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때의 즐거움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운동이 끝나고 나서의 만족감과 비교할 수 있을까. 더 이상 중력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10g의 근육이 생기고 100g의 지방이 빠졌을 거 같은 기대감. 그뿐만이 아니다.운동이 끝나면 이전과는 다른 일상이 시작된다. 내 몸을 건강한 것들로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를 조금 더 귀하게 여기게 된다. 이왕이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일상에서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려 하며, TV를 보면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틈틈이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운동이 불러오는 연쇄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연쇄 반응은 내가 다음 날에도 운동하도록 이끈다. 운동중독자의 쳇바퀴!
건축가 김진애는 <여행의 시간>에서 진짜 좋은 여행은 끝난 후가 더 좋은 여행이라고 했다. 에필로그를 쓸 수 있는 여행, 방문한 장소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여행. 다시 말해서, 끝과 동시에 뭔가 다시 시작되는 여행이 진짜 좋은 여행이라는 것이다.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끝나고 나서 오히려 에너지가 생기는 운동이 진짜 좋은 운동이다. 당연하게도 그런 에너지를 주는 운동은 각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에겐 오지가, 또 다른 사람에겐 자연이, 김진애에겐 도시 여행이 매력적이듯 말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맞는 여행과 운동은 일단 해봐야지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나에게 맞는 운동에 정착하기까지 길고 긴 여행을 했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운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운동이란 뭘까? ‘지속 가능한’은 영어로 ‘sustainable’인데 이것은 ‘sustain(유지하다)’과 ‘able(~할 수 있는)’의 합성어이다. ‘sustain’에서 ‘sus-’는 ‘subway(지하철)’의 ‘sub-’와 마찬가지로 ‘~아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sustain’에는 ‘아래에서 떠받치다’라는 뜻도 있다. 지속 가능한 운동이라 함은 내가 계속 떠받치고 있을 수 있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첫째로 내가 계속 들고 있을 수 있을 정도의 무게(=강도)와 둘째로 들고 있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재미)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만약 신이 나에게 유연성, 근력, 지구력 중 단 한 가지를 선물로 준다고 하면 나는 망설임 없이 지구력을 선택할 것이다. 무엇인가를 끈기 있게 오래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재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책에선가 성공한 사람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성공할 때까지 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봤다. 일단 시작하겠다는 의지, 시작했으면 지속하려는 끈기!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운동뿐만 아니라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운동 중독자의 쳇바퀴에 오르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습니다. 운동은 제가 지금까지 해온 일 중 가장 쉬우면서도 최고의 결과를 주는 활동이었으니까요. 주변 친구 몇 명에게도 운동을 전파했는데, 제 절친은 테니스에 푹 빠져서 인생이 즐거워졌다고 하더군요. (뿌듯) Get off your ass right now!! 운동과 함께 즐거운 2024년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