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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호 May 07. 2023

정상 인간

우울증 약 복용 후기

우울증으로 인해 올해 2월 말부터 다니기 시작한 병원이 이제는 3달째 접어들고 있다.

그간 내가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었는지, 그때 몸의 증상이나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올해 우울증으로 병원을 방문했던 그 주에 나는 병원을 2번 방문하였다.

처음에는 내가 우울증이라고 생각을 못 했고 극심한 무기력증과 피로감, 갈수록 조절이 안 되는 감정 때문에 병원을 향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도 간단한 상담과 약물 처방을 해주셨는데 그때 처방해 주신 약이 브린텔릭스정과 보령부스파정이였다.

그날 병원을 다녀오고 나서 다른 일정으로 인해 해당 장소로 이동 중이었다.

지인을 만나 식당으로 가고 있었는데 빨간 불로 되어 있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파란불이 되자마자 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우회전하던 버스가 우리 앞에서 급정거를 하였다.

나는 그걸 보지 못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자 지인이 나를 잡아서 인도 쪽으로 당겼다. 그 바람에 나의 폰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근데 나는 떨어진 핸드폰을 걱정하기보다 순간적으로 '아. 나를 잡지 말지. 버스에 그냥 부딪히게 놔두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 내 모습에 나는 너무 놀랐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스스로를 너무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암울했던 10대 시절 이후 성인이 되어서는 생을 포기한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죽음을 생각하다니. 이건 좋지 않은 신호라고, 병원을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병원을 방문했던 같은 주에 재방문을 하였다.

그다음은 '진단서 발급을 위한 여정'에도 나왔다시피 담당 선생님께 휴직을 위한 진단서 발급에 대해 문의를 드렸다.

하지만 담당 선생님께서는 처음부터 휴직에 대해서 반대를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힘들어도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 또한 치료에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선생님께서는 종합심리검사를 해보고 결과가 나온 뒤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저녁에 한 번 먹던 약(브린텔릭스정, 보령부스파정)에서 아침(가스모틴에스알정, 프리스틱서방정, 보령부스파정), 저녁(브린텔릭스정, 보령부스파정)으로 조정해 주셨다.

그 이후로 매주 한 번씩 심리 상담을 하고 일주일 전에 처방받은 약물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자세히 설명한 뒤 약물을 조정하기 시작하였다.


앞서 적은 글에 자세히 나와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총 3차례 정도 약물을 점차 늘렸음(프리스틱서방정 50mg  100mg 추가 변경)에도 갈수록 상태가 안 좋아졌다.

어떤 주는 일주일 내내 명치가 아파서 아침은 흰밥에 물을 말아먹고 점심은 동료들과 구내식당을 가야 하니 어떻게든 꾸역꾸역 밥을 먹고 저녁은 하루 종일 아팠던 명치 때문에 더 이상 밥을 먹지 못하고 자는 경우가 허다했다.

정말 그때는 울면서 회사를 다녔다. 나의 영혼은 이곳에 없고 몸만 움직이는 살아있는 좀비 같았다.

누가 이 고통을 좀 멈춰 줬으면, 이건 버티는 게 아니라고, 이건 정상이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너무 간절했다.

그때 마침 종합심리검사 결과가 나왔으며 그간의 진료내용을 바탕으로 진단서가 작성되었고 그렇게 휴직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2주간의 병가 동안 체력적으로 상태가 더 안 좋아졌고 이로 인해 심리적인 영향도 덩달아 받았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육체와 정신이 망가져가면서까지 일을 해야 하나 하는 허무함이 몰려왔고 끝까지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그동안 내가 뭘 했나 하는 분노와 나를 스스로 돌보지 않은 나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었다.

보다 못한 어머니께서 한의원도 가보자고 하셔서 진료 후 탕약과 환약을 지었다. 양약과 한약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싶었다.

그렇게 4월에 들어와서는 아래와 같이 처방되었고 꼬박꼬박 복용하였다. (4월 둘째 주부터는 아빌리파이정도 추가되었다.)


양약 : 아침 (아빌리파이정, 가스모틴에스알정, 프리스틱서방정, 보령부스파정)  / 저녁 (브린텔릭스정, 보령부스파정)

한약 : 아침 (탕약, 환약) / 점심 (탕약, 환약) / 저녁 (탕약, 환약)

제일 먼저 과다수면이 정상 수면을 향해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4월 중반까지도 제대로 된 식사가 불가능했고 먹은 게 없으니 배변활동 또한 정상화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감정은 끝없는 무기력감에서 헤어 나올 생각이 없었고 그렇게 심연에 가라앉은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 상태를 담당 선생님께 자세히 설명했고 아빌리파이정을 추가해 주셨다.


그 이후부터는 오히려 나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 생기면 참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내 심기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한다거나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껴도 감정 조절이 잘 되었는데

전과 같은 상황이 나에게 주어지면 약을 먹어도 감정 조절하기가 힘들어졌다.

이게 좋은 신호인지 안 좋은 신호인지 알 길이 없었으나,

그 당시에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하고 싸웠고 그때 느낀 나의 감정을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글이 있었다.

" 얼마 전에 엄마한테 소리쳤다.

  내가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예전의 나는 상처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조차도 감각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모르고 지냈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상처를 받았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기분이 상했고 눈물이 났으며 억울하고 화도 나기 시작했다.

  이게 좋은 현상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잃어버렸던 감각이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현재까지 볼드체로 표기된 것처럼 꾸준한 심리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약물 부작용이 피부 가려움뿐이며,

지금은 체력적으로 많이 충전된 거 같고, 스트레스 원인이 되었던 그 상황과 단절되어 있어 심리적으로도 많은 안정을 찾았다.

또 담당 선생님께서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항상 따뜻하게 맞이해주시고 같이 염려해 주시고 내가 병원에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그 결과 수면패턴이 정상 수면으로 돌아왔고, 밥도 삼시 세끼 꼬박꼬박 먹을 수 있고, 더 이상의 위경련도 일어나지 않고, 매일 장트러블이 일어났던 일도 정상적인 배변활동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요즘 걱정이 된다.

지금은 이렇게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환경이 아니기에 서서히 상태가 나아진다고 보이지만 휴직 기간이 끝나면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 내가 아직 치료가 완전하게 되지 않았으면 어떡하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못 버티면 또 어떡하지. 재휴직까지 가고 싶진 않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가족과 담당 선생님도 염려하는 부분이지만 같이 함께 걸어가면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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