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운이란

히비스커스

by 상경논총

여운이라는 단어를 항상 긍정적인 것이라고만 생각해왔다. 1학년 때 송도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어울리던 순간들, 추억이 가득한 신촌 거리들, 함께 웃고 떠들고 때로는 울기도 했던 모든 경험들이 나에게는 따뜻한 여운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운이 꼭 좋은 느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누군가와의 거리감이나 변해버린 관계를 떠올리게 될 때, 그 여운은 오히려 마음 한편을 묵직하게 만드는 감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여운을 단순히 아름다운 기억의 흔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즐거운 순간도, 아쉬움이 남는 변화도 모두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감각하게 하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 지금의 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여운을 모두 미소 지으며 돌아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히거나 묻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성숙해지고 단단해지면서 이 감정들을 제대로 마주하고 스스로 풀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해결할 수 없어 보이는 마음의 결들이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언젠가 그런 감정들조차도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싶다.


또 앞으로의 삶에서는 후회로 남는 순간들이 최대한 적기를 바란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이 내게 긍정적인 여운으로 남도록 더 신중하게, 그리고 더 진솔하게 살아가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은 더욱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순간에는 솔직하게 나를 마주하는 용기를 가지며,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쌓아가고 싶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내 안에 남는 여운이 더욱 따뜻하고 단단한 기억들로 채워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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