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어느 순간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지금의 내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맑은 눈으로 담던 시간..
그 어린아이의 시간으로 돌아가보고 싶었다. 어떤 편견도 지식도 아무것도 없이 그저 두 눈으로 담아내고 온몸으로 느꼈던 시간이 그리웠다.
기억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기기 위해 눈을 감았다. 어린 내가 골목과 운동장을 걷고 나뭇가지를 들고 운동장 바닥에 그림을 그리던 기억을 떠올렸다. 집에서 학교까지 걷던 그 길도 떠올렸다. 점심시간에 과자를 사 먹겠다고 나와서 300원짜리 뽑기를 하던 기억도 떠올렸다. 동생 손을 잡고 붕어빵을 사러 가던 한 겨울의 뒷모습도 떠올렸다.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동생을 앞에 태우고 온 동네를 휘젓던 모습도 떠올렸다.
그때는 더위도 추위도 아픔도 몰랐다. 온 세상이 놀이터였고 좋은 그림도 액자도 필요 없는 보이는 모든 것이 그림처럼 예뻤던 시절이다. 플라타너스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초록색 송충이 덕에 아이들의 놀라는 소리가 들리던 여름과 가만히 서 있어도 볼이 빨개지는 매서웠던 겨울이었다.
어렸던 나는 세상이 고와 보였고 나쁜 것도 이상한 것도 없었다. 그냥 내일이 기대되는 밤이 지나고 다시 아침이 되면 별생각 없이 뛰어나가 다시 놀았으니까..
어른들의 고단함도 걱정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만 보이던 내가 보던 세상..
그 세상을 보던 눈으로 다시 보고 싶다.
많은 것이 내게 겹겹이 쌓여있어 보지 못한 것들이 있다.
어린아이 같은 시선으로 보지 못한 세상을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