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편집장 정연우

by 상경논총

1. 할리우드 영화와 AI 보고서


[그림1].png [그림1] 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의 한 장면


인공지능이 인류를 말살하려 할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2025년 4월에 나온 이 보고서의 제목은 ‘AI 2027’이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 보고서는 영화 시나리오가 아니다. 터미네이터의 시나리오는 분명 허구지만, 이 보고서는 AI 연구 분야의 전문가들이 작성한 연구논문이다. 두 글을 전체적인 줄거리가 같다.


1. 인류가 인공지능을 만든다.

2. 인공지능이 인류의 통제에서 벗어난다.

3. 인공지능이 인류를 적 내지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고 제거하려고 든다.


한편 인공지능이 인류를 배신하는 시기와 방식은 차이가 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는 1997년 8월 29일 미국의 핵무기를 관리하던 인공지능 스카이넷이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의 대부분을 죽게 만든다. 작중 등장인물들은 이 날을 심판의 날이라고 부른다. ‘AI 2027’ 보고서에 나온 심판의 날은 2030년대 중반에 예정되어 있다. 인공지능이 보이지 않는 생물학적 무기를 퍼뜨려 대다수의 인간을 몰살시킬 것이라고 한다. 보고서의 내용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보고서의 저자들은 2027년 정도에 특히 프로그래밍과 연구 능력에서 인간보다 뛰어나고 다른 영역에서도 인간 수준의 능력을 보이는 뛰어난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상황에서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는데, 감속 경로와 경쟁 경로이다.


감속 경로에서는 인류가 인공지능 개발에 있어서 특정 국가와 특정 기업을 초월하여 합의에 이른다. AI에 관해 외부 감독과 정책 개입에 성공하여 인류는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을 상대적으로 통제 가능하게 된다. 반면에 경쟁 경로에서는 강대국들이 AI 개발 경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경쟁국에 뒤쳐지지 않기 위하여 안전성보다는 속도를 택한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스스로를 개선하고 혁신하는 단계에 이르고, 인류는 점차 새로운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인간을 걸림돌로 인식하는 순간 심판의 날이 찾아온다.


그런데 사실 심판의 날 이전에도 큰 문제가 있다. 보고서에서 예측한 2027년의 인공지능은 모든 영역에서 인간과 동등하거나 더 뛰어나다. 이런 AI가 널리 보급되면, 대량의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기업들은 머뭇거리지 않고 AI를 도입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AI를 먼저 도입한 경쟁사가 주도권을 잡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시나리오에서는 이런 뛰어난 AI를 처음 만든 국가는 거대한 이익을 얻지만, AI로 인해 실직에 몰린 사람들은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으로 생활하게 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적인지 따져보기 위해서는 먼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2. 인공지능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


1950년대 AI 개발이 시작된 후, 두 가지 주된 접근법이 존재했다. 하나는 논리에 기반한 접근법이고, 다른 하나는 생물학에서 영감을 받은 접근법이다. 전자는 추론을 하기 위해 논리를 시뮬레이션하려 했고, 후자는 뇌의 신경망을 모방하려고 했다. 20세기의 50년 동안 연구자들은 논리적 접근법에 집중했으나, 큰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21세기 들어서 뇌의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신경망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생물학적 접근법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인공지능이 객체 인식을 잘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에게 새의 사진을 보여주자, 인공지능이 ‘이것은 새다.’라고 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객체 인식을 잘하게 된 원인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로, 엔비디아가 게임용으로 개발한 컴퓨터 그래픽 칩이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제공했다. 둘째로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할 수 있었다. 셋째로, 구글이 도입한 트랜스포머와 같은 인공지능 관련 기술의 발전이 일어났다. 결국, 대표적인 LLM(거대언어모델)인 ChatGPT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출시 두 달 만에 월 사용자 1억명을 돌파하면서 인공지능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특히, 한국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는데, 2025년 5월을 기준으로 한국의 ChatGPT 사용자 수는 전 세계 10위 안에 들고, 유료 구독자 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이런 돌풍을 일으킨 ChatGPT의 기반이 되는 인공신경망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우리는 뇌의 작동 원리를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대략적인 부분은 알고 있다. 인간의 뇌를 확대해 보면 뉴런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뇌세포들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전 뉴런으로부터 자극을 받았고 그 자극이 충분히 크다면 다음 뉴런에 자극을 준다. 중요한 것은 기준이 되는 연결의 가중치이다. 가중치가 작은 연결로 전달된 자극은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널리 퍼지지도 못하지만, 가중치가 큰 연결로 전달된 자극은 큰 영향을 주고 널리 퍼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인간이 무언가를 학습하면 가중치가 변한다. 기억도 마찬가지로 뇌의 어느 부분에 기억이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의 가중치를 변화시킨다. 학습이란 바로 이 연결이 가중치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인간의 뇌가 가중치를 변화시키는 데 어떤 원칙을 사용하는지에 주목하고, 순전파와 역전파라는 방법을 고안했다. 순전파란 맨 처음의 입력값이 각 뉴런들을 통과하여 최종 출력값을 산출하는 과정이다. 역전파는 사전에 예측한 출력값과 실제 출력값을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가중치를 조절하는 개념이다. 계속해서 가중치를 조절하다 보면 예측한 출력값과 실제 출력값 사이의 오차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이 방법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계산 능력을 주면 매우 잘 작동하게 되는데, ChatGPT와 같은 LLM이 그 예시이다. 현재의 LLM은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된 신경망의 가중치를 변화시키기 위해 역전파를 사용한다.


