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너 얼마면 돼?

편집부원 조민재

by 상경논총

‘필수재 고물가’ 한국, 담합 규제의 실효성은?


지난 6월 OECD 물가 수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비주류 음료(가공식품 포함)의 가격 수준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국 중 스위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보다 음식료품 물가가 47% 높은 한국은 의외로 ‘가계 최종 소비’ 물가는 OECD 평균보다 낮았다. 다만 식료품 외에 의복, 신발, 교육 물가가 OECD 평균을 상회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 전체 물가가 외국보다 높지는 않지만 의식주에 필요한 품목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필수재 고물가’ 국가로 분석된다.


한 나라의 물가는 각국의 경제 규모, 환율, 원자재 가격, 소비 유행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 변동한다. 하지만 가격 변동을 ‘필수재’에 초점을 맞추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자재나 필수재는 본질적으로 낮은 수요탄력성을 가지므로 가격 상승에 따른 이윤 추구가 쉽고 이에 따라 ‘기업 결합’ 혹은 ‘담합’의 유인을 공급자들이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결합과 담합만이 가격 상승의 원인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한 가격 상승이 발생할 경우 공정한 시장 경쟁의 논리가 저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높은 원가비용을 떠안은 중간생산자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비용을 전가하며 사회 전반의 물가 수준을 상승시키는 경제학적 비효율도 발생한다. 따라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처분과 각종 민·형사상 책임에 따른 사법적 통제를 통해 이러한 불공정 기업행위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자 한다.


실제로 공정위는 수년간 설탕 3사(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담합 의혹에 따라 조사를 시행하였고, 이는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도 거론된 바 있는 사안이다. 지난 6월에는 계란 한 판에 7000원이나 폭등한 탓에 정부가 7월 주요 농축수산품목을 최대 40~50%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도록 460억원을 투입하였고, 공정위의 직권조사도 이뤄졌다. 2025년 국정감사에서 주병기 공정위 위원장은 민생 밀접 품목·건설·공공조달 분야의 담합을 중점 점검하겠다고 밝혔으며, 당분간 식품·중간재 위주의 전반적인 모니터링이 강화될 예정이다. 결국 ‘필수재 고물가’를 잡기 위한 주요한 정책 수단으로 정부 역시 ‘담합 억제’에 주목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의 담합 억제 정책이 실효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까? ‘기업 결합’은 결합심사를 거쳐야하므로 비교적 명백하다고 보더라도, ‘담합’은 두 명 이상의 경쟁사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경쟁을 제한하기로 하는 ‘비밀스러운’ 합의로 이를 공정위가 밝혀내기엔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담합의 구성요건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각 호에 규정된 사유들의 합의가 존재하거나 그러한 합의가 존재하였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연성이 밝혀져 담합이 인정된다면 담합 손해액을 산정해야하는데, 담합에 따라 피고가 취득했다고 추정되는 부당이득액수에 이견이 분분하다. 따라서 담합 여부와 손해액 산정을 위해 많은 조사 기간 및 비용이 투입되는데, 2024년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의결 사건처리 단계별 소요시일’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평균 조사에 414일, 의결에 171일, 소송에 526일이 걸려 총 1,111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담합 여부 혹은 손해액 액수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비율은 2024년 9월 기준 23.7%로, 공정위 제재 4건 중 1건꼴로 행정소송이 제기되었다. 또한 영국의 ‘글로벌경쟁리뷰(GCR)’에 의하면 우리 독과점 사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평균 처리 기간을 4년 8개월로 산출했고, 이는 자료 제공 17개국 중 3번째로 길다고 한다. 일례로 대만은 9개월에 불과했다.


특히 담합 여부와 손해액 산정이 쟁점이 되는 불공정 담합 사건에서 공정위 조사에 따른 제한된 증거와 공정거래법 법리만으로는 신속하고 정확한 사건 해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담합 여부와 손해액을 산정하는 방식에 계량경제학적 분석법이 활용된다면 어떨까? 실제로 법원은 합리성이 지나치게 결여되지 않는다면, 담합 사건에서 계량경제학 전문가인 감정인의 경쟁 가격 산출에 따라 담합 부당이득을 추정할 수 있다. 과연 우리 법은 계량경제학적 접근을 통해 기업결합 및 담합사건을 해결하고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법리적 차원에서 계량적 모델링이 가지는 원리와 한계점을 알아봄으로써 불공정 기업 행태 분석에서의 시사점을 도출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경쟁제한 기업결합 및 담합을 억제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의 재구조화 방안을 고민하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어떻게 계량경제학이 경쟁제한 기업결합 및 담합의 판정에 적용되는가?


