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색으로 떠올려 본 다음 날이었다.
아침부터 자꾸만 한 장면이 떠올랐다.
햇살이 조용히 머무는 창가.
차가 식어가는 작은 탁자.
그리고 내가. 아주 가만히. 그곳에 앉아있는 모습.
감정은 늘 나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어떤 날은 회색 같은 마음에, 좁은 복도처럼 답답한 공간에 갇힌 느낌이고,
어떤 날은 연한 하늘색처럼 가벼워져 넓은 창이 있는 방을 그리게 된다.
내 마음이 오늘을 초대한 공간은,
햇빛이 부드럽게 깔린 창가와 나무 책상이 있는 조용한 방이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곳.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곳.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마음이 점점 정돈되어 가는 곳.
그런 공간이 있다는 상상을 하자,
좀 전까지 복잡했던 마음이 서서히 풀어졌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감정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감정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는 것도 나를 다독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전에 나는 그런 걸 잘 몰랐다.
어떤 공간이 내게 위로가 되는지, 어떤 공간에선 더 쉽게 무너지는지조차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저 주어진 공간에 맞춰 감정을 숨기고 적응하며 살아왔다.
불빛이 너무 강해도, 소음이 심해도,
그저 '괜찮아야 한다'라고 생각했던 거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공간에 머물고 싶지?"
"이 감정은 어디쯤 앉아 쉬고 싶어 할까?"
어떤 날은 따뜻한 색감의 방이 좋고,
어떤 날은 창문이 활짝 열린 바람 부는 공간이 그리워진다.
혹은 조명 하나 켜진 밤의 고요한 방 안,
그 어둠 속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날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공간에는 나를 괜찮다고 느끼게 해주는 '숨결'이 있다.
내가 허락한 나만의 분위기.
내 감정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빛과 온도.
그게 바로 내가 머물고 싶은 공간이다.
지금 이 순간,
내 감정이 쉴 수 있는 장소를 떠올려 본다.
딱히 예쁘지 않아도, 누군가의 취향에 맞지 않아도 괜찮다.
오직 내 감각이 '여기, 좋아'라고 말해주는 곳이면 충분하다.
어쩌면 우리는 그 공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곳에 한 발짝 다가가 있는지도 모른다.
[기록]
감정이 머무는 공간이 필요했다.
마음이 조용히 앉아 쉴 수 있는 자리가.
그래서 나는 물었다.
"지금 내 감정은 어디에 머물고 싶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