[그림2] 새의 사진

지금의 인공지능이 새의 사진을 보고 그것이 새라는 것을 인식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인공지능이 새의 사진이라는 입력값을 받으면, 첫 번째 층에서는 뉴런들이 새의 모서리를 인식한다. 그리고 두 번째 층에서는 모서리들의 조합을 인식할 것이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모서리가 예리한 각도로 만나는 것을 인식하는 두 번째 층의 뉴런이 있다면, 그 뉴런은 새의 부리가 있다고 감지하게 된다. 원처럼 생긴 무언가를 눈이라고 판단하는 뉴런도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층에서는 전 층에서 인식한 새의 부리와 눈의 상대적인 위치와 상대적인 거리를 고려하는 뉴런이 있을 것이다. 전 층에서 발견한 새의 부리와 눈이 상대적으로 적절한 관계에 있다면, 그 뉴런은 새의 머리가 있다고 판단한다. 결국 다음 층으로 갈수록 개수는 적지만 더 복잡한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받게 되고, 최종적으로 이것은 새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 인공지능의 정확성은 가중치를 조정하는 학습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3. 인간과 동등한,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AGI


[그림3] AGI

문제는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에 있다. ‘AI 2027’ 보고서에서 2027년에 등장한다고 예측한 인공지능을 AGI라고 한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란 인간이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지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AGI는 문맥과 추상적인 개념을 인간처럼 이해하고, 경험으로부터 학습하고, 추론과 계획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우리가 AGI와 비대면으로 만나고, AGI가 사람인 척 연기를 한다면 우리는 속을 수 밖에 없다. AGI는 필요하다면 인간 흉내를 낼 수 있고,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인공지능은 AGI가 아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LLM인 ChatGPT(GPT-5)의 경우에는 학습하지 않은 영역에서는 무능력하고, 진정한 의미의 이해를 한다기 보다는 이해를 모방하며, 스스로 목표를 세우거나 일반화된 사고를 하지 못한다. 현재의 인공지능이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을 환각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인공지능이 진짜로 이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해를 모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다른 인공지능들도 특정 과제는 잘 수행하나, 그 특정 과제에만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를 인식하는 AI나 자율주행 인공지능 역시 특정 작업에서는 뛰어나지만 범용적인 적응력과 자율적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AGI를 넘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으로 스스로 개선하고 혁신하는 능력을 갖춘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인공 초지능)의 등장을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AGI가 우리에게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5~10년 안에 AGI가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지만, 모든 측면에서 인간과 동등하거나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의견도 있다. 다만, 현재의 인공지능은 여러 분야에서 이미 일반적인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다. 코딩과 프로그래밍 그리고 번역 등에 있어서는 인공지능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 수준의 성능을 보인다. 그렇지만, 아직 모든 영역에서 일반적인 인간의 수준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객관식 시험처럼 명확한 문제에서는 인간과 맞먹거나 인간을 능가하지만, 실제 세상처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아직 인간의 사고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재 인공지능의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AGI의 개발이 가능한지 다루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필자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AGI는 미래에 기술적으로 구현된다고 가정하겠다. ‘AI 2027’ 보고서의 시나리오대로 머지 않은 미래에 인류가 AGI와 공존하게 되면 세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4. 노동이 무의미한 세상


