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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94호 매듭 04화

[경제] 엔화를 통한 글로벌 자본의 비행

수습부원 정승빈

by 상경논총

8월 금융시장에는 2가지의 큰 이슈가 있었다. 바로 블랙 먼데이와 엔고가 주인공이다. 주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블랙 먼데이’라는 단어를 봤을지도 모른다. 원래는 1987년 10월 19일, 월스트리트에서 주가가 하루 만에 22.6%가 빠진 사건을 말했지만 이제는 시장의 급락을 뜻하는 일반명사가 되었기에 경제 뉴스에서 종종 보이곤 하는 단어다. 그런 ‘블랙 먼데이’가 2024년 8월 5일에 재림했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는 -8.77%를 기록했고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12.4%, 대만 가권 -8.35% 그리고 미국의 나스닥도 장 중 -6%까지 하락했다가 -3.43%로 장을 마쳤다. 특히 한국 시장의 경우 코스닥은 11%나 하락했고 코스피의 장중 최대 하락 폭인 286포인트는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갱신한 수치이다.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 발동은 덤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주가지수 폭락의 이유로 다양한 이유가 제시되고 있다. 미국 실업률에 의한 경기 침체와 중동 전쟁 확대 우려에 대한 패닉셀, 워렌 버핏의 애플 절반 매도에 의한 공포 심리 등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양하게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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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 또한 뜨거운 감자였다. 7월 10일 기준으로 100엔당 850원대까지 하락했던 환율이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920원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지속된 엔저로 인해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444만명이나 일본을 방문했던, 지난해 대비 42%나 방문객이 늘어날 수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가 약해졌다.

위의 두 가지 이슈 간의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파편화된 개별적 사건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사건 사이에는 긴밀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바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그 주인공이다. UBS 일본 법인은 엔 캐리 자금 규모가 최대 5천억 달러에 이르렀었다고 분석했고 도이체방크는 그 규모를 무려 20조 달러로 추정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무엇이길래 블랙 먼데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엔고에도 영향을 미치며 또한 그 규모도 추정 기관에 따라 40배가량의 널뛰기를 하는 것일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넌 뭐니?

우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는 단어의 뜻을 해체해 보자.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통화로 금리가 높은 외국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를 뜻한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그러한 캐리 트레이드에 사용되는 저금리 통화로써 엔을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엔을 이용해 고금리 외국 자산에 투자한 자금들이 청산되어 다시 엔으로 바뀌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현실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는 엔을 이용해서 주로 호주나 뉴질랜드 및 아프리카 등의 금리가 높은 신흥국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엔을 가지고 있으면 그냥 일본에 투자하면 간단할 텐데 왜 번거롭게 여러 과정을 거쳐서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걸까? 이러한 의문은 캐리 트레이드의 기본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기준 금리가 1%인 A국과 10%인 B국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A국의 국민은 자신의 돈을 A국에 둔다면 연 1%의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B국에 둔다면 1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A국 국민이 A국에서 돈을 빌려서 B국에 둔다면 10%의 수익과 1%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므로 9%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캐리 트레이드에서 발생하는 첫 번째 이익인 이자 수익이다. 한편, A국에서 빌린 돈을 갚아야 할 시점에 왔을 때, 환율에 변화가 있어서 A국 화폐가 B국 화폐에 대해 상대적인 가치가 하락했다고 가정해 보자. B국에 투자한 돈을 다시 A국 화폐로 환전할 때 평가절하된 수준만큼의 추가 이익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캐리 트레이드의 두 번째 이익이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세금을 비롯한 각종 규제가 없는 가상의 사례를 만들어 이해해 보자. 1달러가 1,000원이고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각각 1%, 10%라고 가정해 보자. 한국에서 1만원을 빌려서 달러로 교환하고 미국에 1년간 투자했을 때 11달러를 얻는다. 1달러를 이자 수익으로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11달러를 다시 원으로 바꾸는 시점에 1달러가 2,000원으로 환율 변동이 있었다고 해보자. 이때 투자자는 22,000원을 받게 되는데 환율로 인한 차익도 얻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극도로 단순화된 가정은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현실에서는 대출금리와 이자율도 다르고 차익에 대한 세금도 발생하며 환율이 불리하게 변동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위의 사례에서 1달러에 2,000원이 아닌 500원으로 바뀌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조건을 감안하고도 이익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 캐리 트레이드가 발생한다.


