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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항 Oct 30. 2022

영화 음악 이것저것-잡담

feat. 테일러 핵포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팝송 best 3를 뽑는다면,

조 카커와 제니퍼 원스가 부른 “Up Where We Belong”

라이오넬 리치의 “Say You, Say Me”

필 콜린스의 “Against All Odds”입니다.


좋아하는 순서로 치면 Against All Odds가 단연코 베오베지만, 

가장 먼저 접한 음악은 Up Where We Belong인데요.

아주 오~~래 전에 “젊음의 행진”이라는, 지금으로 치면 뮤뱅 비슷한 음악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서 우연히 이 음악을 듣고 너무너무 좋아서 충격 비슷한 것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없어서 스쳐 지나간 노래의 제목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다행히 그 노래를 불렀던 “김혜림”이라는 가수 분이 가끔 그 노래를 불러주셔서 제목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 음악이 그 유명한 “사관과 신사”의 주제곡이더군요.

이 영화, 내용도 명작이고, 하얀 제복을 입은 리처드 기어도 유명하지만.. 제목의 번역 오류로도 유명한 작품이죠.

아무튼 마지막에 리처드 기어가 데브라 윙거에게 공주님 안기를 시전하며 자신의 모자를 씌워주며, 이 음악이 흐르던 라스트씬은 정말 명장면 오브 명장면이죠.

성장물과 로맨스가 적절하게 섞인 장면으로, 

평소에 리처드 기어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백마를 탄 기사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확실하게 깨달을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그냥 신데렐라를 만들어주는 기사가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워서 스스로 얻어낸 백마를 탄 기사라니 더 훌륭했죠.

뿐만 아니라, 검은 머리의 상큼함과 청순함을 갖춘 데브라 윙거의 연기, 안타까운 친구의 죽음, 마지막에 교관과 주고받은 정중한 경례(아 이 장면은 진짜.....), 데브라 윙거를 찾아 공장을 헤매는 모습 등 킬링 포인트가 한둘이 아닙니다.

어딘지 힘을 뺀 듯한 제니퍼 원스와 거친 조 카커의 음색이 어렸을 때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삶을 관조적으로 읊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로 좋아합니다.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뛰네요.


다음은 Say You, Say Me인데요.

영화 “백야”의 주제곡으로 당시 꽤 인기 있었던 발레리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그레고리 하인즈, 이사벨라 롯셀리니 등이 출연했으며, 당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전 여자 친구 역으로 헬렌 미렌이 출였했습니다. 사실 그때 마스카라가 번져가며 눈물을 흘리던 연기가 계속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그 배우가 그 유명한 헬렌 미렌이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자유와 예술을 향한 두 남자의 의지, 그리고 구소련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스릴러적 요소를 섞은 영화인데요. 

제 개인적 소견으로는.. 사관과 신사에 비해 재미나 몰입도는 떨어지지만,

후반부 탈출 부분에서 느껴진 아슬아슬함과 마지막 부분의 훈훈한 반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뭣보다 바리시니코프의 춤... 의자를 발로 넘어가는 유명한 장면 등 볼거리는 적지 않은 작품이었죠.


Against All Odds는 동명의 영화 Against All Odds의 주제곡인데, 제프 브리지스와 레이첼 워드, 제임스 우즈 주연인 성인 격정 멜로 스릴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프 브리지스는 아이언맨 1편에 출연한 명배우로, 그의 리즈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워낙 출연작이 많지만, 그중에서 저는 “사랑의 행로”와 “로스트 인 더스트”를 추천합니다. 딴소리지만, 슬프거나 우울한 영화 찾고 계신 분들께는 로스트 인 더스트에 출연하는 벤 포스터 배우의 갤버스턴도 추천합니다.

아무튼 이 음악은 Against All Odds를 보다가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를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크리스찬 베일이 이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필 콜린스의 원곡이 최고다. 아주 고급스러운 음악이다... 등의 칭찬을 하길래, 궁금증이 생겨 들어봤다가 제대로 빠져버린 음악이죠.

덕분에 영화까지 찾아봤는데...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단점이 많이 보이겠지만, 80년대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자극적이면서 재미있는 작품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프 브리지스는 굉장히 멋지고 멋지고 또 멋지더군요.

인기 미드 “가시나무 새”의 주인공이었던 레이첼 워드도 아주 멋집니다. 

결말부가 약간 의외였는데요. 이걸.... 열린 결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두 주인공의 관계가 확실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요. 전반적으로 끈적한 느낌이 드는 영화에 꽤나 쿨한 결말이라 뭐가 매우.. 세련된 느낌이었습니다.


어쨌든 크리스찬베일 때문에 필 콜린스의 원곡과 더불어 다양한 리메이크곡들도 다 들어봤는데, 저 역시 담백한 느낌의 원곡이 단연 넘사벽 최고라고 봅니다.

웨스트라이프와 머라이어 캐리 버전도 나쁘지는 않지만, 영화의 고전적이며 쿨한 느낌을 잘 살리는 것은 역시 담백한 필 콜린스. 

필 콜린스의 “One More Night”라는 곡도 상당히 좋아하는데요. 이런 곡을 전혀 느끼하지 않게 소화하는 점이 더 마음에 듭니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 세편이 모두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인데요. 

테일러 핵포드..... 젊은 분들에게는 “레이”의 감독으로 알려졌을지 모르겠지만,

데블스 에드버킷, 돌로레스 클레이븐 등 다수의 수작을 만들어낸 유명 감독입니다.

제 느낌으로는 솔직히, 강한 한 방은 없지만 늘 평타 이상은 하는 감독으로,

그의 영화는 대부분 잘 짜여진 각본에, 뻔하지 않은 결말, 적절한 수준의 선정성 등, 만족할만한 재미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83년 사관과 신사, 84년 어게인스트 올 오즈, 86년 백야로 저에게는 연타석 홈런을 쳐버렸네요.

또 그 후로는 딱히 음악으로 와닿는 작품은 없었고요.

1980년대 테일러 핵포드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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