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하나로 기억이 돌아왔다.

by 빛숨

아무 생각 없이 향을 피운 날이었다.
습관처럼 불을 붙였고,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늘 해오던 일이었는데,

그날은 조금 달랐다.

익숙한 향이 방 안을 채우자,
마음 어딘가에 가만히 덮어두었던

무언가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나를 덮쳤다.

‘이 향기, 예전에 자주 맡았었지.’

무심코 코끝을 스친 향기는
언제인지도 모를 과거의 기억을

스르르 끌어올렸다.
눈으로 본 것도, 말로 떠올린 것도 아닌데
그저 향 하나로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향은 어릴 적

엄마가 주말마다 피워두던

향초의 냄새와 비슷했다.
따뜻한 주말 오후, 햇살이 들던 거실,

조용한 라디오 소리.
소소하고 평범했던 장면들이
향 속에 고이 접힌 채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땐 잘 몰랐던 안정감과 다정함,
그리고 그 안에서

나도 나답게 숨 쉬고 있었다는 사실.

향은 기억의 문을 여는 열쇠 같다.
머리로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던 장면이
향이라는 감각을 따라 조용히 찾아온다.

나는 그 향 속에서
오래전에 묻어두었던 내 마음을 다시 만났다.
좋았던 기억뿐 아니라,

미처 마주하지 못한 감정들도 함께였다.
그리움, 아쉬움, 그리고 위로.

어쩌면 향기는 말이 필요 없는 위로다.
아무 설명 없이, 그냥 곁에 머물러주는 존재.
그 존재가 전하는 건 단 하나.

“너는 지금도 여기 있어.”

이제 나는 향을 피우는 시간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나를 기억해 주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마음이 흐려질 때마다
나는 다시 향을 피우고, 그 연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나를
다시 불러낸다.

아주 조용히, 아주 다정하게.


[기록]
향 하나로 기억이 돌아왔다.
마음은 잊지 않고 있었다.
숨처럼 흐르고 있었던 감정들이
향기 속에서 나를 다시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