저금리가 불러온 금융 혁신의 서막

이렇게 캐리 트레이드의 원리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하지만 왜 유독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만 이슈에 오르는 것일까? 세상에는 달러, 파운드, 유로를 비롯한 수많은 통화가 있는데도 말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역사가 그 해답이 될 것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엔저로 인해 일본에서 생산된 상품의 가격이 외국, 특히 미국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훨씬 싸게 느껴지게 되어 일본은 막대한 수출 이익을 보게 된다. 미국은 이를 계속 용인하지 않았고,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저를 끝내며 일본의 수출이 대폭 감소하게 된다.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수출이 감소한 만큼 내수를 끌어 올려야 했고 일본은행은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돈이 부동산으로 쏠리게 되었다. 부동산 버블이 점점 커지자 두고 볼 수만 없던 정부가 규제를 시작하자 경제가 붕괴해 버리는 거품 경제 붕괴가 발생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대책으로 1991년부터 1999년까지 일본 은행은 6%P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일본에 저금리 시대가 열린다. 그러나 저금리와 경기 침체가 겹치며 일본 내의 자산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자 수익에 민감한 투자사들과 주부들을 시작으로 해외 자산 투자가 성행하게 된 것이다. 즉 금리 차가 클수록 많은 이윤이 남는 캐리 트레이드에 이용될 통화로 90년대 이후로 0%에 근접한 저금리를 유지한 엔이 제격이었던 셈이다.


번외로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외환시장에 참가하는 일본 투자자를 ‘와타나베 부인’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2007년 외환거래로 4억엔을 벌었지만 1억 3천만엔을 탈세한 혐의로 잡힌 50대 부인이 외신을 통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외환시장에 참가하는 투자자의 80%가 남성이지만 주부 한 명이 외환 거래를 통해 그만한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꽤 큰 충격이었는지 외환시장에 참가하는 일본 투자자를 의미하는 단어로 굳어졌다. 비슷한 사례로는 미국의 스미스 부인이나 유럽의 소피아 부인도 있다.


캐리 트레이드의 원리를 알기에 그 청산 조건도 알 수 있다. 일본은행이 엔화 금리를 올리거나, 해외 고금리 자산의 금리가 하락한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률이 줄 것이므로 청산할 수 있다. 또한 수익률과 관계없이 엔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는 경우에도 청산이 이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이번의 블랙 먼데이를 제외한다면 역사적으로 총 5번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1998년 10월 외환위기, 2002년 2월 닷컴버블 붕괴, 2008년 8월 금융위기, 2016년 1월 중국 증시 및 유가 폭락, 그리고 2020년 6월의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이다. 이렇듯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해외에 투자된 방대한 일본 자금들이 엔으로 바뀌어 자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엔화 수요 증가로 엔화 가치가 상승하는 이른바 엔고가 발생한다. 경제위기가 오면 엔화를 사라는 말의 근저에는 바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엔 캐리 트레이드와 그 청산이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알아보았다. 이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무엇을 통해서 캐리 트레이드 규모를 알 수 있는지, 어떤 조건들이 캐리 트레이드 재개와 청산을 결정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엔 캐리 트레이드의 백스테이지 : 실행 과정의 모든 것

