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친퀘테레 마을 중 가장 동쪽에 있는 리오 마지오레부터 시작했으니 순서상으로도 두번째 마을이었는데, 가보고 싶은 순위로도 마나롤라는 2등이다.
해변 마을을 이동하는 것은 로컬 기차인데, 해안가 지형이 들쑥날쑥이라 터널을 뚫었다.
그 터널 사이로 가는 기차. 그조차도 로맨틱하다.
코르닐리아가 기차역 기준으로 아주 높이 있는 언덕 마을이라면
반대로 마나롤라는 기차역 기준으로 낮은 위치에 있어 걷기가 편하다.
기차역에 내리면 마을의 중심 도로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 길을 따라 양쪽으로 가게들과 그 위로는 언덕에 층층이 지은 집들이 늘어서 있다.
베르나차에 비해서는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높은지 건물에 각 집들마다 난간이 설치돼 있다.
베르나차에서는 빨래를 널 수 있는 빨래건조대가 주였는데 말이다.
가운데 초록색 집 지붕 바로 아래는 사람의 얼굴을 한 태양이 해바라기 처럼 보인다.
왠지 ‘오 솔레 미오’를 불러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을 지나면 해안가에 설치된 길이 있다.
멀리 있어 보이지만 저 길은 반드시 다녀와야 한다. 그 이유는 마을 전경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을 가면서 계속 뒤를 돌아봐야 한다.
어느 뷰와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어야 마나롤라에서의 인생컷을 찍을 수 있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나롤라를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이미지 검색해 보면 항상 나오는 대표 사진이다.
저 사진이야 말로 인생컷 중 하나가 될 법한 뷰를 가진 사진이다.
마나롤라에서 숙박을 하는 여행자들은 야경뷰를 찍기도 하는데 환한 대낮에 찍는 것 이상으로 멋진 인생 사진이 될 것 같다. 이 쯤 되면 마나롤라를 꼭 가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 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안가 얕은 물의 색의 영롱함은 비할 데가 없다.
마을 종탑이다. 종은 그 옛날 사람들에게 시간도 알려주는 역할을 했을 법하다.
유럽 마을은 성당을 빼 놓고는 논할 수 조차 없다. 그 성당에 어김없이 들어가 초를 밝혔다.
그 누군가의 마음의 편안함과 물질적 풍요를 기원하면서 말이다.
마나롤라는 그대로 인생컷만 찍고 가기엔 아쉬움이 있어 마을을 지나 뒷산으로 올라본다.
원래는 뒷산에 친퀘테레 하이킹 길이 있다.
친퀘테레 카드를 사거나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하는데, 짧은 시간에 그 하이킹을 하기엔 한계가 있어 다음을 기약하며 올랐다 내려왔다.
그 뒷산 언덕에서 보는 뷰도 인생컷까지는 아니지만 인상적이다.
언덕에서 지중해 바다를 찍은 사진은 지금보니 아말피 해안 포지타노 뷰포인트에서 마을과 지중해를 찍은 사진과 데칼코마니처럼 똑같다.
그렇게 마나롤라 마을 구경을 마치고는 또 기차에 올라 다음 마을로 간다.
난 어지간하면 여행지에서 티셔츠를 기념품으로 사지 않는데 친퀘테레에선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기념 샷. 그만큼 인상적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