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자산이 토큰이 되는 시대, 우리는 준비되었는가?

수습부원 이서연

by 상경논총

금융시장은 거대한 빅뱅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자산 토큰화'라는 새로운 기술 흐름이 자리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해 JP모건, 삼성증권 등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이 '금융의 빅뱅'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토큰'이란 무엇인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토큰', 일상에서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중장년층에겐 1990년대까지 쓰였던 ‘버스 토큰’이 떠오를 것이다. 버스 토큰은 과거 현금 운임을 대체 하는 티켓 역할을 하였다. 더 젊은 세대들에겐 카드나 보드게임의 토큰이 익숙할 것이다. 현금을 내는 듯, ‘배팅’의 수단으로 쓰는 플라스틱 칩을 의미한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쓰이는 자산 토큰화의 토큰은 그 의미가 다르다. 여기서의 ‘토큰’은 안정성과 편의성을 대폭 강화한 전상상의 ‘소유 증표’이다. 주식이나 펀드뿐만 아니라 미술품, 귀금속, 부동산등의 자산을 보유한 사실을 대외적으로 증빙하는 수단인 것이다.


[그림1].png [그림1] 자산 토큰화 과정


실물 자산(RWA) 토큰화란 현실의 자산을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조각’(토큰)으로 나누어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구체적으로, 토큰은 비트코인, 암호화폐가 유통되는 전산망인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작동한다. 자산을 선별하여 토큰을 발행하면 투자자들은 블로체인 기반 스마트 컨트렉트를 통해 토큰을 구매하고 양도한다. 이에 대한 임대료나 기타 수익등이 발생하면 투자 지분에 따라 자동 분배되는 구조이다. 토큰의 발행과 거래에서 중요한 점은 실물 자산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그 가치를 블록체인 상의 토큰 가치와 지속적으로 연동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물 자산의 시장가치,수익성, 리스크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토큰의 가치와 발행 규모를 산정한다. 예를 들어 예술품을 토큰화할 경우,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 작가의 명성, 역사적 의미, 독창성, 그리고 시장 수요와 거래 동향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고려된다. 이렇게 산정된 가치에 따라 발행된 토큰은 주로 이더리움과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 유통된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외부 세계의 정보를 직접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실물 자산의 가치나 주식시장 가격과 같은 오프체인 데이터를 블록체인 내부로 전달하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오라클’이다. 오라클은 실물 자산의 가치 변동이나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스마트 계약에 전달하여, 토큰의 가치가 현실 자산의 가치와 항상 일치하도록 자동으로 조정한다. 이를 통해 가치가 연동된 토큰들은 전 세계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스테이블 코인등을 통해 거래된다.


금융시장은 자산을 유동하는 속도와 효율이 증가하면 이에 비례하여 대폭 성장한다. 종이가 아닌 전자증권이 등장하고, 증시에 사고파는 펀드인 ETF가 나오며 시장이 ‘빅뱅’급으로 불어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제 자산 토큰화는 그 뒤를 잇는 또 하나의 금융 빅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자산 토큰화는 왜 필요하고, 앞으로 우리 금융 시장에는 어떤 변화와 과제가 등장하게 될까?


실물자산 토큰화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자산 토큰화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포함한다. 우선, 전통 금융시장의 가장 큰 문제인 비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자산 토큰화 개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자산의 관리와 거래 과정에서 법적 계약, 공증, 중개기관 등 제3자의 개입이 필수적이었다. 비상장시장에서는 거래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가 걸리고, 상장시장에서도 ‘T+1,T+2’관행으로 거래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복잡한 절차는 거래 비용과 시간 지연을 초래하며, 자산 유통의 효율성을 저하시켰다. 반면 자산 토큰화는 중개인 없이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을 통해 소유권 이전과 결제가 24시간, 365일 실시간으로 자동 처리된다. 이에 따라 거래의 속도와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사라지며 탈중앙화 경제가 실현된다. 또한 중개 수수료 절감과 정산 시간 단축을 통해 시장 유동성이 확대되어 자본이 보다 원활히 순환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와 함께 자산 토큰화는 투명성과 보안성 측면에서도 큰 진전을 가져온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상 모든 거래 내역이 분산원장에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누구도 임의로 변경하거나 위·변조할 수 없다.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하면 망의 한복판에서 ‘홍길동이 가진 주식은 진짜’라고 보증해주는 주체가 없어도 토큰의 신뢰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거래 과정에서 중개인 없이도 소유권의 이력과 진위 여부를 직접 검증할 수 있으며, 복잡한 계약 조건이나 배당금 지급 절차 또한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화됨으로써 사람의 오류나 중개 과정의 부정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산 토큰화는 소액 투자 기회를 확대하여 자본시장 참여의 문턱을 낮춘다. 자산이 토큰화되면 고가의 부동산이나 미술품과 같은 자산을 작은 단위의 토큰으로 분할 소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액 투자자까지 포함한 폭넓은 투자자층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금융 시장의 접근성, 민주성이 한층 강화된다. 뿐만 아니라 자산 토큰화는 비상장사의 주식도 투자 가능하게 만들어 개인들의 투자 기회를 확대한다.


