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go di Misurina, 미주리나 호수를 가서 트레치메 반영에 빠지다
돌로미티의 첫 여정, 트레치메를 뒤로 하고 차를 몰아 미주리나 호수로 내려갔다. 차로 한 10분 여를 달렸을까 아주 널찍한 호수 하나가 보인다.
미주리나 호수
근처에 차를 세우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호수 주변을 소요한다. 봄 여름 초록 빛깔의 신선함은 없지만 어느덧 시간이 지나 성숙한 가을의 원숙미를 보여주는 주변 풍광.
초록을 찾아 다시 오리라는 생각을 저절로 자아내게 만든다.
미주리나 호수를 아래에 배경으로 깔고 높디 높이 솟은 트레치메 봉이 보인다. 정확하게는 트레치메 봉우리는 아니고 아주론조 산장 바로 뒤에 둘러져 있는, 시작점 봉우리일 것 같다. 트레치메는 저기 보다 더 오른쪽인 듯하다.
이 날은 바람이 살짝 있어 그런지 잔잔하고 평온한 호수가 아니라 반영이 선명하게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호수에 비친 트레치메 봉우리 반영이 분위기가 있다.
난 어디를 가든 호수를 만나면 반영 사진을 찍으려고 핸드폰 카메라를 이 각도 저 각도 맞춰보고, 내가 여기 저리 스폿을 옮겨 다니며 찍는다.
그런 노력으로 얻은 내 인생샷. 마테호른 반영이다. 누가 함부로 등정해 보겠다는 야심한 생각이냐 하랴 하는 자태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남성미 넘치는 마테호른. 그 반영을 찍으려고 눈길을 헤치고 내려가던 호수에 비친 반영.
내가 간 시기도 시기지만 전문작가들의 사진은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미주리나 호수 반영사진에서 시작해서 유럽 반영사진을 모은 사진전을 한번 열어본다.
지금도 내 핸드폰 잠금화면 사진이다. 볼때 마다 흐뭇하고 스스로가 대견하다.
그다음 기억에 남는 반영은 폴란드 자코파네다. 버스에서 내려서 약 3시간 정도 트레킹을 해서 걸어 올라가면 자코파네 아주 저 깊은(?) 산속에 호수가 하나 있는데, 그 호수에서 본 반영이다. 이곳도 10월쯤 간 곳인데 다른 세계처럼 온통 초록의 기운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그런지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다.
2021년 여름.
잘츠캄머구트에 위치한 알름제(Almsee).
알름제는 차로 비엔나에서 약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데, 관광객들은 가기가 어려운 곳이다. 그곳을 당일치기로 가서 찍은 반영.
9월의 늦여름 사진임에도 절반 이상이 만년설로 덮여 있어 여름 피서(?)로는 딱이다.
단, 하루 정도 다녀오거나 지나갈 곳.
시작점에 있는 호수에 미친 잘츠캄머구트 봉우리들. 그 반영도 멋지다.
미주리나 호수의 반영이 연상작용을 일으켜 잠시 떠나본 유럽 반영 사진전을 마치고 이제 다시 미주리나 호수로 돌아온다.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고요하고 평온한 호수고, 그 주위에 식당들이 있다. 이탈리아는 식재료도 식재료지만 요리법이 발달해 있으니 어디를 들어가서 식사를 해도 적어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경험칙을 만들어 낸다.
여러 각도에서 본 미주리나 호수에 비친 트레치메 사진들.
갈색톤으로 필터링한 듯 초록의 기운은 없지만 맑은 날의 햇살이 있어 쨍하니 좋다. 그나마 사진 비전문가인 나에게는 멋진 사진이다.
미주리나 호수를 떠나 다음 목적이 브라이에스 호수로 가는 길에 나의 차를 멈추게 만든 포토스폿.
방향으로는 내가 트레킹 하지 않았던 방향에서 본 트레치메 사진이다.
세 개의 봉우리 윤곽이 뚜렷할 정도로 포토스폿이다.
아무래도 해가 질 때쯤이면 황금 트레치메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할 듯하다.
그러나 3박 4일의 짧은 여정에 많은 포인트를 보려면 황금 트레치메를 기다릴 여유는 없다.
눈에 담고 카메라에 담으며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