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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Oct 08. 2022

죽어가듯이

불꽃축제는 사랑이 만연한 우주겠구나

한강에서 불꽃축제를 한다고 했다. 분명 연인들로 가득한 불꽃축제는 사랑이 만연한 우주겠지. 사랑이 만연한 우주는 어떤 곳일까. 그리고 당신은 이 글을 어떤 마음으로 읽고 있을까. 누군가의 일기장을 뺏어 읽는 마음? 누군가의 다이어리를 몰래 훔쳐보는 마음? 어떤 마음이건 괜찮다. 나는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 이상 그 사람을 위해 글을 쓸 거니까.

오후 6시, 마트를 나선다. 엄마를 따라 장을 보러 온 나는 짐을 내팽게치고 지하철을 탄다. (그 짐은 어떻게든 엄마가 수습했을 것이다. 별로 좋은 관계도 아니지만 미안한 마음이다.) 세 정거장을 거쳐서 내가 사는 동네에 도착한 나는 다시 스터디 카페로 도망친다. 놓고 온 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놓고 온 짐은 세 시간 내내 방치된 채로 활짝 펼쳐져 있었다. 다행히 먼지는 쌓이지 않았다. 애초에 세 시간은 먼지가 쌓일 시간이 아닐뿐더러 쌓인다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한 줌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다.
나는 급히 가방을 쌌다. 서서히 비현실적인 감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분명 약을 먹었는데도 약발이 듣지 않는 것을 보니 약에 내성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연필을 필통에 처넣고 지우개도 넣고 샤프와 볼펜을 전부 필통에 꽂아버렸다. 이대로면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옆자리 남자도, 건너편 자리 여자도 모두 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공부를 최대한 방해하지 않게 소리를 죽이면서 짐을 쌌다. 그게 다였다. 짐을 전부 싼 뒤에는 큐알코드를 찍고 스터디 카페를 나왔다. 숨이 가빴다. 어지러운 감각이 눈앞을 서성거렸다. 시야가 흔들렸다. 나는 이렇게 죽어가는구나. 약이 없으면 길거리에서 객사할지도 모르겠구나. 나는 흔들리는 시야와 정신줄을 붙잡으며 귀에서 들려오는 치지직 소리를 무시하려 애썼다.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입에 약을 쑤셔 넣었다.
이젠 익숙해. 어쩌면 이제는 약을 먹고 잠들어야 할 타이밍 인지도 모르지.
두자야, 두자야, 두자야…….
나는 최근에 읽은 책의 주인공 이름을 불러본다. 아니 그 책에 애초부터 주인공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내 삶의 주인공은 누구지. 이렇게 흔들리는 시야로 바라보는 이 삶의 주인공은 누구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약효가 돌기를 기다린다. 글을 쓰면서. 나의 살결 같은 글을 쓰면서 조용히 약효를 기다린다.
그러다 보면 잠이 온다. 꾸역꾸역 오는 잠을 참고 쓰는 글은 무의식의 흐름과 같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적인 집 말고 볼노브가 주장했던 정말 안락한 집. 내가 쉴 수 있는 곳. 쉴 만한 개울가. 마음의 물가. 평화. 안온함. 나는 평온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두자를 속으로 불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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