AGI가 상용화되고 사회에 보급되면, 많은 일자리들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아마 실체가 있는 제조업 생산직 같은 일자리는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다. 공장의 기계들은 실체가 있는 인간이 조작한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졌고, 인공지능은 실체가 없으므로 공장의 노동자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발명이 곧바로 모든 제조 공정에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산업혁명 시기 증기 터빈 같은 최신 발명품을 공장에 들이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인간의 도덕이나 윤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일자리도 인공지능의 도입에 큰 저항을 가질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판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기계가 인간에게 형벌을 내리는 것에 거부감을 들어낼 것이다. 특히 그 형벌이 목숨을 앗아가는 사형이라면 말이다. 이와 달리, 실체가 없는 일자리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는 이미 가게의 종업원이 줄어들고 키오스크가 들어서는 것을 보아왔다. 서비스직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무직도 위험하다. 고객과 이메일로 소통하는 업무를 생각해보자. 원래였다면, 한 통의 이메일을 받고 답장을 보내는데 한 사람이 20분 정도를 사용했겠지만,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인공지능으로도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기업이 많은 사람들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AGI가 모든 사무직 일자리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그 수를 파괴적으로 줄일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더욱 발전하고, 휴머노이드의 형태로 실체가 있는 존재가 되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Y: 총산출량, A: 총요소생산성, K: 자본 투입량, L: 노동 투입량


이렇게 되면 노동이 무의미해질 것이다. AGI가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면, 콥-더글라스 생산함수에서 노동 투입량 L의 계수 베타는 0이 된다. 즉, 생산은 자본과 기술만으로 결정되고, 인간 노동은 더 이상 직접적인 생산요소가 아니다. 노동소득이 붕괴했으므로, 이 경제의 부는 자본을 소유한 사람, 즉 AGI를 통제할 수 있는 계층에게 집중될 것이다. 경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성장을 계속할 수 있지만, 부의 흐름은 극단적으로 한 방향으로 쏠린다.


이런 불평등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기본소득이다. 정부는 AGI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 또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여, 그 세수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분배한다. 다시 말해서, 경제 전체의 생산물 중 일정 부분을 정부가 회수하고, 이를 인구 전체에 균등하게 나누는 과정을 통해 불평등 구조를 완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수 계층에게 부여되는 세율이 높을수록 재분배되는 부의 규모가 커지겠지만, 동시에 투자시 자본의 순이익이 감소하여 투자에 대한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AGI가 스스로 효율성을 개선하며 기술 진보의 속도를 빠르게 높인다면 상당한 규모의 세율은 경제 성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충분한 분배 효과를 낼 수 있다. AGI의 소유권을 모두가 나눠 가지며 이익을 분배하지 않는다면, 기본소득은 이 경제의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완화하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노동소득이 무의미한 사회에서는 소득의 원천이 오직 자본뿐이므로, 자본이 없는 다수의 인간은 경제 활동에서 완전히 배제될 위험에 처한다. 기본소득은 그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생존과 소비를 보장하는 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다.


[도표1].png [도표1] 근로장려금 지원 기준


현재에도 저소득층에 일정수준의 소득을 보장하여 사회적 후생을 개선하는 제도들이 있다. 근로장려금(Earned Income Tax Credit, EITC)이 대표적으로, 음의 소득세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저소득층의 근로를 유인하고 실질소득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 일정 소득까지는 일을 더 많이 해 더 높은 소득을 올릴수록 더 많은 장려금을 받는다. 그 다음 구간에는 최고액의 장려금을 유지하며, 마지막 구간에 들어서면 장려금의 액수가 점점 줄어들어 없어지게 된다. 근로장려금 제도는 근로 유인 및 실질 소득 증가 효과가 나타나는 등 타당성과 효과성을 모두 갖춘 제도이다. AGI가 개발되지 않은 현재에는 적은 예산으로 더 포괄적인 효과를 발생시키는 근로장려금 제도가 기본소득보다 더 현실적이다.


그러나 AGI가 등장하게 되면 근로장려금 제도는 의미를 잃게 된다. 근로 소득이 없어지니 근로를 권장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AGI가 없던 세상에서는 예산 부족, 근로 의욕 감퇴 등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기본소득이 AGI가 있는 세상에서는 설득력을 가진다. 기본소득은 인간의 효용체계를 고려했을 때 분명한 사회후생 증대를 가져온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따라, 동일한 액수의 소득이라도 고소득 계층에서 저소득 계층으로 이전하면 사회 전체의 총효용이 증가한다. 기본소득은 모든 구성원에게 지급되기에 행정비용이 적고, 낙인효과 없이 효율적이다.


