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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질과 성격 : 순둥이에서 강한 아이로

나약함에서 강인함의 여정

초등학교 입학 당시 촬영한 사진(감천문화마을 감정초등학교)



#넌 누구니?

“아이고…. 이렇게 나약하게 생겨서 이 험한 세상 어찌 살라고? 너 정말 약하게 생겼구나…. 넌 누구니?”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말을 자주 했다. 나는 어른들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몰랐다.     

“엄마, 어른들이 나보고 약하게 생겼대….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누가 그래?”

“저 위에 어떤 아줌마가.”

“그건 남호가 음식 가리지 않고 골고루 다 잘 먹길 바라서 그러는 거야. 남자는 많이 먹어야 나중에 키도 크고 큰 사람이 되지.”

“정말? 그럼 나 오늘부터 밥 많이 먹어야지….”     

그날 저녁,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여보…. 남호 태권도 보내야겠어요. 또래에 비해서 너무 약해서 걱정이에요. 아랫집 김 씨 아들도 며칠 전에 태권도 도장에 보냈다고 하던데….”

“그래? 그럼 보내. 저 녀석 남자답게 잘 커야 하는데…. 너무 소심해서 걱정이야.”          


  그렇게 나는 7살에 태권도 도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도장의 다른 아이와 겨루기를 하게 된 날이었다.     

“자, 겨루기 시작!”     

관중이 웃음을 터트렸다.     

“시작…?”     

당황한 태권도 사범이 말했다.     

“자…. 남호야, 먼저 공격해야지? 진석이도 공격해야지…?”     

상대는 나와 기질이 비슷한 구진석이라는 남자아이였다. 관객이 웃었던 이유는 우리는 시합이 시작되었는데도 서로 먼저 공격하지 않고 10초 동안 가만히 자세만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한 번 발을 차면 진석이도 한 번 차고, 내가 두 번 차면 진석이도 두 번 찼다.     


  우린 승리하기 위해 상대를 짓누르고 제압하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그래서 당시 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관중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공연하는 개그맨 같았다고 했다.     

그 이후부터 태권도 심사 때마다 관중은 일부러 나와 진석이의 경기를 보기 위해 참석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가끔 형에게 이런 말을 듣기도 한다.     

“남호야, 너 진석이랑 연락하니?”

“아니…. 그때가 언젠데? 연락 안 한 지 30년 정도 된 것 같은데….”

“하하…. 너희 진짜 웃겼는데. 바보 형제가 겨루기 하는 것 같았어. 정말 둘 다 순둥이였지…. 하하!”

“……?”     

어느 날은 형이 덧붙였다.     

“너는 어릴 때부터 정말 순했어. 막 돌 지났을 때, 내가 호기심으로 네 머리를 한 대 톡 때렸는데 아무 반응이 없더라. 원래 다른 애들은 바로 우는데 말이야, 넌 안 울어! 하하…. 완전 순둥이야.”     

그러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말했다.     

“그럼. 오남매 중 막내 네가 제일 키우기 편했지. 잠도 많이 자고, 새벽에 깨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가족들은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가족과 동네 어른들에게 항상 걱정의 대상이었다. 어디 가서 맞고 오는 것은 아닐지, 나쁜 아이가 시켜서 혼자 나쁜 짓을 하다가 누명을 쓰는 게 아닐지….     

누가 물건을 빼앗아 가면 보통 아이들은 다시 돌려달라며 서로 싸우고 난리 법석을 떠는데,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와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제들이나 부모님은 모두 나를 걱정했다.





#내생애 첫 싸움

1987년,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아침 전체 조례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4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나를 보고 비웃었다. 기분이 나빠져서 그 아이의 눈을 쳐다보자 그가 내게 말했다.     

“왜? 기분 나빠? 기분 나쁘면 덤벼!”     

나는 순간 화가 났다. 옆에 있던 친구들은 내가 어떻게 할지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상황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4학년 아이는 계획적으로 나를 유인하며 태권도 겨루기 자세를 취했다.     

“왜? 4학년이 까부니까 기분 나빠? 기분 나쁘면 먼저 공격해. 태권도 배웠다며?”     

나는 태권도 도장에서 배운 발차기로 먼저 공격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공격을 잘 피하고 옆차기로 나의 가슴을 찼다. 어느새 주위에는 구경하는 아이들로 인산인해였다.     

나는 아픈 것도 모르고 그에게 또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잘 피하면서 돌려차기로 나의 얼굴을 찼다. 나는 뒤로 넘어지며 땅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 아이는 나를 비웃고는 교실로 돌아갔다.     