이처럼 자산 토큰화는 유동성 제고, 거래 투명성, 투자 접근성 확대라는 세 가지 혁신적 변화를 를 이끌어내며, 기존 금융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자본 순환 구조를 창출하고 있다. 이렇게 자산 토큰화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들을 극복하며 필연적 시대의 흐름이자 지속 가능한 시장 발전을 위한 필수적 기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실물 자산 토큰화 시장 동향


[그림2].png [그림2] 토큰화된 자산이 2030년엔 세계 GDP의 30%를 차지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산 토큰화 기술에 대한 연구와 인프라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싱가포르의 증권형 토큰 발행 플랫폼 ADDX는 최근 보고서에서 “토큰화된 자산의 시장 규모가 올해 2,100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약 16조 달러, 전 세계 GDP의 1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실물 자산 토큰의 전 세계 거래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약 199억 2천만 달러(약 28조 원)에 달했으며, 상반기 동안 토큰화 시장 규모는 260% 이상 급증해 23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러한 수치는 자산 토큰화가 이미 글로벌 금융 산업의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주요 금융기관들은 주식, 펀드, 채권 등 다양한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비들’이 있다. 비들은 토큰화 국채 시장 점유율 33%로 1위를 유지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공고히 하고 있는 토큰이다. 이 펀드는 미국 국채와 환매조건부채권과 같은 비교적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MMF의 지분을 토큰화한 상품으로, 투자자들은 비들 토큰을 보유함으로써 블랙록 펀드의 주주가 된다. 발생한 수익은 매일 새롭게 발행되는 비들 토큰 형태로 자동 분배된다. 블랙록에 이어 로빈후드 등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도 주식과 ETF의 토큰화를 통해 토큰 시장에 속속히 합류하고 있다. 특히 로빈후드는 올해 6월, 스페이스X와 오픈AI 등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토큰 형태로 유통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자사 주가가 13% 급등하는 등 시장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한국 최초로 거래소에서 사고파는 펀드 상품인 ETF의 토큰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법안이 미비해 규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미래에셋은 홍콩 시장을 첫 진출 무대로 선택했다. 홍콩은 규제가 명확하고 개인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 토큰화 실험에 유리한 환경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 현지 자회사 글로벌X를 통해 HSCEI 커버드콜 ETF를 상장할 계획이다. 이 상품은 꾸준한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인컴형 ETF로,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높은 이자 상품에 대한 ‘파킹 수요’가 커지고 있는 흐름과 맞물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금융시장은 지금 자산 토큰화를 축으로 한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많은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이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자산 토큰화는 단순히 펀드, 부동산, 주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문화·예술·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의 영화와 음악 등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토큰 증권이 새로운 투자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오징어 게임’과 같은 대규모 흥행 작품이 제작되어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경우, 과거에는 그 수익이 일부 대형 자본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토큰화 구조를 도입하면 일반 투자자도 사전에 해당 작품의 토큰을 구매해, 흥행 수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는 단순한 투자 접근성을 넘어, 한국 문화의 부흥이 개인의 경제적 이익으로 직접 연결되는 새로운 구조의 탄생이다. 미술품 분야에서도 토큰화의 속도가 빠르다. 2017년 설립된 미국의 마스터웍스는 피카소, 모네, 앤디 워홀 등 19~20세기 거장들의 작품을 토큰 단위로 분할 판매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실제로 2017년 12월에는 피카소의 1968년작 〈소총병의 휴식〉을 약 2만 5천 명의 투자자에게 토큰 형태로 판매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아트블록코리아가 운영하는 ‘테사’ 플랫폼을 통해 수억 원대 미술품을 여러 투자자가 공동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우, 와인, 음원등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토큰화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의 Agricoin과 같은 프로젝트에선 농부의 수확량을 토큰으로 미리 발행하여 수확 전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확 이후, 투자자는 실제 수확량에 따라 토큰에 대한 보상을 받거나 그 토큰을 마켓에서 유통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실물자산 토큰화의 한계와 대응


