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걸 기억해 내는 중이다

by 빛숨

언젠가부터

'좋아하는 것'이라는 말이 어색해졌다.

좋고 싫은 걸 따질 여유도 없이

그냥 주어진 걸 해내는 데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아침에 눈을 떠,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나는 자주 내 마음을 놓치곤 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섬세한 것이어서

의식하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 버리기 쉽다.


어느 날,

퇴근길에 문득 길가에 있는 꽃가게 앞에 멈춰 섰다.

그때 특별하지 않지만

작고 노란 프리지아 꽃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날 위해 꽃을 샀던 날들.

향 좋은 차를 고르느라 오래 고민했던 날들.

기분 전환을 위해 혼자 전시회를 찾았던 오후.


그때의 난,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자주 움직였고

작은 취향 하나도 소중히 여겼다.


언제부터일까.

난 누군가의 취향에 맞춰 살고 있었고

내 의견을 묻는 질문에

"아무거나 괜찮아요"라고

답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실,

아무거나 괜찮은 게 아니었는데.

분명히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나는 조금씩 나를 기억해 내는 중이다.

어떤 향을 좋아했는지,

어떤 색이 나를 편안하게 해 주는지,

무엇을 보면 웃음이 나는지.


좋아하는 걸 기억해 내는 일은,

잃어버렸던 감각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건 자기 회복이고,

내 마음을 향한 다정한 시도다.


누군가 나에게

"요즘 너, 뭐 좋아해?"라고 묻는다면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다시 알아가는 중이야."

"내가 좋아하는 걸 하나씩 떠올리고 있어."


[기록]
좋아하는 걸 기억해 내는 중이다.
그 감각은 여전히 내 안에 있었고,
나는 지금 그걸 다시 꺼내는 중이다.
조용히, 다정하게.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