1. 경쟁제한 기업결합을 중심으로: 시장획정과 경쟁제한성 판정


우선 경쟁제한 기업결합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경쟁제한 기업결합은 관련 시장에서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되거나 시장지배력이 형성·강화되는 유형의 합병·인수(지분취득, 공동벤처 포함)를 말하며 공정거래법 제9조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이다. 두 회사의 암묵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담합과 달리, 기업결합은 두 회사 간 직접적 결합을 통한 독점력 강화가 주 목적이고, 당사자 중 일방이라도 자산 또는 매출이 2조 원 이상인 경우 사전 기업결합심사 의무가 있다. 따라서 경쟁저해 우려가 있는지 심사하기 위해 계량경제학적 분석이 동원된다.


경쟁제한 기업결합 심사를 위해 가장 먼저 지역시장 혹은 상품시장을 어떻게 획정할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 이는 시장 획정 범위에 따라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의 추정 결과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즉, 시장 획정 분석은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을 판단하기 위한 예비적 검정이기도 하다. 시장 획정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한데, 이를 테면 전체 주류를 같은 시장 내에 존재한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소주나 맥주 등 개별 주류 품목에 대해 개별 시장이 형성된다고 볼 것인지 등에 관한 문제이다. 실제로 2006년 공정위는 당시 소주 제조기업이던 진로와 맥주 제조기업인 하이트의 합병에 대해 소주와 맥주는 개별 시장이므로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합병을 승인했다. 만약 전체 주류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기준으로 본다면, 당시 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55.4%, 하이트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57.9%에 달했다. 더불어 소주와 맥주가 다른 종류의 주류라고 하더라도 유통망이 동일하므로 다른 시장으로 획정해서는 안된다는 경쟁사 OB맥주의 반대도 있었다. 하이트맥주와 OB맥주는 시장획정에 관해 각 기업이 시행한 임계손실분석이라는 계량경제학 방법론을 통해 각 사의 주장을 뒷받침하였다.


임계손실분석은 기업의 가격 인상이 수반하는 매출의 변화를 추정한다. 매출은 판매량과 가격의 곱으로 나타내고, 판매량은 가격과 역의 관계를 가지므로 가격 인상은 매출을 증가시키기도 하고, 감소시키기도 한다. 이 때, 임계손실은 가격이 x% 오를 시 이윤(매출-총비용)을 감소분으로 전환시키는 지점에서의 매출감소율을 의미한다. 즉, (P+x*P-MC)(Q-L)=(P-MC)Q의 식을 만족할 때의 L(매출감소분)의 값이 임계손실이 된다. 반면 실제손실은 가격이 x%이 올랐을 때 실제 매출 감소율을 의미하고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추정함으로써 산출된다. 실제손실이 임계손실보다 높다면 이는 가격인상으로 인해 기업의 이윤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의미로 인근 다른 시장과의 대체성이 높아 고립된 시장으로 볼 수 없음을 의미하므로 실제 시장 획정 범위를 넓힐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실제손실이 임계손실보다 낮다면 가격인상으로 인해 기업의 이윤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로, 시장과 인근 다른 시장 간 대체성이 높지 않아 시장의 범위가 확장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시장획정을 결정할 때 갑자기 가격인상에 따른 매출감소효과를 고려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시장의 범위를 ‘대체재 존재 여부’로 판정하기 위함이다. 한국 공정거래법 제2조 제8호의 지역시장의 범위에 관한 정의에 따르면 특정 지역에서만 상당 기간 어느 정도 의미있는 가격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당해 지역의 대표적 구매자가 이에 대응하여 구매를 전환할 수 있는 지역 전체가 시장의 범위이다. 쉽게 말해, 특정 기업이 가격을 인상하였을 시 소비자가 가격 인상을 피해 대체재로 이동할 수 있는 범위가 시장의 범위인 것이고 이를 SSNIP(small but significant and nontransitory increase in price) 원칙이라 부른다. 그리고 임계손실이 실제손실보다 크다는 계량적 분석 결과가 도출될 시, 이는 가격 인상에 따른 가상의 독점 기업의 이윤 발생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고, 그 말은 곧 시장의 대체상품의 존재여부가 적어 시장 범위가 확장될 수 없음을 의미하게 된다.


