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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연 Apr 12. 2023

몸매에 대한 고찰

나는 마르기 위해 운동하지 않는다.


  20대 때 내 워너비 몸매는 종이인형이었다. 김민희나 케이트 모스처럼 깡마른 몸매가 내 이상향이었다. 마르기 위해서 굶어도 보고 체형 교정 샵에서 백만 원 넘게 쓴 적도 있다. 초절식을 하다가 저혈당이 와서 길에서 쓰러질 뻔하기도 했다. 먹은 것이 없는데도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핑 돌았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굶는 다이어트는 일시적 효과는 있었지만 금세 다시 살이 쪘다. 인간의 본능인 식욕과 맞서 싸운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케이트 모스(출처: https://naver.me/GguTAgQA)


  아이러니하게도 다이어트를 아예 하지 않고서야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20대 후반에 연애를 하면서 정서적 허기가 채워져서인지 잘 먹고 다녀도 살이 빠졌다.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젖살이 빠졌나 싶어 기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깡마른 몸은 가질 수 없었다. 나는 키에 비해 어깨나 골반이 넓은 편이기에 뼈를 깎지 않는 한,  워너비인 일자 몸매는 만들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 몸의 한계를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내 몸의 장점도 보였다. 나는 허리선과 골반라인이 강조되는 옷을 입었을 때 장점이 잘 부각되는 체형이었다.

  그쯤부터 나는 이런 얘기를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자주 들었다. (이다음 문장을 내 손가락으로 타이핑하기가 매우 오글거리지만 용기 내본다.) 마른 몸과 전혀 다른 류의 예쁜 몸 선, 나를 보고 마르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얘기, 생기 있고 건강해 보여서 말랐을 때보다 더 예쁘다는 반응, 나 덕분에 마름에 대한 강박을 버리게 됐다는 것까지. 모두 내 묘비명에 새기고 싶을 정도로 영광스러운 말이었다.

  물론 외모가 아무리 뛰어나도 내면이 공허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나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라'와 같은 틀에 박힌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내 겉모습도 분명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외모가 내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여부는 내 자존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지 그 기준을 바깥세상이 아닌 내 모습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수 화사는 데뷔 전 한 오디션에서 "노래는 잘하지만 뚱뚱하고 예쁘지 않아서 뽑아줄 수 없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울고 난 후 화사는 이렇게 다짐했다고 한다. "이 시대가 말하는 미의 기준에 내가 맞지 않다면 내가 또 다른 기준이 되어야겠다."


가수 화사 (출처: https://naver.me/GcWrb5FR)


  우리는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는 사람을 동경한다. 그 사람만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가장 자기 다운 모습에서 나온다.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건강한 생활 습관, 타고난 골격에 맞는 적정 체중, 체형에 맞는 스타일, 무엇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가진 사람이 새로운 미의 기준이 .  역시 굶주림에 지친 47킬로의 보다, 맛있는 걸 먹으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52킬로의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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