(1) 실물 자산의 객관적인 가치 평가

토큰화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혁신적 기술로서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여러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그중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자산 토큰화 과정에서의 공정한 가치 평가이다. 부동산을 제외한 다수의 비정형 자산은 객관적 가치 판단이 어렵다. 아무리 기준을 세운다 하더라도 완전한 객관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으며, 이로 인해 특정 세력이 자산 가치를 투기적으로 부풀리거나 가치가 불분명한 자산을 증권화하여 우량 상품처럼 유통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11월 9일 가장 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토큰증권 발행 과정에서 투기화, 불공정거래, 불량자산의 토큰화 등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처럼 한계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해결책이 부재한 현 시점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적 보완이 중요하다. 특히 토큰증권의 발행 및 거래 과정에서 정보 공재를 의무화하고, 투자위험에 대한 지속적인 설명과 금융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해야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토큰화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기술이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2) 실물자산 토큰은 증권인가 상품인가

현재 RWA 토큰은 법적 정의와 관련 규제 체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아, 규제가 불분명하지만 법적으로는 허용되는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따라서 자산 토큰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토큰을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하고 분류할 것인지 결정하고, 규제 방식과 투자자 보호 방안을 포함한 제도적 기반을 빠르게 마련해야한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져야, 법안에 맞춰 토큰들이 발행되고 자산 토큰화 시장의 신뢰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특히 RWA 토큰이 법적으로 ‘증권’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가 핵심적인 쟁점이다. 증권인지 아니면 상품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안과 규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증권으로 판단된다면, 미국을 기준으로 발행자는 토큰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해야 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의무·내부자 거래 제한 등 각종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거래소 또한 별도의 인가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 반면 상품으로 분류될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거래와 유연한 시장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구분의 중요성은 현재 미국의 입법 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 의회는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을 추진 중인데, 이는 디지털 자산의 법적 정의와 감독 권한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시도이다. 핵심 목표는 디지털 자산 기업들이 명확한 법적 틀 안에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법안은 어떤 자산이 SEC의 관할에 속하는 ‘증권’이며, 어떤 자산이 상품거래위원회(CFTC)의 관할에 속하는 ‘상품’인지 명확히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해당 법안은 대부분의 디지털 자산을 상대적으로 규제가 완화된 CFTC의 감독 아래 두려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즉, 암호화폐와 자산 토큰화 산업의 중심을 SEC가 아닌 CFTC로 이동시켜 과도한 규제로 인한 시장 위축을 방지하고, 제도권 내에서 자산 토큰화의 활성화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이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명확한 규제 체계가 마련되어 토큰 거래의 신뢰성이 높아지며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자산 토큰화 산업의 성장 기반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 변화와 빠른 RWA 토큰 시장의 규모의 성장에 발 맞추어, 미연방정부는 2025년 10월 셧다운 우려 속에서도 연내 법안 통과를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등, 제도적 차원의 협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떠할까. 한국에서 RWA 토큰의 법적 정의와 규제 방향은 금융위원회가 2022년에 발표한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증권을 ‘금융투자상품 중 투자자가 취득 시 지급한 금전 이외에 추가로 지급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권리’로 정의하며, 그 유형을 채무, 지분, 수익, 파생결합, 투자계약증권 등으로 구분한다. 무엇보다 증권성은 발행 형태나 기술적 방식과 관계없이 표시된 권리의 실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개별 판단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금융위원회는 특히 “기존 증권 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제의 본질적 목적이자 핵심인 투자자 보호 원칙에 따라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뮤직카우 사건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뮤직카우가 발행한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하였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권리가 아니라 ‘저작권료에 대한 청구권’을 투자성과 연계된 계약상 권리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 판례는 향후 계약상 청구권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토큰화 자산이 유사한 방식으로 증권으로 판단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포괄적이고 완화된 증권성 판단을 보여준다.