사례로 되돌아가서, 당시 하이트맥주는 소주시장과 맥주시장 각각에서 가상의 독점기업의 임계손실이 실제손실보다 크다는 분석결과를 통해 시장 확대에 반대하여 소주시장과 맥주시장을 개별적으로 볼 것을 주장하였다. 반대로 하이트와 진로의 병합을 반대하던 OB맥주는 소주시장과 맥주시장 각각에서 가상의 독점기업의 실제손실이 임계손실보다 크다는 정반대의 분석결과를 제출함으로써 소주 시장과 맥주 시장 간 대체성이 존재하여 두 시장 간 연결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하이트와 진로의 결합은 불공정 기업결합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계량경제학이 동원되는 법적 사례에서는 양측이 원하는 결과를 정해두고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모델링을 구현하는 상황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도표1] 하이트맥주(주)와 OB맥주(주)의 가상의 맥주 독점기업의 임계매출감소분석


공정거래위원회는 결국 하이트맥주의 손을 들어주었다. 즉, 소주와 맥주가 동일한 상품시장으로 획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한 이유로 알코올 농도, 연령/성별/계절별 소비양태 등이 다르다는 형식적인 사유들도 있었지만, 결국 OB맥주의 계량분석 과정에서의 중대한 오류를 유발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있었다는 판단이 OB맥주의 주장을 기각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이를 테면, OB맥주가 실제손실을 계산하기 위해 활용한 전국 할인점의 판매량 자료는 주류 전체 매출 중 할인점 매출비중이 약 5% 내외에 불과하므로 대표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이윤 계산을 위한 비용 산정에서 장기적 시점 기준으로 가변비용과 고정비용을 구분하지 않고 가변비용을 과소계상하였다는 점 등이 대표적 문제로 지적되었다. 해당 결정례에서는 상품시장 외에도 지역시장을 획정하기 위한 Elzinga-Hogarty 테스트, 지역별 LIFO-LOFI 분석법 등도 활용이 되었다. 이를 통해, 기업결합심사에서 시장획정을 위해 다양한 계량경제학 방법론이 20년 전 결정례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이 획정되었다면 기업결합의 경쟁제한 효과를 예측하는 검정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앞선 결정례에서 살펴봤듯, 시장 획정 분석을 통해 경쟁 제한성을 추론할 수 있으며, 경쟁 제한성 추정이 본질적으로 기업 결합 이후에 가격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가격 및 생산량 예측 모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를 균형분석(Merger Simulation)이라 하며, 기업결합 후 새로운 시장균형을 종합적으로 예측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론이다. 이를 테면, 동시경쟁을 가정하는 쿠르노 모형, 선도자와 추종자를 가정하는 베르뜨랑 모형, 소비자 수요행태를 분석하는 수요 방정식 시스템 모형 등이 활용된다.


다만 시장 전체에 대한 균형분석이 불가능할 때, 사용가능한 자료의 범위 내에서 해당 제품의 가격과 그 결정요인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기업결합의 경쟁제한효과를 평가하는 회귀분석 방식도 주로 사용되는데, 가격을 종속변수로 하고 기업의 독점여부를 가변수로 설정한 변수의 회귀계수를 추정함으로써 독점에 따른 가격 변화를 예측한다. 회귀분석 방식은 기업결합뿐만 아니라 담합에 따른 가격 변화의 측정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 시장획정분석과 독립적으로 분석될 수 있다. 균형 분석 모델은 시장이 획정된 상태에서 분석을 진행해야하지만, 회귀분석은 시장의 범위와 관계없이 가격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로 회귀식을 구성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Horizontal Merger Guideline에서도 2010년 8월 경우에 따라 시장 획정 분석을 회귀분석의 경우 생략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지고 보면, 시장의 구분은 SSNIP 원칙에 따라 상품 간 대체성에 달려 있는데, 상품의 대체성은 소주와 맥주 시장의 사례처럼 이분법적으로만 정의하기에는 현실적 반영이 요원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기존의 시장 획정 분석은 유용하지만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2. 불공정 담합을 중심으로: 담합의 유효성 및 손해액 판정


담합은 개별 기업이 하나의 기업이 되는 기업결합과 달리 개별 기업(당사자) 간 가격 인상 및 유지를 위해 생산량 조절, 거래 조건 협의, 입찰 참가 및 낙찰자 미리 정하기 등의 비밀 협력 행위이다. 쿠르노 모형에서도 볼 수 있듯, 담합은 공급자 위치에 있는 당사자들에게 더 높은 가격과 이에 따라 완전경쟁시장에 비해 더 높은 이윤을 담보한다. 하지만 담합에서 이탈 시 담합 당시의 가격보다 약간 낮은 가격에 판매하게 되더라도 판매량을 더 많이 가져가게 되므로 이탈 유인 역시 확실히 존재한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로 합의에 의한 담합이 시행되어도 이탈 혹은 단절 유인이 만연하다. 만일 담합 이후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었을 시의 담합을 유효하다고 볼 수 있고, 합의가 있더라도 가격이 유지되지 않고 하락하였다면 그 담합은 실효성이 없다. 공정위 결정례에서는 담합의 유효성과 관계없이 담합을 위한 암묵적 합의만 추정되기만 해도 불공정 담합행위가 인정된다.


