행준비를 하던 차에, 여행 유튜버의 나폴리 여행기를 본 적이 있다.
전체적으로 계란성, 카페 감브리누스, 톨레도역 등 나폴리에 가면 가 볼 곳들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는데, 유독 내 관심을 끄는 파트가 있었다.
나폴리의 피자가게를 소개하면서 메뉴판에 있는 두 가지 특징적인 사항을 설명하였다. 하나는 피자 하나에 8백5십만 유로인 Pizza Piu Costosa Del Mondo(세상에서 가장 비싼 피자)라는 것인데, 실제로는 8.5유로인데 재미 삼아 적어 놓은 메뉴라는 설명이었다.
기실 내 눈길을 끈 건 그다음 설명이었다.
Pizza Sospesa. 가격은 ???로 적혀 있어 알 수가 없는 메뉴였다. 그 소스페사 메뉴에 대한 그 유튜버의 설명은 이러하다.
"소스페사는 이탈리아 남부의 따뜻한 사람들의 문화이다. 일레나라는 유명한 러시아 작가가 쓴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이야기를 좋아할까'라는 베스트셀러가 있다.
일레나가 나폴리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데, 아침에 두 명이 와서 커피를 네 잔을 주문하고 두 잔을 마시고 두 잔은 소스페사로 남기고 가고, 또 다른 세 명이 와서 네 잔을 주문하고 세 잔을 마시고 가더라.
그래서 가게 주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아침마다 돈 내고 커피를 마시기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이 커피를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과 함께 향긋한 커피향 가득한 아침을 맞을 수 있도록 미리 결제를 하고 가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그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이 울림이 되어 좀 더 찾아보았다. 지역에 따라 소스페사라고 하지만 정확한 용어는 소스페소(sospeso)라 한다.
카페 소스페소의 정확한 의미는 '주문해 두고 마시지 않은 커피', '맡겨둔 커피'이다. 소스페소는 영어의 suspended와 어원이 같은데 '잠정적인', '아직 결정되지 않은'이란 의미라 한다.
역사적으로 카페 소스페소 문화가 생긴 것은 2차 대전 중이었고, 나폴리의 한 카페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2차 대전의 공포에 불안해하면서도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는 문화를 지켜나가려 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침에 라테 한잔과 브리오슈/크로아상 정도를 가볍게 먹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국가 전체가 커피애호가처럼 보이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모닝커피 한잔 마시지 못하는 상황은 불행하다고 인식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지 못하는 이웃에게 커피를 나누는 운동이었다. 적어도 커피 마시는 것만큼은 일종의 사회안전망처럼 보장해 주고 싶었을지 모른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내 뒤에 오는 누군가에게 커피 한잔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미리 결제를 하고, 그 영수증을 병이나 보드에 붙여두면 그 누군가가 영수증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 소스페소 문화가 전해진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국내 모 커피 가게의 메뉴에서 소스페소를 찾아볼 수 있다.
여행준비를 하면서 소스페소 문화를 접하고는 나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나는 과연 얼마나 나누려 노력했나, 내가 가진 것이 적으니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굳이 물질적인 것, 커피 한잔을 나누는 것이 소스페소 문화의 전부는 아니라 생각한다. 소스페소는 결국 내 주변의 약자를 생각하고, 그들과 우리 사회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정신과 마음. 그 정신과 마음의 나눔이 이탈리아 나폴리 사람들이 소스페소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한다.
소스페소 문화를 만들어낸 나폴리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을 떠올리면서 나폴리 여행을 반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