나는 화가 많이 난 채 교실로 돌아갔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상했다. 작은 목소리로 서로 소곤거리고 있었는데, 마치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뒤늦게 안 사실인데(알고 나서 정말 깜짝 놀랐다), 나와 싸운 아이는 4학년 중 제일 싸움을 잘하는 아이였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나를 가볍게 보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레스링 선수 김일

  어느 날 점심시간, 시선이 느껴졌다. 보통 아이들보다 몸무게가 20kg 더 나가는 현식이라는 아이가 나를 오묘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바로 싸울 듯한 분위기였다. 순간 나는 약간 두려움을 느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약주만 하면 노래를 불렀던 아버지의 주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남호! 차렷! 열중쉬엇!”     

나는 엄격한 아버지의 구령에 따라 차렷과 열중쉬어를 반복했다.     


“편히 쉬어! 남호야, 바로 앉아 봐!”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아버지 앞에 앉았다.     

“남자는 말이야, 배짱이 있어야 해!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남에게 기 죽으면 안 돼. 알았지?”

“응, 근데 아빠! 배짱이 뭐야?”

“배짱? 배짱은 배포지. 아랫배가 아주 빵빵한 거야…. 두려움이 없다는 거지.”

“두려움이 없다는 게 뭐야?”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고 싸우는 거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하는 거지. 나는 이석연이다! 나는 이남호다!”

“…….”     


아버지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아빠는 말이야, 20대 때 아빠보다 덩치 큰, 저 밑에 박 씨 아저씨한테도 박치기 한 방으로 이겼어! 비록 덩치는 작았지만 어느 누구도 아빠한테 함부로 해코지하지 않았어…. 배짱! 남자는 배짱이야! 알겠지….”

“아빠, 박치기가 뭐야?”

“박치기? 김일 선수! 레슬링할 때 머리로 박치기하는 거! 이리 와 봐.”     


그러고는 아버지는 내 머리를 박았다.     

“아야! 아빠, 아파!”

“이남호! 너 남자가 이렇게 소심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래? 남자는 자신감이 있어야 해! 마음이 강해야 해! 알았지? 당당함이 최고의 재산이다…. 차렷! 열중쉬엇!”

“아빠, 재미없어! 나 안 할래.”     

뒤에서 아버지와 나를 지켜보던 어머니가 한마디 거들었다.     

“여보, 그만해요…. 하기 싫다는 거 왜 자꾸 시켜요? 애 기 죽게….”     


가을운동회가 끝난 9월, 아이들은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건 현식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오전 쉬는 시간에 여자아이가 실수로 현식이의 옆구리를 살짝 건드리자 그가 근육통으로 무척 고통스러워했던 것이다.     

순간, 나는 오늘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 오늘이 기회야…. 오늘 저 아이를 깨는 거야. 안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날 무시할 거야. 한판 붙어 볼까? 그래…. 해 보자!’     

그리고 다음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일부러 현식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예상대로 현식이는 나를 보며 신경질을 냈다.     

“야! 뭘 봐? 저리 안 가?”

“…….”

“야…. 이남호, 안 꺼져? 4학년한테 깨진 놈이….”

“뭐…?”     


  현식이는 비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현식이의 옆구리와 허벅지에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박치기를 했다.     

그리고 현식이는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은 내 행동을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일로 인해 나는 현식이와 절친이 되었고, 어느 누구도 내게 함부로 말하거나 나를 놀리지 않았다.




TIP. 생각해 봅시다

  성격은 안 바뀐다 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기질"에 관한 것이다. 성격과 기질은 비슷하고 혼동되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기질은 대체로 선천적이고,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즉, 감정 반응, 활동 수준, 초반 인생의 행동 경향 등을 포함하며, 일생 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특성을 유지된다. 한 예로 신생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각기 다른 기질을 보인다. 예를 들어, 어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크게 울며 강한 감정 반응을 나타낸다. 반면, 다른 아기들은 조용하며, 간호사가 엉덩이를 때려야 비로소 울음을 터뜨린다. 이는 각 아기가 세상에 반응하는 초기 성향의 차이를 보여준다. 


  또한, 배가 고플 때의 반응도 아기마다 다르다. 어떤 아기는 배가 고프면 크게 울어 자신의 필요를 분명하게 표현한다. 반면, 다른 아기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덜 강하게 또는 조용히 울며, 더 미묘한 방식으로 배고픔을 표현한다. 또한, 침대에 눕혔을 때의 반응도 기질의 차이를 나타낸다. 어떤 아기들은 침대에 눕히면 편안하게 잠들거나 환하게 웃으며 주변 환경에 호기심을 보인다. 반면, 다른 아기들은 같은 상황에서 불안하거나 불편함을 느껴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이러한 다양한 반응들은 각 아기가 타고난 기질, 즉 선천적인 감정 반응의 패턴과 기본적인 성향을 반영한다. 이 초기 기질은 아기의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그들의 성격 발달에 기초가 된다. 이와 같이 기질은 생후 초기부터 나타나는 개인의 선천적인 반응과 행동 경향을 말하며, 이는 각 아기가 세상을 경험하고 반응하는 고유한 방식을 보여준다. 