엔 캐리 트레이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추정 가능한 형태는 일본 투자자들의 외환 마진거래, 일본 투자자들의 외화자산구입, 해외 투자자의 엔 자금 조달을 들 수 있다. 일본 투자자들의 외환 마진거래는 일본 내 FX 매매포지션을 통해서 알 수 있다. Foreign Exchange Margin Trading의 줄임말인 FX 마진거래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일일 거래량의 100배를 상회하는 거대한 규모의 국제외환시장에서 개인이 직접 외환을 거래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환전과 달리 FX 마진거래에서는 기준통화와 상대통화가 한 쌍으로 묶여 거래된다. ‘유로/달러’처럼 ‘기준통화/상대통화’로 묶는다. 매수는 기준통화를 사고 동시에 상대통화를 파는 것을 의미하고, 매도는 기준통화를 구입하는 동시에 상대통화를 판매하는 것이다. ‘유로/달러’를 매수했다고 가정해 보자. 겉으로는 달러를 팔고 유로를 샀다고 보이지만 FX 마진거래에서의 매수는 미국 은행에서 달러를 차입해 유로로 환전하고 그 유로를 유럽의 은행에 예치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 Swap Point라고 부르는 거래 통화국 사이의 이자율 차이만큼 수익 또는 비용이 발생하는 배경이 되는 것이다. 또한 향후 강세, 약세 예측에 따라 교환 비율도 바뀌므로 시세 차익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저금리국 통화를 차입해서 환전하고, 고금리국에 직접 투자하는 고전적 캐리 트레이드를 통하지 않고도 FX 마진거래를 통해서도 캐리 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다.


FX 마진거래로 캐리 트레이드를 정말로 진행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자. FX 마진거래는 선물거래이므로 투자자들이 미래에 기대하는 가치를 반영한다. 따라서 그림[2]처럼 미래 가치에 변동을 줄 만한 사건이 없는 평범한 날이라면 변동 폭이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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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림[3]은 일본은행의 0.25%의 금리 인상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던 7월 31일의 지표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고금리 통화와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어 엔 캐리 투자자 입장에서 FX 마진을 통해 이윤을 얻기 쉽지 않다. 또한 일본은행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의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이러한 미래 가치 변동을 반영하여 자금이 청산되어 엔의 가치가 오른 모습이다. 그림[4]의 경우는 8월 5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진행된 날의 지표이다. 마찬가지로 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일본 투자자들의 외화자산구입은 대외 증권투자액과 개인투자자 외화표시 예금액을 통해서, 해외 투자자의 엔 자금조달은 해외 엔화 대출액으로 알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의 대외 증권투자액은 442조엔이었다. 또한 일본 소재 외은 지점의 국외 본점에 대한 대출은 24년 3월 말 약 14조엔에 달하고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일본을 제외한 국가의 비은행 부문에 대출한 엔화 자금 규모는 약 40조엔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 거주자의 해외 포트폴리오도 2001년 이후 누적 규모만 460조엔에 달한다. 물론 이 많은 금액이 경제 위기에 모조리 청산되지는 않는다. 개인이 중심이 되며 단기 차익을 노리는 FX 마진거래와 달리 외화자산구입이나 엔 자금조달은 중장기 거래가 중심이고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엔화로 돌아갈지 모르는 잠재적 청산액이며 그 규모가 엄청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엔 캐리 트레이드를 부르는 신호들

그렇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는 어떤 상황에서 발생할까? 이는 금리 격차, 국제 금융 불확실성, 통화 선물 포지션 등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다. 먼저 금리 격차이다. 기본적으로 양국의 금리 차이를 통한 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투자 통화와 조달 통화 간의 금리 차가 커질수록 캐리 거래의 수익률이 높아진다. 금리 격차는 주요국의 정책 금리와 런던에서 주요 은행 사이의 단기자금에 대해 적용되는 금리인 리보 금리를 통해서 분석할 수 있다.


VIX 지수와 TED 스프레드로 나타나는 국제 금융 불확실성 또한 엔 캐리 트레이드 결정 요인이 될 수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양국 금리차와 예상되는 미래 환율에 따라 일어나므로 예상을 벗어나는 금리 변화와 환율 변화 위험이 존재한다면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VIX 지수는 뉴욕 주식시장의 변동성 지수로 변동성에 대한 투자 기대지수를 나타내므로 불안심리를 보여주는 지수로 인식된다. TED 스프레드는 국제 자금 시장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통화 선물 포지션은 시카고 통화 선물시장의 엔화 포지션을 통해 알 수 있다.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은 고금리 통화를 매수하고 저금리 통화를 매도하는 포지션을 취한다. 고금리 통화로 자본을 더 유입시켜서 고금리 통화의 평가절상과 저금리 통화에서 자본을 더 유출시켜 저금리 통화의 평가절하를 동시에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시카고 통화 선물시장에서 엔이 순매도세라면 엔 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순매수세라면 청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4년 7월 30일 기준으로 7만 3460건의 매도 계약으로 순매도세였던 엔화 선물 포지션이 8월 5일 대폭락 이후 8월 6일 기준 1만 1354건의 매도 계약으로 꺾였고 그다음 주에는 순매수 포지션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캐리 트레이드의 재개 및 청산 요인을 알아볼 수 있다. 이러한 지표들을 분석함으로써 캐리 트레이드의 진행 방향을 추측해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영향