하지만 담합의 유효성은 담합의 구성요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더라도 담합에 따른 손해액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담합의 손해액은 실제 가격과 경쟁가격의 차이에 의거해 산정된다. 비담합가격(but-for price)이라고도 불리는 경쟁가격(competitive price)은 담합이 없었을 경우 경쟁을 통해 형성되었을 가상적인 가격이다. 즉, 경쟁가격을 추정한 후,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은 ‘(실제 지급 가격 - 경쟁가격 추정치)x판매량’으로 산정된다. 물론 실제 지급 가격은 이미 알려진 가격이므로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은 전적으로 경쟁가격 추정치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경쟁가격의 추정 방법으로는 전통적으로 비교추정법이 있다. 비교추정법은 담합기간과 비담합기간을 비교하여 비담합기간의 가격을 경쟁가격으로 추정하는 전후비교법이나, 담합기간에 담합이 있었던 시장과 담합이 없었던 시장을 비교해 담합이 없었던 시장의 가격을 경쟁가격으로 추정하는 시장비교법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단순 비교추정법이 가지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한 가지를 더 식별해 비교하는 방식을 이중차분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중차분법을 활용하더라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담합 외의 다양한 요인들을 배제하는데 한계가 있고, 그러한 모든 요인들을 통제할 수 있는 회귀분석법이 현재 국내 공정위 결정례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회귀분석법으로 위의 축약형 가격결정 모형이 주로 활용된다. 회귀분석모형은 담합의 유효성과 손해액 산정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위의 식에서 담합 여부를 나타내는 가변수 D의 회귀계수인 δ가 0이면, 담합기간이나 비담합기간이나 판매가격의 차이가 없었다는 의미이므로, 담 합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반대로 δ가 0보다 크다면, 담합으로 인한 가격상승이 있었다는 의미이므로, 담합의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귀무가설 δ= 0을 통계적으로 검정함으로써 담합의 유효성을 검정할 수 있고, 만약 δ의 값이 추정되면 이는 담합이 가격을 몇 %p 상승시켰는지를 의미한다. 이처럼 δ를 통해 담합으로 인한 가격상승 비율이 추정되면, 담합손해액은 해당 비율에 담합기간의 판매액을 곱해 산정된다.


2011년 대법원까지 갔던 군납유류가격 담합사건에서는 계량경제학적 분석 방식 중 어떤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었다. 1심 법원은 군납유류의 가격은 담합 여부뿐만 아니라 군납의 특수성, 시기, 원유가, 환율 등 여러 요인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므로 담합 이외의 가격 결정 요인들이 낙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한 후 담합의 효과를 분리해내기 위한 회귀분석방식을 활용하였다. 고등법원은 회귀분석모형이 기존 비교분석법에 의거한 모형과 큰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두 감정결과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 합리적이라고 신뢰하기 어려우며, 계량경제학적 손해액 산정을 도입할 경우 종국적으로 피고 역시 경제전문가를 동원해 손해액의 감액을 위한 방향으로 경제학적 논리를 펼쳐 원고의 손해배상에 불확실성이 야기될 여지가 있다고 보아 싱가포르의 유가시장과 비교한 표준시장 비교분석법을 채택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표준시장 비교분석을 위해 전제되어야 할 시장 간 유사성이 싱가포르 현물시장을 대상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회귀분석법을 긍정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공정거래법상 손해배상에 관해 계량경제학적 분석방법의 적절성이 심도있게 다뤄진 의의가 있는 사건이다.


