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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 Mar 16. 2024

사랑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사랑을 앞둔 사람이 알아야 할 것들 









3월엔 괜스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무채색 세상에 푸릇푸릇한 물감이 점차 번져가니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말랑해진 탓일까? 2024년은 1월에 이미 시작되었으나 3월에야 비로소 실감이 든다. 그래서 1월보단 3월이 시작이라는 말과 더 잘 맞는다. 새로운 봄의 시작, 새로운 학기의 시작, 새로운 인연의 시작, 새로운 사랑의 시작. 그래서 이 번 글에선 사랑에 관한 몇 가지 오해를 풀어보려 한다. 새로운 인연을 앞둔 연인들을 위해서. 





1. 사랑은 진부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비슷한 생활패턴을 반복하다 보면 수억 명의 세계인구 속 마주치는 사람마저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이라면 마주치는 사람도 새로이 환기된다. 거기서 인연이 시작될 수 있다. 대부분 연인들의 사랑은 모두 이런 우연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하고 나면 어느 순간 돌연 운명으로 둔갑해버리고 만다. 그래서 항상 연인들은 자신의 사랑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랑이야기만큼 진부한 건 없다. 사랑의 시작과 진행, 위기와 절정, 결말 모두 뻔한 사랑의 서사를 따르기 때문이다. 





2. 사랑은 기본적인 상태가 아니다.

연인 없는 청년은 청춘을 낭비하는 사람이라며 주변으로부터 쓴소리를 듣는다. 연인 없는 중년은 노총각, 노처녀로 불리며 주변으로부터 빨리 결혼하라는 잔소리를 듣는다. 연인 없는 노년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주변에서 빨리 다른 누군가를 들이길 독촉받는다. 대체로 이들은 '빛이 나는' 솔로가 아니라 '외로운' 솔로로 비친다. 사회는 사랑하는 상태인 사람을 자연스럽고 기본적인 모습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은 하자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시선 때문에 혼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느끼며 일단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3. 사랑에 대한 잘못된 도식들

  사랑이란 단어에 떠올리는 이미지는 모두 사랑의 시작점에 몰려 있다. 우연으로 만난 이후 설레는 마음으로 서로를 알아가던 마음 간지러운 그 마음들. 그러나 사랑은 점차 진행되면서 표현과 상태가 변한다. 하지만 사랑의 초반만이 진정한 사랑이라 맹신하는 사람은 상대의 사랑이 식었다고 오인하고선 사랑의 진행을 포기해 버린다.  


 또, 청년의 사랑은 성적흥분이 연상되고, 중년의 사랑일 땐 익숙함이, 노년의 사랑일 땐 안정적이고 의존적인 이미지가 자동 연상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중년의 정열적 사랑은 대부분 불륜으로, 노년의 경우엔 어린아이와의 비도덕적 사랑이야기로 그려진다. 하지만 모든 감정이 그렇듯 사랑 역시도 정해진 규칙이 없다. 


 마지막으로, 사랑은 결혼으로 완성된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과거 정략결혼을 해야 했던 과거의 이들을 안타깝게 여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사랑과 결혼은 동의어가 아니었으며 이들이 한 몸이라는 생각은 130년도 채 안되었다. 사랑과 결혼의 상관관계는 역사의 발명품이다. 





4.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다

우린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을 쓰지만 그렇지 않다. 감정은 주체가 있어야 하는 능동형 동사이다. 그래서 영어문법에서조차 감정동사는 예외규칙으로 따로 외워야 한다. 그러니 수동적인 표현은 그저 표현일 뿐, 실제론 사랑하길 '선택'한 것에 가깝다. 그러니 교통사고처럼 갑작스러운 사랑에 빠짐 현상은 없다. 그렇게 갑작스레 다가오는 것은 오로지 사랑의 상실뿐이다. 상실은 어김없이 갑작스럽다. 그리고 여지없이 아프다. 





5. 사랑의 끝은 시작보다 힘들다 

상실이 아픈 이유는 우리가 그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계속 학습한다. 그러면서 뇌 속에 지도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나의 뇌는 나의 세상에 적합하고, 너의 뇌는 너의 세상에 적합해진다. 원래는 같은 뇌였다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내 세상에 들인다는 것이고, 그 사람이 존재하는 세상에 적합한 뇌지도가 구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람이 나의 뇌 속에서 암호화된다는 걸 의미한다. 암호화된 곳이 해체되어 다시 새로운 뇌지도가 생성되기까지, 그 사람이 부재한 세상을 다시 학습하기까지 우린 그 사람을 들인시간과 공간, 친밀감만큼 아플 수밖에 없다. 뇌는 새로운 건 빠르게 받아들이지만 그걸 다시 지우는 데에는 그 이상의 시간이 든다. 마치 몸에 새겨진 타투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항상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그만큼이나 사랑의 힘은 어마무시하다. 그러니 새로운 인연을 앞둔 사람들은 사랑을 오해해서 상대의 마음을 무분별하게 취소하지도, 내면을 돌보지 않은 채 무책임한 사랑에 돌입하지도, 사랑에 대한 잘못된 도식에 목 메지도 않길 바란다. 무릇 사랑하면 이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상대의 사랑을 홀대하지도 않길 바란다. 괜히 겁먹어 인연을 놓치지도 안돼 초조한 마음에 대뜸 인연을 만들지도 않길 바란다. 그렇게 곧이어 다가올 만개한 꽃 잎 아래 모두 원하던 사랑을 이루어내기를 바란다. 물론, 낭만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새 봄은 아름다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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