이렇게 엔 캐리 트레이드의 원리와 방법, 역사까지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는 구체적으로 한국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칠까? 첫 번째로 8월 5일에 있었던 것처럼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유입되었던 엔 캐리 자금이 한 번에 청산되면 주식 가격 급락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엔 캐리 자금 청산의 영향이 컸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 하락 폭이 41.3%에 달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환율 변동이다. 원으로 존재했던 엔 캐리 자금들이 다시 엔으로 돌아가며 원/엔 환율을 급등시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2007~2008년 사이에 원/100엔 환율은 83.1% 급등했다. 이러한 환율 변동은 대외 채무와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원고, 엔저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해외에 진 빚을 원화로 환산했을 때 갚아야 할 빚이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일본의 입장에서는 원고로 인해 국산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상승하고 따라서 대일 무역 흑자 폭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는 과정에서는 원저, 엔고 현상이 발생하는데 위와 반대로 갚아야 할 원화 환산 부채가 증가하고 대일 수출도 증가한다.


금융 불안정의 씨앗, 엔 캐리 트레이드의 위험을 경계하라

8월 15일 엔 캐리 트레이드가 크게 청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9월 24일에 한국은행의 김의진 국제금융연구팀 차장 외 5인은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변화와 청산가능 규모 추정’을 통해 엔 캐리 트레이드가 추가 청산될 위험이 있으며 전체 엔 캐리 자금이 3.4조 달러에 달한다고 추가로 경고한 바가 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청산 여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속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을 포함한다면 총 6차례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과정에서 돋보이는 것은 자금의 청산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양의 비라도 1시간 동안 내린 것인지, 하루동안 내린 것인지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다른 것처럼 같은 양의 자금이라도 하루 동안 청산된 것인지, 한 달 동안 청산된 것인지에 따라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다. 점점 빠른 속도로 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점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은 위협적이다.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수출과 부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외환 관리가 힘든 중소기업들에게 큰 타격을 미칠 수 있으므로 더 주의가 필요하며 과도한 엔화 차입을 방지하고 장기적으로는 외환 위기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청산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는 완화할 수 없지만 그 영향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내수시장 육성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논문

박해식 · 송민규, 『캐리거래와 우리나라 외환시장』, KIF연구보고서 11-04, 한국금융연구원, 2011

정민, 이부형, 「엔 캐리트레이드 향방과 시사점」, 한국경제주평, Vol.550 No.- [2013], 2013

신문기사

남지현, “증시 폭락 부른 ‘엔 캐리 청산’ …규모도, 파장도 ‘오리무중’”, 한겨레, 2024-08-13.

손원천, “한국여행객 절반이 일본, 베트남행… 상반기 내국인 출국자 동향 분석”, 서울신문, 2024-08-14.

양병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아직 시작도 안 했다", 한국경제, 2024-09-14.

이상은, “'블랙먼데이 주범' 엔 캐리 청산…BOJ가 투기꾼 때리며 터졌다”, 한국경제, 2024-08-15.

이혜운, “코스피 최악의 날...234P 폭락, 종가 기준 역대 최대 하락폭”, 조선일보, 2024-08-05.

차학봉, “일확천금 노리는 '와타나베 부인' 알고보니 80%는 남성”, 조선일보, 2012-04-09.

피혜림, “[시사금융용어] 와타나베 부인”, 연합인포맥스, 2024-09-06.

웹페이지

한국은행 국제국, “캐리 트레이드”, 2024-09-24

한국은행 동경사무소, “[동향분석] 최근 일본의 대외투자 현황 및 향후 전망”, 2018-08-27.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김의진 외 5인,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변화와 청산가능 규모 추정”, 2024-09-24

그림 및 도표

염지현, “두 달만에 ‘1달러 = 154엔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본격화, 중앙일보,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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