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에게 묻는 말이 있다.
"오늘의 감정은 어떤 색이었지?"
이 질문이 자연스러워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정이란 그저 좋은 것과 나쁜 것, 기쁜 것과 슬픈 것처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구분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감정은 단지 그런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무채색처럼 흐릿했고, 때로는 색이 섞여 복잡한 결을 품고 있었다.
감정을 색으로 바라보게 된 순간부터,
나는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섬세한 결을 가진 것인지 이해하게 됐다.
오늘 아침은 옅은 회색이었다.
창밖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걸 보고,
내 마음에도 슬며시 구름이 드리운 것 같았다.
막연한 불안인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거움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마음 한 구석에 그런 흐릿한 느낌이 머물고 있었다.
점심시간, 사무실을 나와 잠시 걸었다.
걷다 보니 골목 끝 꽃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
몇 걸음 지나치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봄꽃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노랑, 분홍, 연보라..
그 순간 내 감정도 잠시 부드러운 파스텔톤으로 바뀌었다.
그 잠깐의 순간 덕분에 아침의 흐릿한 감정이 다 사라진 건 아니었다.
다만, 감정이라는 건 이렇게 여러 색이 겹쳐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어떤 날은 분명 하나의 색이 지배적이지만,
어떤 날은 여러 가지 색이 조용히 섞여 나만의 색깔로 자리 잡는다.
오후가 되자 내 감정은 조금 더 짙어졌다.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면서,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그럴 때의 내 마음은 어두운 네이비에 가까운 파랑을 닮아 있다.
슬프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분이 좋다고도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색.
과거의 나였다면 이런 감정은 무시하거나 밀쳐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는 나에게 시간을 준다.
그 색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조용히 곁에 머물도록 놔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다.
'지금 느끼는 그 감정, 정말 네가 느끼는 그대로야?'
그럴 때마다 마음은 말없이 답해준다.
'맞아, 지금 난 이런 색이야.'
저녁이 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노을이 붉게 지고 있었다.
잠시 멈춰 그 노을을 바라보았다.
하루 종일 변화했던 내 감정들이 붉은색과 주황색, 보라색이 섞인 노을처럼 어우러지는 기분이었다.
감정을 색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생긴 후,
나는 더 이상 감정을 밀쳐내지 않는다. 대신, 오늘의 감정이 어떤 색인지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제 나는 안다. 감정이란, 단지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나를 알아가게 해주는 미묘한 신호들이라는 것을.
색깔을 통해 내 마음을 읽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오늘의 감정은 어떤 색이었나요?
내일의 감정은 어떤 색일까요?
색을 통해 내 마음을 만나고, 그 마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천천히 배워가는 중이다.
[기록]
감정에는 언어보다 색이 먼저 깃든다.
그 색을 조용히 바라보는 일,
그게 지금의 나를 알아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