결국,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사회에서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인간이 더 이상 생산의 주체가 아니게 되더라도, 소비의 주체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소비 기능을 유지시켜 경제 전체의 순환을 가능하게 만들고, 사회적 불안정을 억제할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AGI 경제에서 기본소득의 도입은 필연적이며, 사회의 존속과 복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다.



5. 기본소득은 필요하지만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사실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은 과거부터 있어왔다. 칼 마르크스 이전의 공상적 사회주의자들 중 하나였던 샤를 푸리에(Charles Fourier)는 사회의 개별 구성원에게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이 도덕적 완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먼저 생계의 불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믿었다. 이 주장은 나중에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문제의식으로 되살아났다. 하라리는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해 대규모 구조적 실업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인류의 근본적인 분열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미래의 인간이 두 부류로 나뉠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는 기술 진보의 수혜를 받아 생명을 조작하며 신의 자리에 오른 인간, ‘Homo Deus’, 다른 하나는 기술 진보의 흐름에서 밀려나 더 이상 경제적·사회적 의미를 갖지 못하는 ‘Homo Useless’이다. 기본소득은 ‘Homo Useless’에게 경제적 안전망을 제공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분열은 단순히 경제적인 격차가 아니라 의미의 격차를 낳는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정확히 판단하고, 더 효율적으로 사고하고, 더 빠르게 창조할 때, 인간은 스스로에게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고 묻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이 이 정체성 위기만큼은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기본소득이 해결책이자 새로운 시대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술을 가진 소수는 그 부를 순순히 나누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소득이 없어 세금을 내지 못하는 다수를 먹여살리는 대가로 특별한 것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들을 위한 독점적인 투표권을 요구할 수도 있다. 기술 진보와 경제 정책이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계를 위협하게 된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이 도입된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인간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노동이 더 이상 생계의 수단이 되지 않는다면, 인간은 자신을 표현하고 공동체에 기여할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 철학, 자원봉사 등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새로운 의미의 노동이 될 수 있다. 이전의 시대에 생존을 위해 노동했다면, 새로운 시대에는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동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가치관은 AGI의 시대를 살아갈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중요할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난 시대를 살 가능성이 있다. 더이상 자신의 직업이나 하는 일이 스스로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곧 인간의 의미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처음으로, 생계를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AI가 모든 효율성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느림과 사유, 관계 속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결국 인공지능의 시대가 와도 인간만이 만들어갈 수 있는 의미의 세계가 남아있는 것이다. 그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삶의 이유를 묻고 답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문헌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김영사, 2018.

Kokotajlo, D., Lifland, E., 「AI 2027 Report」, AI 2027 Project, 2025.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HAI), 「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Report 2025」, Stanford University, 2025.

Vaswani, A., Shazeer, N., Parmar, N., Uszkoreit, J., Jones, L., Gomez, A. N., Kaiser, Ł., Polosukhin, I., 「Attention Is All You Need」, Advances in 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 30, 2017, pp. 5998–6008.


신문기사

이종희, “챗GPT, 출시 두 달 만에 월 사용자 1억명 돌파”, 뉴시스, 2023-02-02.

정호준, “‘챗GPT’ 오픈AI 韓법인 설립 “한국 유료구독자 전세계 2위””, 매일경제, 2025-05-26.


웹페이지

YouTube, “대전환 인터뷰 'AI 4대 천황' 제프리 힌턴 교수, 10년 후 AI를 전망하다 | 미래기획 대전환 | KBS 20241109 방송”, 2024-11-25.

YouTube, “‘인공지능이 인류를 말살한다?’ 큰 파장을 낳은 AI2027 보고서 - BBC News 코리아”, 2025-08-08.


그림 및 도표

[그림1] 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의 한 장면

출처: Louis Kemner, “The Best Sarah Connor Scenes In The Terminator Franchise, Ranked”, CBR, 2023-12-03.

[그림2] 새의 사진

출처: 필자가 ChatGPT를 이용하여 생성함.

[그림3] AGI

출처: 필자가 ChatGPT를 이용하여 생성함.

[도표1] 근로장려금 지원 기준

출처: 김도연, “144조 원 기본소득은 환상, 44조 원 근로장려금은 실현 가능한 꿈.”, slownews, 2025-03-11.

이전 01화여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