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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항 Aug 28. 2022

감이 익을 무렵(신지식)-스포 없음

중학생 때 읽었던 아주 아름다운 단편집입니다. 출판 연도는 무려 58년...

작가는 신지식 선생님. “빨강머리 앤”을 최초로 번역하여 소개하신 분으로 유명하시죠.

그러고 보면 뭔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정서는 빨강머리 앤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여러 작품들이 담겨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은 단연 “고슴도치 선생”과 “감이 익을 무렵”입니다. 신지식 선생님께서 여고 선생님을 하셔서인지, 여학생들의 심리와 정서, 총각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마음. 학교 선배와 나누는 우정과 미묘한 질투심 등이 주요 소재입니다. 

그렇다고 심각하거나 골치 아픈 문제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청소년기에 자각한 타인에 대한 연심, 동경, 정... 이런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책갈피로 꽂아둔 마른 꽃잎처럼 아련하게 묘사됩니다.


“감이 익을 무렵” 결말부에서는 라디오를 통한 소통이 등장합니다. 전개 상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 역시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 시절을 보내고 있었기에, 당시 참 뭉클하게 느껴졌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 읽으신다면 너무나 다른 시대상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이질적이라 느끼실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순수”, “추억”, “그리움”... 이런 감정들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소설들이 다보나 조금 읽으시다 보면 의외로 많이 공감하실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빨강머리 앤”이 지금까지 비교적 코지한 명작 소설로 읽히고 있는 이유 역시 비슷한 이유겠지요.


무척 강추하고 싶은 작품이지만, 아쉬운 점은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중고로 구매하자니 어마어마한 가격이라... 꼭 한번 읽어보시라는 말씀을 드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녕 재발간 가능성은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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