이후 2012년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 계량경제학의 회귀분석법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다. 이 사건 제1심 감정인은 회귀분석법에서 회귀계수를 추정하기 위해 통상최소자승법을 활용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했고, 대법원은 이러한 감정결과를 승인함으로써 2011년 군납유류가격 담합사건에 이어 회귀분석법의 수용가능성이 거듭 인정받는 셈이 되었다. 당시 사건에서 밀가루를 납품받는 삼립식품이 CJ제일제당과 삼양사를 비롯한 8개 밀가루 제조사를 상대로 밀가루 가격을 담합하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 때, 감정인은 CJ제일제당만 담합에 참여하고 삼양사는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기간(2001.4~2002.9)과 두 회사 모두 담합에 참여한 기간(2002.10~2005.12)을 가변수로 나누어 회귀모델을 구성하였다. 결국, 담합으로 인해 삼양사는 담합 이후 8.97%의 가격상승효과를 누리고, CJ제일제당은 삼양사 담합 참여 전 5.91%, 삼양사 담합 참여 후 15.67%의 가격상승효과를 누렸다는 추정치가 도출되었다. 따라서 감정인은 삼양사는 753,509,858원, CJ제일제당은 2,981,843,190원의 피해를 각각 삼립식품에 가한 것으로 추정해 이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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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2].png [도표2] 1심 감정인의 추정결과


피고측에서는 계량경제학 전문가를 고용해 제1심 감정인의 추정에서 소득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비일관적으로 계산한 지점을 발견 후 원인을 감정인의 회귀분석 모형설정오류로 판단하여 모형을 수정하니 관련된 오류는 사라지고 가격상승 추정치도 낮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이에 피고측은 제1심 감정인의 추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액이 감액되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고등법원은 오류가 있었어도 감정결과를 전면 부정할 정도의 현저한 합리성 결여라 볼 수 없고 측정 기간의 과대 반영에 기인한 오류라 판단하여 감정인이 산정한 손해액을 그대로 인정하되 위의 사정을 감안해 손해배상책임을 삼양사 227,940,000원, CJ제일제당 1,235,370,000원으로 제한하였다. 위 판례는 계량경제학의 회귀분석결과에 의거해 담합의 손해액을 판정 및 조정한 대표적 사례이며 현재까지도 담합손해배상 민사사건에서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계량경제학은 어떻게 사회의 무기가 되는가


지금까지 기업결합과 담합 사건에서 계량경제학적 분석법이 적용되는 과정들을 굵직한 판례들을 바탕으로 살펴봤다. 지면의 한계로 개괄적인 쓰임새만 소개했으므로 관심이 생긴 독자들은 참고문헌의 판례 전문을 통해 이해를 심화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법은 사회의 규범 및 유권적 해석을 구축하는 장치이고, 경제학은 경제주체의 현실적인 행태를 분석하는 유용한 학문이다. 올바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 우리는 계량경제학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분석방법들의 유용성 및 사용 조건들을 학습하여 각 사건에서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올바른 모형을 설정하기 위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나간다면 경제학을 비로소 현실에 응용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가지게 되리라 믿는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규범적 사고만으로 공통적인 담론이나 묘안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주제들이 많다. 당장 2012년 밀가루 담합사건만 보더라도 밀가루를 원재료로 구입할 수밖에 없는 삼립식품은 밀가루 제조사들로부터 손해배상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았지만 최종 생산재를 시장에 공급한 삼립식품 역시 담합에 따른 가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과연 담합에 의한 소비자 권리는 어떻게 측정되고, 어떠한 방식으로 배상해야할 것인가? 소비자의 집단소송말고도 사전적으로 불공정행위를 예방하거나 사후적 징벌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식은 아직 요원한가? 2020년 데이터 3법의 개정으로 다양한 가명정보와 비식별 데이터를 연구 및 산업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쏟아지는 데이터가 계량경제학적 분석법과 만난다면 소비자 구제 외에도 교육, 치안, 행정 등 사회 전반의 다양한 영역에서 효율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공적 시스템 구현에 이바지하리라 믿는다. 다만 우리 사회의 계량 분석 모델이 ‘대량살상 수학무기’가 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통계학적 수준도 고양되어야 할 것이다. 언론의 편향적 보도보다 시민의 비판적 사고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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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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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조직개편에도 공정위 사건처리 ‘하세월’... 소송까지 ‘111일’ ”, 뉴스토마토, 2025-11-03.

하상렬, “주병기 ‘설탕·밀가루 원재료 가격담합 상시 모니터링 강화”, 이데일리, 2025-10-28.


그림 및 도표

[도표1] 하이트맥주(주)와 OB맥주(주)의 가상의 맥주 독점기업의 임계매출감소분석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 2006-009호 (2005기결1494, 2005기결2725), 2006.

[도표2] 1심 감정인의 추정결과

출처: 정진욱, 「경쟁정책과 계량분석」, 숙명여자대학교 공정거래법 연수과정 강의자료, 2012.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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