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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간 텐트밖은 유럽 3. 돌로미티 브라이에스 호수

by 비엔나 보물찾기

비엔나 to 돌로미티 첫째 날 두 번째 일정: 브라이에스 호수


비엔나에서 차로 운전만 7시간을 해야 하기도 했고, 트레치메가 첫날의 메인 포인트라 브라이에스는 가는 길에 있었음에도 잠깐 지나쳐서 트레치메를 본 후 들렀다.


그랬더니 이미 10월 중순이라 해가 짧아지고 있는 데다가 늦은 오후 시간이라 돌로미티 어느 산봉우리에 해가 가려 브라이에스 호수가 사전에 공부할 때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사진에서 본 브라이에스 호수는 해가 쨍해서 빛이 반사되는 호수의 반영과 에메랄드 빛 호수 물, 그리고 주변의 기암절벽들이 어우러진 멋진 곳이었으나, 이 날은 영어 표현대로 글루미(gloomy) 했다.


그래도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는 곳이었다.

이 날 이탈리아 여행 전문 유튜버 임성일 씨를 만난 날이기도 하다. 나는 알지만 나를 모르기에, 그리고 러시아 친구들과 같이 있어 아는 척을 하지는 않았다. 살짝 눈빛만 마주쳤을 뿐.


원래 맑은 날의 브라이에스 호수는 아래 마이리얼트립에서 찍은 사진과 같다. 그러나 10월 중순, 늦은 오후의 브라이에스 호수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8JTKcSVnY0.jpeg *출처: 마이리얼트립


Lago di Braies. 브라이에스 호수다.


호수 멀리 만년설이 보이고, 호수 주변을 따라 난 오솔길도 있어 걷기에는 딱이다. 보이는 각도마다 다른 호수의 풍경이 예전에 캐나다 레이크 루이즈에 갔을 때 오른쪽 언덕으로 걸어 올라가며 보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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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의 브라이에스 호수는 차갑다. 내가 호수에 비친 반영을 좋아하지만 이런 느낌은 분명 아닐 거다.


브라이에스 호수를 보면 몇 해 전 해외 근무 중에 유명을 달리한 선배가 생각난다.

능력도 인품도 외모도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소위 '잘 나가는 선배'였고, 그 선배와 가깝다는 것이 얼마나 회사 생활 하는 데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런 선배가 갑자기 세상을 등지고 우리 곁을 떠났다. 그는 갔지만 그의 기억은 늘 나와 함께 있다. 회사 어느 한 귀퉁이에 만들어 둔 그의 패를 보면서 늘 오늘을 다짐한다. 그 선배의 전철을 따라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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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에스 호수에서는 배를 빌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오리배 이런 게 아니라 노를 저어야 하는 나룻배다. 비용이며 이런 걸 따져볼 겨를이 없었는데, 맑은 날엔 여유되면 배를 저어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비엔나에 가면 요한 슈트라우스가 노래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위에서 보트를 타고 노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그래도 그 전동 보트보다는 나룻배가 더 운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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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주변을 걸으며 각도를 달리 한 채 사진을 찍어본다.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그늘이다. 어느 산꼭대기 귀퉁이에 살짝 해가 보이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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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 비해 나름대로 성의가 없어 보이는 글이라 내 글을 보면 브라이에스 호수를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올해 여름에는 다시 '텐트 밖은 유럽' 팀이 간 시기에 가서 10월이 아닌 7월의 돌로미티 기억으로 새로 도배를 하고 오리라 마음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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