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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벽돌 쌓을 돈도 없던 약한 나라였나?

by 비엔나 보물찾기

체스키 크롬로프.

아주 작은, 빨간 지붕이 특색인 동화마을.


그 동화 마을을 걷다가 조금이라도 관찰력이 좋은 사람 눈에는 보이는 것이 하나 있다.

체스키 성도 마을 어느 귀퉁이의 벽에도. 마치 벽돌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입체감이 있지만 자연의 빛을 받아 자연스럽게 시신경으로 전달되는 벽돌이 아니다.


첫 체코 여행으로 프라하에 갔을 때도 그랬었다.

프라하성 들어가려고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그 정문 앞 어느 건물 벽이 밋밋한데 입체감 있게 보이려고 벽에 ‘그림을 그려 놓은’ 듯한 색칠을 해 둔 걸 보고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이상했으면 내가 사진까지 남겨뒀을까 싶다.

프라하성 입구 근처 건물 벽


그래서 가이드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가이드의 답은 진짜 벽돌을 쌓아서 만들면 벽돌값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니 그냥 건물을 짓고 멀리서 볼 때 벽돌처럼 보이게 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결국 ‘돈’의 문제라는 설명.


그 설명을 듣고 나서 체스키에 와 찬찬히 마을을 거닐다 보니 유독 그 ‘평면 벽돌’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물며 과거 위세 높았을 봉건 영주나 성주의 성에도 그런 ‘평면 벽돌’을 해 놨으니 당시 체코, 보헤미아 왕국의 경제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었을지 짐작이 되는 부분이다.


보헤미아 왕국, 과거 소련체제 하에서 유고슬라비아 연방, 체코-슬로바키아, 그 후 체코와 슬로바키아와 분리 독립.

그 오랜 역사 속에서 체코, 프라하와 체스키의 영욕이 저 ‘평면 벽돌’에서 느껴진다 하면 너무 오버스러운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난 체스키의 기억과 체스키에서 남긴 사진들을 보면서 5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다시 그 체스키 마을 어딘가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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