[그림3].png [그림3] 국회의 개정법 시도


현재 토큰이 증권으로 분류될 경우, 적용 가능한 법률은 기존의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이다. 제21대와 제22대 국회에서는 토큰 증권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비정형증권 제도화 정비와 함께 자본시장법 규율체계 내에서 토큰 증권 발행과 유통을 허용하기 위한 방안들을 담은 개정법안을 여러 차례 발의하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본격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계류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현행 전자증권법은 중앙집중식 금융기관을 통한 기재·관리 방식만을 인정하고 있어, 분산원장 기반으로 다수 참여자가 기록·관리하는 토큰증권의 발행과 권리 변동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한 실정이다. 즉,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특성인 분산성과 투명성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제도 도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법제도 정비를 본격화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국제적으로 여전히 제도화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은 시장의 성장에도 직접적인 제약으로 작용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5년 10월 31일 발표한 「토큰 증권 제도화: 혁신과 신뢰 기반」 보고서에서도, 다양한 실물자산을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유통하려는 시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관련 법제 미비로 산업 발전이 지체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법제 정비 지연은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미국, 싱가포르, 스위스 등 금융 선진국들은 이미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시장을 키우고 있는데, 한국은 법안 논의조차 지연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지금 발의된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제도화 불확실성으로 인해 RWA 관련 사업 추진을 보류하거나, 해외 시장으로 투자와 인력을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자본 유출과 기회비용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존재한다.


반면 금융당국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토큰증권은 자본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핵심 수단인 만큼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반드시 담보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혁신을 가로막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균형 잡힌 제도 설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즉, 금융당국은 제도화를 서두르기보다, 안정성과 신뢰를 우선 확보한 뒤 점진적으로 시장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3) 유통 화폐의 안정성

토큰화된 자산이 거래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폐는 바로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미국 달러나 국채 등과 같이 가치가 안정적인 자산에 연동되어 가격 변동을 최소화한 디지털 자산으로, 현재 유통 중인 스테이블 코인의 99% 이상이 미국 달러 기반으로 발행되고 있다. 이러한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시장 내에서 신뢰받는 결제 수단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RWA 토큰 시장의 활성화에는 유통 화폐인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과 신용도가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하여 세계 각국에서는 제도적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지니어스 법(Genius Act)’이다. 이 법안은 2025년 7월 18일 최종 통과된 것으로, 미국 내 스테이블 코인 발행과 운영을 규율하는 최초의 연방 차원의 포괄 규제법이다. 지니어스 법은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이고, 소비자 보호 및 불법 자금 이동 방지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이 반드시 100% 실물자산으로 담보되도록 의무화했으며, 연방 및 주 정부의 이중 인가제, 준비금 적립, 회계 공시 의무 등 다층적인 규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 법의 시행은 미국 디지털 자산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스테이블 코인이 단순한 투기성 토큰이 아닌, 글로벌 금융 시스템 안에서 실질적인 화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처럼 지니어스 법을 통해 신뢰 기반이 강화된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된다면, 자산 토큰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며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주도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산 토큰화의 확산과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며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도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5년 6월 10일 발의된 디지털 자산 기본법은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할 새로운 법적 틀로 주목받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의 클래리티 법안과 유사하게, 그동안 법적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던 가상자산 전반을 명확히 정의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종합 입법이다. 이전까지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특정금융정보법이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 제한적인 법률로만 관리되어 왔으나, 이번 법안은 가상자산의 발행, 거래, 보관, 관리 등 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최초의 업권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야 모두 법 제정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2025년 내 통과가 유력하다.


