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I
그린다는 행위에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들어있다.
누군가를 그리려면 그리고 싶은 대상을 찬찬히 머릿속에 떠올려야 한다.
나를 보는 눈빛, 눈썹 모양과 코 모양, 웃으면 올라가는 입꼬리까지 하나하나 생각한다.
보고 있지 않아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렸던 자리 위에 또 그려서 닳아버린 도화지처럼
마음속에 그려서 새겨진 사람이 있다.
이 밤에도 나는 그리운 사람을 그리고
너무 많이 그려서 손에 익어버린 그림처럼
이미 익숙해진 모습으로 너는 거기에 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