  그래서 "성격은 안 바뀐다"는 말은 실제로는 "기질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에 가깝다. 반면에 성격은 개인의 생각, 감정, 행동 양식을 포함하며, 기질 외에도 환경, 경험, 교육, 사회적 상호작용 등에 의해 형성되고 발달한다. 성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할 수 있으며, 개인의 의식적인 노력, 삶의 경험, 사회적 및 환경적 요인에 따라 발전하고 조정될 수 있다. 즉, 성격은 시간과 함께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더 유동적이고 동적인 구성 요소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성장을 통해 성격을 발전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다. 반면, 기질은 개인의 기본적인 성향과 경향성을 나타내며, 이는 생애 동안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된다.


  당신은 선천적으로 어떤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자신의 기질을 알면 자기이해로 삶에서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 보통 기질검사로는 TCI를 많이 한다. 이것은 성격의 개인차를 평가하기 위해 고안된 심리 도구이다. 1990년대 초에 정신과 의사이자 유전학자인 클로닝거 박사가 개발했다. TCI는 생물-심리-사회적 성격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개인의 성격을 이해할 때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을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TCI는 총 7가지 주요 성격 차원을 측정하며, 이는 4개의 기질 차원과 3개의 성격 차원으로 나뉜다.

검사를 통해 어느 부분의 척도가 높고 낮은지 참조용으로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기질 차원>

1. 자극 추구(Novelty Seeking)이다. 이것은 새로운 자극이나 잠재적 보상에 대한 단서에 반응하여 흥분하는 상태이다. 즉, 새로운 비디오 게임이나 롤러코스터와 같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흥분한다고 상상해보자. NS가 높은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과 모험을 좋아한다. 이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시도하기를 원한다.

2. 위험 회피(Harm Avoidance)이다. 이것은 혐오 자극의 신호에 강렬하게 반응하여 해를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상태이다. 즉, 더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위험한 일을 피하고 다치거나 실수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위험 회피 성향이 높은 사람이다. 조심성이 강하고 안전한 상태를 선호하는 것과 같다.

3. 사회적 민감성(Reward Dependence)이다. 보상 신호, 특히 사회적 보상에 현저하게 반응하는 상태이다. 즉, 이것은 사람들과 함께 있고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얼마나 즐기는지에 관한 것이다. 친구와 함께 있을 때 기분이 좋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면 보상 의존도가 높다. 이는 그룹의 일원이 되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4. 인내력(Persistence) : 좌절과 피로에도 불구하고 인내하는 상태이다. 즉, 끈기는 게임에서 어려운 레벨을 클리어하기 위해 힘들어도 계속 도전하는 것과 같다. 힘든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다면 끈기가 높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격 차원>

1. 자율성(Self-Directedness) : 개인적으로 선택한 목표와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상황의 요구에 맞게 행동을 조절하고 적응하는 능력이다. 이것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젝트 작업이나 기술 연습과 같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SD가 높을 것이다. 

2. 연대감(Cooperativeness) : 개인이 사회적 상호 작용에서 동의하고, 공감하고, 지지하는 정도이다.

팀의 일원이 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고, 서로 돕는 데 능숙하다면 협동심이 높은 사람이다. 좋은 친구이자 팀원이 되는 것이다. 

3. 자기 초월성(Self-Transcendence) 이타적이고 겸손하며 다른 사람을 도와줌으로써 성취감을 느끼는 경향이다. 자기 초월성은 자신보다 더 큰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돕는 데 관심이 있고, 더 큰 아이디어나 대의를 믿으며,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자기 초월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TCI는 임상 진단 및 치료 계획, 성격 심리학 연구, 비임상 인구의 개인차 이해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정신 건강 장애에 기여할 수 있는 성격 특성을 파악하거나 치료적 접근법을 안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성격에 대한 유전적, 환경적 영향을 연구하는 연구에서도 유용한 도구이다. 임상 심리학에서는 환자의 개인적인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TCI (기질 및 성격 인벤토리) 같은 테스트를 사용한다. 


TCI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질과, 살면서 겪는 경험들이 어떻게 성격을 형성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정보는 환자에게 더 잘 맞는 치료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TCI는 주관적인 요소가 강하고, MMPI-2 (다면적 인성 검사)는 객관적인 요소가 강해서, 이 두 검사를 함께 하면 서로의 결과를 비교하며 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필자는 사회불안장애를 청소년 시절에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앞으로 필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회불안장애를 겪으면서 심리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과 노력을 했는지 공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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