디지털 자산 기본법의 핵심 중 하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신설이다. 이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는 사업자는 반드시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인가 요건으로 자본금 5억 원 이상, 사업계획의 타당성 검토, 인력 및 설비에 대한 사전 심사가 요구된다. 이는 무분별한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방지하고, 원화 가치와 연동된 디지털 자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이렇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된다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이 환율 변동이나 결제 지연 없이 한국 내 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되어, 한국의 디지털 금융 시장의 개방성과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RWA 토큰화와 한국의 방향성


한국도 자산 토큰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 속도가 더디다는 점은 분명 우려스럽다. 자산 토큰화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향후 금융 패권과 자본 이동의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제도 정비가 늦어질수록 시장 주도권과 투자 유치의 기회를 다른 국가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클래리티 법안 등을 통해 RWA 토큰을 ‘상품’으로 구분하고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려는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증권성 판단’ 중심의 접근에 머물러 있다. 물론 한국의 방향성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자산 토큰화 제도의 핵심 쟁점은 시장 성장과 투자자 보호의 균형이며, 한국이 RWA 토큰을 증권으로 정의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다양한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은 장기적인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토큰화 기술의 발전 속도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를 고려할 때, 지나치게 느린 제도화는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이제 한국의 과제는 투자자 보호를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규제 흐름에 부합하는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디지털 자산 시대의 주도권은 결국 ‘속도’와 ‘명확성’에서 갈린다. 한국은 자산 토큰화 시대의 도래에 더 큰 경각심을 가지고, 현재 논의 중인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정비해야 한다. 나아가 자산 토큰을 일정 부분 ‘상품’으로 인정해 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한다면, 한국은 지나친 규제에 갇히지 않고 변화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실질적인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신중함에만 머물기보다 글로벌 흐름에 발맞춘 제도 정비와 실행력을 갖출 때, 한국의 자산 토큰화 시장은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하며


자산 토큰화 시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 흐름이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으며, 부동산,채권,미술품 등 다양한 실물 자산이 디지털 형태로 거래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국 역시 이 변화 한가운데 서 있다. 지금 우리의 과제는 명확하다. 시장 활성화를 통해 혁신을 앞당길 것인가, 아니면 투자자 보호를 우선시하며 속도를 늦출 것인가. 두 방향 중 어느 하나로 치우친다면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핵심은 자산 토큰화가 가져올 변화의 파급력과 가능성을 인정하고,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한국 금융이 스스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신문기사

김미희, “미 셧다운에도 공화당 “클래리티 법안 연내처리 목표””, 파이낸셜 뉴스, 2025-10-13

김유진, “토큰증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까..증권사 새 먹거리로 낙점”, 한스 경제, 2025-11-10

김태균, “금융자산 ‘토큰화’ 대세 된다. 무수수료, 자동거래 장점 커”, 연합뉴스, 2025-05-01

김태균, “자산토큰화는 도대체 왜 할까?”, 스포츠조선, 2025-10-09

김태균, “토큰증권 안착 위해선 새 자산 가치평가 체계가 필수”, 연합뉴스, 2025-11-09

염윤경, “정무위 국감,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정조준..입법 속도전 예고”, MoneyS, 2025-10-13

이설영, “블로체인으로 나도 건물주, 부동산, 미굴품 토큰화 활발”, 파이낸셜뉴스, 2020-08-18

조연, “미래에셋운용, 홍콩서 펀드 토큰화..가상자산으로 ETF 투자”, 한국 경제, 2025-10-17

한경우, “금융위,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 배포” , 한국경제, 2022-04-28


웹사이트

한국경제 경제용어사전, 한경닷컴


그림 및 도표

[그림1] 자산 토큰화 과정

출처: Henrik Andersson, “Exploring real world assets”, APOLLO, 2023-07

[그림2] 토큰화된 자산이 2030년엔 세계 GDP의 30%를 차지할 전망이다.

출처: 조연우, “토큰화 자산, 2030년까지 세계 GDP 10%차지 전망”, 한경코리아, 2022-09-13

[그림3] 국회의 개정법 시도

출처: 박효민, 「토크증권제도화:혁신과 신뢰의 기반」, 국회입법조사처, 2025

이전 04화가상 자산의 이해와 달러 패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